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만들어서 기뻐할 만한 것을 만든다. 나는 그림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전혀 모른다. 그런 것들을 설명하는 건 화가의 일이 아니다. 화가는 어떤 이유를 의식하지 않고 그저 그림을 그릴 뿐이다. 깃발도 그리고 싶어 그렸을 뿐이다."
- 재스퍼 존스
재스퍼 존스의 <깃발>은 지금까지 거래 결과가 알려진 생존 작가 미술 작품 중 가장 비싼 것이다. 살아 있는 작가의 작품이 이렇게 비싼 것은 의미가 있다. 비싼 작품은 대부분 미술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과거 작가들의 것이다. 이미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내려진 죽은 작가들 작품이므로 투자하기에 안전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존스는 아직 살아 있는데도 미술사와 시작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으니, 역사적 평가가 빨리 이루어진 셈이다.
미국에서추상 표현주의가 높이 평가받았으나, 작품이 아무리 작가의 내면을 표현하는것이 예술의 목표라 해도 무엇을 소재로 그렸는지 전혀 알 수 없는건 심하다고 생각하게 된 존스는 이때 '소재'라는 것을 다시 그림의 중요한 요소로 끌어들였다. 그가 그림 속으로 끌어들인 소재는 성조기, 미국 지도, 알파벳 글자, 숫자, 과녁 등 대중에게 아주 익숙한 기존 이미지들 이었다. 대신 그 이미지들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표현되었다. 이를테면 존스는 <깃발>을 그릴때 왁스를 녹여서 바르고 그 위에 유화로 그리는 납화기법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