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70년대 후반,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한 후, 입시공부로 인해 누적된 피로도 풀 겸 친구와 함께 하모니카를 하나씩 구입하여 각자 집에서 열심히 연습하기로 했다. 그런데 1주일 쯤 되었을 때, 나는 하모니카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으나, 친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가요 대부분을 하모니카로 완벽하게 부르고 있었다. 친구는 ‘고향의 봄’이라는 쉬운 곡을 골라 계이름을 외워 하루에 수 십 번씩 불렀더니, 음감이 살아나 평소 알고 있는 모든 노래를 계이름 없이도 하모니카로 부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사회 초년생 때는 직장 동료 5-6명이 함께 모여 세상 돌아가는 판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신문에 나오는 한 주간의 이슈를 주제로 토론하는 모임에 참여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유독 기사의 내용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H 회원은 토론 모임 회원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알고 보니, 다른 회원들은 한 주간 이슈만을 탐독해서 토론을 준비했지만, H 회원은 이슈 외에 다른 모든 기사도 섭렵하며 토론을 준비했던 것이다. 위 두 예에서 친구나 H 회원은 둘 다 결과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은 확연히 다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사람은 지성(知性), 감정(感情), 의지(意志), 이 세 가지 심적 요소(정신 활동의 근본 기능)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아우르는 지정의(知情意)를 그 사람 자체 곧 인격(人格)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성(인식능력), 감정(심미능력), 의지(실천능력), 이 세 가지 중에서 지성의 초월적 대상을 진(眞), 의지의 초월적 대상을 선(善), 감정의 초월적 대상을 미(美)라 여겨, 진선미(眞善美)를 사람이 추구해야 할 가치로 삼아왔다. 그런데 사람의 심적 요소 지정의(知情意)의 순서에 따라 사람의 가치 순서가 진미선(眞美善)으로 표현되어야 하는데, 의지의 대상 선을 진 다음에 두어 진선미(眞善美)로 표현된 것은 실천능력을 중시하는 서구의 중세 철학에 근거했다고 한다. 오늘은 중세철학이 순서를 앞으로 옮겨야 할 정도로 사람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 선(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며칠 전, 선(善)을 행할 때, 즉 착한 일을 할 경우, 그 보상으로 18세기까지는 불로소득이 생긴다고 믿었고, 19세기 이후 근대사회까지는 정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알았고, 20세기 현대사회에는 희생이 따른다고 알았고, 21세기 지금은 ‘착한 일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착한 일을 하면 어떤 보상을 받을까? 인류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천 년 동안 노력해왔고, 그 결과 시대별로 다른 답을 계속 제시해왔다. 먼저 인류는 고대 신화시대부터 18세기까지는 권선징악(勸善懲惡, 착한 일을 권하고, 악한 일을 벌한다.)을 내세우며, “착한 일을 하면 복 받는다.”는 가치를 삶의 덕목으로 삼았다. 그래서 신화나 전설이나 고대소설은 대부분 “착한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내용의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믿고 지켜왔던 권선징악의 가치가 별 노력도 안하고, 스스로 변한 것도 없는데, 착한 일을 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부와 명예를 얻는다는 게 모순임을 알게 되었다. 인생의 성공이 불로소득이나 행운의 개념으로 적용되었던 게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권선징악의 모순이 현존 질서를 타파하고 사회를 개혁하려는 데 목적을 두었던 18세기 계몽사상에 의해 드러나면서, 권선징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인류는 권선징악에 나오는 불로소득을 배제하고, “착한 일을 하면 남으로부터 정당한 평가와 대우를 받아 행복해진다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중국의 왕이 부장이 남태평양 도서국가 등 8개국을 순방(5.26∼6.4)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해 반격하는 사이, 미국은 지난 1일 대만과의 경제 및 안보 협력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서 빠진 대만과 경제 및 안보 협력을 강화해 대중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일 세라 비앙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덩전중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 대표는 미국과 대만이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US-Taiwan Initiative on 21st Century Trade)’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양국은 몇 주 내로 이니셔티브의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새로운 무역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최근 인도·태평양 13개국이 참여하는 IPEF를 출범시켰지만, 대만은 IPEF에서 빠져 있었다. 대만이 직접 가입 의사를 밝혔고 미국 의회에서도 200명 이상 의원들이 가입을 촉구했지만, 대만이 IPEF에 들어갈 경우 중국의 반발이 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당시 미국은 대만을 IPEF에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니오 일이 선시이피 노하리 - 자무인 무인에유도 니온 일이 선시이피끼 노하리 - 위 문구는 내가 대학 졸업 후 산에서 2년 동안 공부할 때, 운동 시작 전에 남이 눈치 채지 못하게 혼자만 외쳤던 나만의 목표이자 주문이다. 나는 일인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리라 - 지식, 무술, 인격 무엇에서도 난 일인자가 될 때까지 노력하리라 - 내가 위 주문을 외우고 나서 운동했던 이유는 대학 1학년 때 다녔던 쿵후도장 관장이 운동 시작 전에 항상 관원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혼자 말로 주문하는 모습이 뭔가 목표를 향한 강한 의지가 담긴 다짐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관장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합기도 고수로부터 당시 유행했던 소위 도장깨기라는 도전을 받았다. 만약 도장깨기 대결에서 관장이 합기도 고수에게 지기라도 하면, 당장 쿵후도장 문을 닫고 그 지역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아마 관장은 도장깨기 대결을 항상 준비해야 했고, 그래서 혼자만의 주문을 외우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렸던 것이다. 다행히도 관장은 무술 실력이 뛰어나 도장깨기 대결에서 매 번 합기도 고수를 이겼고, 그 때마다 관장이 이겼다는 소문이 주변에 퍼지며 타 도장의 관원들이 몰려오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세계는 지금 인도·태평양 지역에 이어 남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냉전이라 불리는 미·중 패권싸움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9일 중국이 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와 체결한 안보 협정에 중국의 군과 경찰을 파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당시 호주는 페니 웡 신임 외무장관을 피지로 급파해 피지가 남태평양 섬나라로는 처음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도록 외교전을 폈다. 그리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0~24일 한·일 순방에 나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동맹 규합을 강조하며, 이 기간에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호주의 협조를 받아 남태평양의 피지를 참여시켰다. 이에 중국은 왕이 부장이 남태평양 도서국가 등 8개국을 순방(5.26∼6.4)하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미국에 맞서 지정학적 요충지인 남태평양 도서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중국은 지난 30일 피지에서 남태평양 10개국이 참가한 제2차 중국-남태평양 섬나라 10개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안보와 경제협력을 아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1) 철수는 과거에 정치학을 전공했다. (O) 2) 철수는 과거 정치학을 전공했다. (X) 3) 철수는 미래에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O) 4) 철수는 미래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X) 5) 철수는 현재에 정치부 기자다. (X) 6) 철수는 현재 정치부 기자다. (O) 우리는 위 예에서 2), 4), 5)는 틀린 문장으로 여겨 사용하지 않고, 1), 3), 6)은 맞는 문장으로 여겨 대화 할 때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과거'와 '미래'는 시간을 표현할 때 함께 나타내는 조사 ‘에'를 붙여 사용하지만, '현재'는 조사 ’에‘를 붙이지 않고 사용한다는 점이다. 시간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조사 '에' 앞에 있는 단어가 명사냐 부사냐에 따라 조사 ‘에’를 생략하고 안 하는 문법 차원을 넘어,'현재'가 '과거', '미래'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현재', '미래' 중에서 왜 '현재'만 시간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조사 '에'를 쓰지 않을까? (따옴표를 한 '과거', '현재', '미래'는 단어 과거,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것) 이 답을 얻기 위해 조사 '에'가 시간뿐만 아니라, 장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가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공식 출범했다. IPEF는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항하고, 동맹국 및 협력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평가받는 협의체다. 원래 동아시아 지역 경제권을 하나로 묶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의체는 미국 중심의 TPP와 중국 중심의 RCEP라는 두 개의 축으로 추진되어 왔었다. TPP(Trans-Pacific Partnership)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으로, 2005년 시작된 아시아·태평양 지역국 간의 광역 자유무역협정(FTA) 협의체를 말하고,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으로, 2013년에 개시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아세안+6’ FTA 협의체다. 동아시아에서 TPP와 RCEP의 두 축 배경은 2008년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의 사실상 좌초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른 TPP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나는 고향이 전라도라 어렸을 때부터 전라도와 경상도를 비교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자랐다. 특히 경상도에서는 군 장성이 마을마다 한 명 꼴 나오는데, 전라도에서는 군 단위에서 한 명 나오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경상도 출신 대통령이 계속 정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전라도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어른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래서 나는 최근까지도 경상도 정권으로부터 전라도가 피해를 많이 봤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특히 군 인사 문제에서는 전라도가 철저히 배척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5.14) 고등학교 반창회 모임에서 헌병대 대령으로 예편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지금까지 내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는 육사 입학생의 50% 이상이 경상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고, 전라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15%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장성 인사 때마다 전라도 출신이 경상도 정권으로부터 피해를 본 게 아니라, 경상도 출신 장성 진급 대상자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경상도 출신 장성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석했던 교수 친구도 현재 전라도 인구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서울대 우종학 교수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작성 이슈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한 후보자 딸의 논문이 빼박캔트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빼박캔트는 ‘빼도 박도 + 못한다(can’t)’의 합성 신조어로, 2010년대에는 '특정 상황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2020년대에 들어와서는 '명백한 사실'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까 우종학 교수가 한 후보자 딸의 논문이 표절이라고 주장한 것은 논문 표절 여부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논문 표절이 명백한 사실이라는 의미다. 어제(9일) 오전 10시부터 한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어 여야가 17시간 30여분 동안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으나,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채 오늘(10일) 새벽 3시 30분에야 끝났다. 어제 청문회에서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의 논문 작성 관련 내용을 집중 질의하면서 논문을 이모와 같이 썼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은 한 후보자의 처가 쪽 조카가 외숙모인 이 모(익명의 인물) 교수와 쓴 논문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