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서울대 우종학 교수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작성 이슈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한 후보자 딸의 논문이 빼박캔트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빼박캔트는 ‘빼도 박도 + 못한다(can’t)’의 합성 신조어로, 2010년대에는 '특정 상황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2020년대에 들어와서는 '명백한 사실'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까 우종학 교수가 한 후보자 딸의 논문이 표절이라고 주장한 것은 논문 표절 여부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논문 표절이 명백한 사실이라는 의미다.
어제(9일) 오전 10시부터 한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어 여야가 17시간 30여분 동안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으나,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채 오늘(10일) 새벽 3시 30분에야 끝났다.
어제 청문회에서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의 논문 작성 관련 내용을 집중 질의하면서 논문을 이모와 같이 썼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은 한 후보자의 처가 쪽 조카가 외숙모인 이 모(익명의 인물) 교수와 쓴 논문을 한 후보자의 딸이 이모(어머니의 여자 형제)와 쓴 것으로 오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어제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한 후보자의 딸이 어머니의 인맥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노트북을 후원받아 보육원에 자신의 명의로 기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 역시, 사실은 보육원의 2020년 후원물품수입내역에 나와 있는 한땡땡(**)을 보고, 한 후보자의 딸로 오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한 땡땡은 한국쓰리엠)
어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지난 8일 우종학 교수가 언급한 빼박캔트의 의미가 2010년대의 의미로 전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문회에 참석한 여야 대부분의 의원들이 명확한 사실을 근거로 공격과 방어를 하는 게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사실을 근거로 공격과 방어를 했기 때문이다.
국회 청문회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서로 싸움만 했다는 말이다.
2020년대의 의미의 빼박캔트, 즉 명확한 사실에 근거한 청문회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우리 국회의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뻬박캔트는 ‘빼도 박도’와 같은 뜻인 ‘이러지도 저러지도’보다 억양이 강해서 젊은 사람들이 상징적으로 만든 인터넷 은어다.
그러나 만약 국회에서 정치인들이 만들었다면, 아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 못한다(can’t)’의 합성어인 이저캔트를 만들었을 것이다.
뻬박캔트보다 이저캔트가 훨씬 품위 있고 부드러운 은어로 정치인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출범한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웠던 윤 대통령인 만큼 새 정부의 정책도 국민이 양분되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애매모호한 정책으로 밀어붙혀서는 안 되고, 모든 국민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이저캔트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청문회장에서 면책특권을 아용하여 이저캔트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국회의원을 더 이상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국회의 청문회가 이저캔트 청문회, 즉 명확한 사실에 근거한 청문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단상]
빼박캔트=이저캔트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하며, 아울러 국회도 새롭게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장면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