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대선정국이 시작되기 전만해도 여야 모든 유력 대선후보들이 우리 사회의 정의(正義)를 언급하며 정의의 가치를 최고의 가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부터는 정의 대신 공정(公正)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약을 발표하기 시작하는 요즘은 대선주자들의 입에서 정의나 공정이라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 정의라는 잣대를 대는 것도, 공정(공평한 정의)이라는 잣대를 대는 것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자세히 보면, 정의와 공정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원칙이라는 차원의 정의와 분배와 기회라는 차원의 공정이라는 가치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우리 국민이 정의(正義)와 공정(公正)이라는 잣대로 봐야 쉽게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크게 보편적 정의와 특수적 정의로 나눴는데, 보편적 정의는 넓은 의미의 법으로 윤리, 관습을 의미하기에, 현재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정의는 특수적 정의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특수적 정의도 배분적 정의와 시정적 정의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배분적 정의(配分的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몇 년 전 친구 어머니가 여행 도중 섬에서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져 수술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 어머니가 입원한 지방의 모 대학병원에 병문안 간 적이 있다. 친구는 뱃길이 끊긴 한밤중에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해군본부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해군의 도움으로 육지에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도 대학병원에 간호사로 근무하는 여동생 친구 덕에 빠른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고, 다음날 수술도 서울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삼촌이 대학병원 원장에게 전화를 해, 뇌경색 분야에서 권위 있는 의사로부터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병문안 당시, 나는 친구 어머니가 계신 4인 병실에서 약 10분 정도 그리고 병실 앞 복도에서 약 20분 정도 있으면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먼저 친구 어머니의 경우, 담당 의사가 아닌데도 누구의 연락을 받았다며 중년 의사가 병문안을 했고, 법무팀장과 간호과장 그리고 친구의 여동생 친구 간호사도 친구 어머니 병문안을 하고 갔다. 같은 병실에 있는 나머지 3명에게도 여러 명의 병원 의료진과 직원이 병문안 차 다녀갔다. 그래서 나는 복도에서 만난 친구의 여동생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행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방대한 원리와 이론이 계속 발전하면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인류는 원리와 이론을 만들어냈던 철학자, 과학자, 사상가 등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존경하고 있다. 특히 인류는 원리와 이론을 학문으로 체계화했던 2000여 년 전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공자, 그리고 기독교와 불교를 창시하여 인류의 정신적 기틀을 마련한 예수와 석가모니를 존경하고 있다. 우리가 소크라테스, 공자, 예수, 석가모니를 세계 4대성인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철학과 종교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4대성인 모두가 책을 한 권도 쓰지 않았다. 먼저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을 남겼던 서양 철학의 창시자 소크라테스(BC470 - BC399)는 책을 한 권도 쓰지 않고, 문답식 대화로만 자신의 철학 세계를 펼쳤다. 소크라테스의 대부분의 사상은 그의 제자 플라톤에 의해 책으로 저술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동양 철학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공자(BC551 - BC479) 역시 그가 직접 책을 한 권도 쓰지 않고, 제자와의 문답식 대화로만 자신의 철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내 핸드폰 전화번호 연락처에는 ‘석계포차’가 저장되어 있고 카톡 친구로도 등록되어 있다. 석계포차는 1호선 석계역 1번 출구에 있는 10여 개의 포장마차 중 하나로, 실제는 다른 이름이지만, 내가 편의상 부르는 이름이다. 7년 전쯤 지인과 처음 석계포차에 들렀을 때, 한 가지 음식만 시켰는데, 다른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더 만들어서 우리에게도 준 사장님의 마음씨가 좋아서 지금까지 내 단골이 되었다. 60대 중반의 사장님은 성품이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석계포차는 항상 손님으로 가득했고, 손님들도 다양해서 교수, 정년퇴직자, 정치인, 사업가 그리고 대부분은 노동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포장마차 특성상 주방은 사람 한 명 움직이기도 힘든 곳인데, 사장님은 그 좁은 공간에서 손님이 주문하는 수 십 가지의 음식을 척척 잘도 만들어 냈다. 특히 사장님은 독실한 크리스챤으로 손님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도 앞장섰고, 나에게는 항상 ‘장로님’이라고 불러주었다. 나도 사장님 덕에 거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달 전쯤 석계포차 사장님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카톡 하나가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고등학교 동기 단톡방에 매일 유익한 글과 건강 상식 그리고 가끔 일기예보도 올리는 친구가 있다. 나는 누군가 나에게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오면, 보내는 사람의 성의를 봐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읽어보는 편이라, 친구가 보내는 글과 동영상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동기 친구의 메시지가 다른 사람에게는 의미 없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오는 내용들이 많다. 그런데 어제 저녁 친구가 광복절 대체휴일(8.16)에 예봉산 등산 도중 발목을 다쳐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깜짝 놀라 전화를 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위로전화를 받느라 그런지 한참 동안 전화 연결이 안 되다가 밤 10시가 넘어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친구와 전화를 마치고 난 후, 잠시 동안 친구를 생각하면서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나 스스로가 육적인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그 이유는 평소에 친구가 단톡방에 올린 메시지에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을 때는 전화 한 번 않다가, 발목이 다쳤다고 하니 큰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기 때문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고, 지금도 교육 현장에서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닐 때, 누가 나에게 “어디 사냐?”고 물으면 ‘묵동’이라고 대답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누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칠보’라고 대답했다. 대학교 다닐 때, 누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정읍’이라고 대답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할 때, 누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전북‘’이라고 대답했다. 외국에서 근무할 때, 누가 나에게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물으면, ‘대한민국’이라고 대답했다. 내가 태어난 곳이 전북 정읍군 칠보면 무성리 묵동이고, 나의 생활무대가 점점 더 큰 행적구역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칠보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줄곧 거기서 사는 중학교 동창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아마 그 동창은 ’정읍‘이나 ’전북‘이라고 대답하지 않고, ’칠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읍‘이나 ’전북‘은 살아보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떤 모임이냐에 따라서도 고향이 다르다. 나의 경우, 초등학교나 중학교 모임에서는 ’묵동‘이 고향이고, 고등학교 모임에서는 ’칠보‘가 고향이고, 대학교 모임에서는 ’정읍‘이 고향이고, 사회 모임에서는 ’전북‘이 고향이다. 그래서 나를 아는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최근 2020도쿄올림픽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각국 방송사마다 실시간으로 메달 집계와 함께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어제(8.2)까지 집계된 올림픽 순위를 살펴봤더니, 중국 방송사에서 집계한 순위와 미국 방송사에서 집계한 순위가 아래 표와 같이 달랐다. 순위 국가 금 은 동 계 1 중국 29 17 16 62 2 미국 22 25 17 64 3 일본 17 6 10 33 4 호주 14 4 15 33 5 ROC 12 21 17 50 6 영국 11 12 12 35 7 프랑스 6 10 7 23 8 독일 6 6 11 23 9 한국 6 4 9 19 10 네달란드 5 7 6 18 순위 국가 금 은 동 계 1 미국 22 25 17 64 2 중국 29 17 16 62 3 ROC 12 21 17 50 4 영국 11 12 12 35 5 일본 17 6 10 33 6 호주 14 4 13 33 7 프랑스 6 10 17 23 8 독일 6 6 11 23 9 한국 6 4 9 19 10 네덜란드 5 7 6 18 중국 방송사는 금메달이 많은 순서대로 국가 순위를 매겨 중국이 1위라고 발표했고, 미국 방송사는 금·은·동 메달의 총수로 순위를 매겨 미국이 1위라고 발표
중국은 명나라 때 15세기를 전후하여 남중국해 연안 국가와 무역을 하면서 항구 중심으로 중국인 정착촌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말레이반도의 말라카왕국에 중국 남자들이 정착하여 말레이인 여자들과 결혼하면서, 다른 연안 국가와 달리 독특한 페라나칸 문화를 만들었다. *말레이=말레이시아+싱가포르 즉 페라나칸(Peranakan)은 말레이반도로 이주해 온 중국인 남자와 말레이인 여자 사이에서 탄생한 인종과 문화를 일컫는 말이며, 남성은 바바(baba), 여성은 논야(nonya)라고 부른다. 페라나칸 문화는 포르투갈의 침략과 네덜란드와 영국의 점령 기간을 거쳐 중국과 말레이시아 문화에 유럽 문화까지 혼합되어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갖게 되었고, 사회학자들은 페라나칸 문화가 싱가포르 문화의 뿌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15세기경 중국인이 말레이반도에 들어왔고, 말레이반도 중에서도 남단의 작은 섬 싱가포르에 중국인 남자와 말레이인 여자가 결합한 페라나칸이 정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으니, 싱가포르가 거대한 차이나타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600여 년 전, 당시 남중국해 연안 국가에 정착한 중국인은 대부분 무역을 했던 남자여서 말레이반도에서와 같이 현지인 여자와 결혼해서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25일) 밤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한국이 루마니아를 4:0으로 이겼다. 어제 대승으로 한국은 B조(한국, 루마니아, 뉴질랜드, 온두라스)가 모두 1승1패를 기록한 가운데 득실 차 +3을 기록해 B조 선두로 올라섰다. 첫 골은 전반 27분 루마니아 주장 마리우스 마린의 자책골이었고, 두 번째 골은 후반 14분 이동경의 중거리 슈팅이 상대 수비수와 엄원상을 맞고 골로 이어졌고, 세 번째 골은 후반 38분 설영우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얻어낸 파울을 이강인이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했고, 이어 후반 45분에도 이강인이 네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어제 경기에서 모든 선수가 선전했지만, 단연 돋보인 MVP 선수는 후반 15분만 뛰고 멀티골을 넣은 이강인이었다. 어제 경기를 시청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한국의 양대 정당(민주당, 국민의힘)이 어제 루마니아와 경기를 치렀던 한국 축구대표팀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봤다. 먼저 한국 대표팀이 루마니아 주장 마리우스 마린의 자책골에 의해 반사이익을 얻었듯이, 한국의 양대 정당도 상대 정당에서 제일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오후 거실의 에어컨이 고장 났다고 아내로부터 연락이 와, 에어컨 수리업체 5-6 군데에 전화했더니, 기계 결함이면 고칠 수 없고, 에어컨 설치도 모두 예약이 밀려 있어 1주일 이상 걸린다고 했다. 어느 친절한 수리업체가 에어컨 메이커 서비스센타에 전화헤보라고 해서 알아봤더니, 거기도 서비스 접수가 많아 15일 이상 걸린다고 했다. 최근 장마 후 낮 기온이 36도를 넘나들며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밤에는 열대야현상까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가 안 된다니 나와 아내는 무척 난감했다. 그래서 에어컨 메이커에 다니는 후배에게 상황을 말했더니, 몇 년 전까지는 메이커가 수리업체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거나 비정규직 사원을 통해 빠른 서비스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자체서비스로 돌렸기 때문에, 특히 성수기 서비스 품질지수가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설명해줬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서비스센타에 전화해서, 8월 5일에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다행히도 아내가 인터넷을 검색하여, 센서 고장일 수 있으니 전원을 껐다 켜보라는 정보를 얻어, 지금은 언제 또 멈출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가동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