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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포괄적 개발 비전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세계는 지금 인도·태평양 지역에 이어 남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냉전이라 불리는 미·중 패권싸움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419일 중국이 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와 체결한 안보 협정에 중국의 군과 경찰을 파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당시 호주는 페니 웡 신임 외무장관을 피지로 급파해 피지가 남태평양 섬나라로는 처음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도록 외교전을 폈다.

 

그리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0~24일 한·일 순방에 나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동맹 규합을 강조하며, 이 기간에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호주의 협조를 받아 남태평양의 피지를 참여시켰다.

 

이에 중국은 왕이 부장이 남태평양 도서국가 등 8개국을 순방(5.266.4)하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미국에 맞서 지정학적 요충지인 남태평양 도서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중국은 지난 30일 피지에서 남태평양 10개국이 참가한 제2차 중국-남태평양 섬나라 10개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안보와 경제협력을 아우르는 협정(정식 명칭 '포괄적 개발 비전') 합의를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국은 일부 국가의 반대로 '포괄적 개발 비전' 협정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첸보 주 피지 중국 대사는 "일부 특정 이슈에 대해 10개국 중 몇몇 국가의 우려가 있었다""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절대 무언가를 강압하지 않으며, 개도국 친구들과, 작은 도서국들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안보협정을 맺은 미크로네시아의 파누엘로 대통령은 최근 다른 태평양 섬나라 정상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불필요하게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며 자국은 중국의 구상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파누엘로 대통령은 협정 초안에 담긴 내용에 대해 "우리 생애 중 태평양에서 게임의 판도를 가장 크게 바꾸는 단 하나의 합의"라며 "잘하면 신냉전시대, 최악의 경우 세계 대전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니우에, 쿡제도, 미크로네시아 등이 참가한 이번 회의에서 중국이 제안한 '포괄적 개발 비전' 초안에는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들과 안보 협력 관계를 맺고 중국 공안을 파견해 해당 국가의 경찰을 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남태평양 10개국에 대한 중국의 수백만 달러 규모 지원, 중국과 남태평양 국가들 간 자유무역협정(FTA) 가능성,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 등이 담겼다.

 

이는 '차이나 머니'로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동시에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는 전략적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섬나라가 호주의 앞마당으로 불릴 만큼 호주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미국과 호주는 중국이 추진하는 '포괄적 개발 비전'이 궁극적으로 이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거점 출현으로 이어질지 매우 경계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호주는 지난해 9월 영국과 함께 대 중국 견제에 방점 찍힌 오커스(AUCUS) 안보동맹을 출범했는데,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었다.

 

결국, 이번 합의 불발은 중국과의 포괄적인 협정 체결이 중국에 대한 예속을 유발하고, 미중 경쟁의 한 복판으로 나라를 밀어 넣을 수 있다는 도서국들의 우려와, 미국과 호주 등의 물밑 견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남태평양 도서국가와 '포괄적 개발 비전' 합의를 끌어내진 못했지만, 개별 국가를 상대로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왕이 부장 순방에서 중국은 솔로몬 제도와 무관세 혜택 제공, 무역·투자 편리화, 체육시설 및 병원 건설 지원, 방역 지원, 법 집행 협력, 경찰력 구축 지원, 민간 항공 수송 협력, 기후변화 지원 등에 합의했다.

 

또한, 중국은 키리바시와 방역 협력 및 일대일로 건설 협력 강화, 기후변화 협력, 재해 방지 및 인프라 협력, 사모아와는 친환경 발전 및 기후변화 협력, 경찰학교 건설 지원 등에 각각 합의했으며, 통가와도 방재·농어업·보건 분야의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협정을 체결했다고 어제(6.1) 밝혔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0일 남태평양 10개국 외교장관회의에 보낸 인사말에서 "더욱 긴밀한 중국과 태평양 도서국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남태평양 도서국의 우의는 역사가 유구하고 장소를 초월한다"며 양측 간의 관계가 남남협력(개도국 간의 협력)과 호혜·공영의 모범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시종 남태평양 도서국들과 뜻을 같이하는 좋은 친구이자 난관을 함께 넘어가는 형제이자,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나아가는 좋은 파트너"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싸움울 하면서 남태평양 도서국가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단상]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는 피지가 대한민국을 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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