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나는 고향이 전라도라 어렸을 때부터 전라도와 경상도를 비교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자랐다.
특히 경상도에서는 군 장성이 마을마다 한 명 꼴 나오는데, 전라도에서는 군 단위에서 한 명 나오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경상도 출신 대통령이 계속 정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전라도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어른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래서 나는 최근까지도 경상도 정권으로부터 전라도가 피해를 많이 봤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특히 군 인사 문제에서는 전라도가 철저히 배척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5.14) 고등학교 반창회 모임에서 헌병대 대령으로 예편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지금까지 내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는 육사 입학생의 50% 이상이 경상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고, 전라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15%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장성 인사 때마다 전라도 출신이 경상도 정권으로부터 피해를 본 게 아니라, 경상도 출신 장성 진급 대상자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경상도 출신 장성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석했던 교수 친구도 현재 전라도 인구는 520여만 명이지만, 경상도는 1,320여만 명이라며, 전라도의 두 배가 넘는 경상도 인구수인데도, 지금까지 전라도 사람들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동등한 인구 규모로 놓고 여러 가지 사회현상 등을 비교하는 오류를 범해왔다고 했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비교에서 전라도 사람들이 잘못 생각해왔다는 위 두 명의 친구 얘기를 듣고 있던 작가 친구가 반대로 경상도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도 있다면서 말을 꺼냈다.
수도권의 외곽지역에는 대부분 전라도 출신이 국회의원도 지자체장도 기초의원도 다 차지하고 있고, 특히 지역 상권을 전라도 사람들이 다 잡고 있다며, 이에 경상도 출신의 불만이 많은데,
이는 수도권의 외곽지역에 전라도 출신이 경상도 출신보다 약 2배 이상 많이 살고 있는데도, 경상도 사람들이 경상도와 전라도를 동등한 인구 규모로 놓고 여러 가지 사회현상 등을 비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위 세 명의 친구 이야기를 통해, 경상도와 전라도의 갈등 문제는 비교대상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부족해서 발생했다는 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물론 혹자들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주의 문제가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적인 계산에 의해 생겨났다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가 비교대상에 대한 설명과 이해 부족으로 인해 갈등의 불씨가 번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후보)을 살펴보니, 절반 이상이 서오남 즉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이고, 인수위원 인선에서도 당시 서오남이 주류를 이루었다.
서오남과 비서오남을 비교해 볼 때, 내각에 들어올 만한 후보군의 50% 이상이 서오남이라는 점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서오남과 비서오남의 비교대상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정확히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서오남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우리 사회가 서오남을 가지고 계속 논쟁거리로 삼는다면, 우리는 다시 쓸데없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다툼 즉 경전분규 같은 소모전을 벌여야 할 것이다.
비교대상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해답이 아닐 수 없다.
단체나 개인 간의 갈등도 비교대상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우리가 명심해야 한다.
군에서 왜 경상도 출신 장성이 많냐고 물어보는 것이나 수도권 외곽지역에서 왜 전라도 출신 단체장이 많냐고 물어보는 것은 왜 SKY대 출신 검사(78%)가 비SKY대 출신 검사보다 많냐고 물어보는 거나 같지 않을까?
[단상]
비교는 비교대상이 동등한 위치에 있을 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금주도 화이팅하는 한 주가 되시기 바랍니다.
@@고등학교 21회(1978년 졸업) 3학년 1반 반창회 / 5.14(토), 인왕산 산행 후 '운현궁설렁탕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