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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계약] 1부. 계약서 위에 법이 있다.

○ 불공정한 계약

 

지입차주인 A씨는 물류회사인 B회사와 화물차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한 후, B회사 앞으로 화물차의 소유권이전등록을 해주었습니다. A씨는 매월 20만원의 운영관리료를 B회사에게 지불해야 했으나, 4개월 간 약 80만원의 운영관리료를 연체하고 말았습니다. 운영관리료가 계속 연체되자 B회사는 A씨에게 위·수탁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였고, 이에 A씨는 B회사에게 화물차의 명의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B회사는 계약에 의하여 화물차량은 B회사의 소유가 되었으니, 돌려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A씨는 B회사로부터 차량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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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회사가 주장하는 계약서 상의 계약내용


A(지입차주)가 이 사건 계약상의 부담을 3개월 이상 체납하거나 법규사항 및 행정지시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경우, B(지입회사)는 이 사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으며, A의 차량을 회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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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민법, 특히 계약법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대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즉, 계약을 체결할지, 누구와 체결할지, 어떠한 내용으로 체결할지 등은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계약 내용을 A씨가 B회사와 협상을 통해 자유로이 정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위 계약 내용은 언뜻 보더라도 A씨에게 잘못에 비하여 큰 손해를 감수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렇지만 A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B회사의 요구 맞추어 위 계약에 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죠.

위 사례 같이 B회사가 스스로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 내용을 정해놓은 후, 문제가 생겼을 때 ‘계약서에 적혀있으니 어쩔 수 없어!’라고 주장한다면, 그 계약 상대방인 A씨는 얼마나 억울할까요. 그러나 다행히도 법은 불합리한 계약에 의하여 피해보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과 민법에 여러 구제방안들이 마련되어 있으며, 화물물류 영역에 특화된 구제방안들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3가지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제방안들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 회사의 횡포를 막아주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먼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짧게 줄여 약관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약관에 의하여 체결된 불합리한 계약을 규제하는 법입니다. 여기서 ‘약관’이란 사업자가 다수의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 작성해 놓은 계약의 내용을 의미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은행에서 예금통장을 만들 때, 보험에 가입할 때, 리스계약을 체결할 때 고객들은 서비스에 대하여 설명을 받은 후, 미리 만들어져 있는 계약서에 서명날인만 함으로써 계약을 체결하지 구체적으로 그 내용에 대해 협의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상당수의 계약들이 약관에 의해 처리되고 있습니다.

약관에 의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약관을 작성하는 사업자가 더 우월한 지위에 있게 됩니다. 사업자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약관을 만들어 놓으면 이를 수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를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고객은 약관이 부당하더라도 사업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약관법은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서 불공정한 계약 내용을 고객에게 강요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약관법은 제6조부터 17조까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으로 약관을 작성하면 무효가 되는지 자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이 많으니 중요한 몇 개 조항만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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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반원칙) ①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이다.

②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1.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2.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3.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전문개정 2010.3.22.]

 

8(손해배상액의 예정)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 손해금 등의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로 한다.

[전문개정 2010.3.22.]

 

9(계약의 해제해지계약의 해제·해지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무효로 한다.

(생략)

4.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한 원상회복의무를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과중하게 부담시키거나 고객의 원상회복 청구권을 부당하게 포기하도록 하는 조항

5.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한 사업자의 원상회복의무나 손해배상의무를 부당하게 경감하는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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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법 제6조는 일반조항이며, 7조부터는 ‘공정성을 잃었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어떠한 약관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것인지’ 6조의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위 사례의 문제가 된 계약내용 중 ‘차량을 회수할 수 있다’라는 부분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본다면 약관법 제8조에 위반된 것이고, A씨가 원상회복청구권을 포기하는 조항으로 본다면 약관법 제9조 제4호를 위반한 것이 됩니다. 실제 위 사례에서 전주지방법원은 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의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법원은 특히 A씨의 미납 관리료가 828,000원에 불과한 반면, B회사가 취하는 차량가격은 6,028,480원에 달하여, 미납 관리료가 차량가액의 14%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 불공정한 계약을 제한하는 최후의 보루 민법

 

민법은 총칙에서 계약이 유효하기 위한 조건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건들은 크게 ① 계약의 당사자와 관련된 조건, ② 계약의 목적 및 내용과 관련된 조건, ③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사표시와 관련된 조건으로 나누어집니다. 이 중 본 사안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은 계약의 목적 및 내용과 관련된 조건일 것입니다. 민법은 계약의 내용이 적법하지 않거나, 그 내용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을 경우 이를 무효로 하고 있습니다.

계약이 적법한지를 따지기 위해서는 관련법규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위 사안에서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관련법규가 될 것입니다. 이는 뒤에서 곧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민법은 또한 제103조에서 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 이를 무효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법 제104조에서는 계약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경우’ 이를 무효라고 하여 103조를 보충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위 사안이 민법 제103조 또는 제104조에 의하여 무효인지 단정적으로 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민법 제103조, 104조가 적용될 지는 전적으로 법관의 판단에 맡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민법 제103, 104조에 의존하기 보다는 약관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등의 특별법을 활용하여 불공정한 계약으로부터 구제받는 것이 더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입니다. 다만, 이러한 각종 특별법들을 이용하여 구제받을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인 경우에도 최후의 수단이 하나 더 있는 셈이죠.



○ 불공정 지입계약을 제한하기 위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줄여서 화물자동차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은 제40조에서 제40조의 5까지 지입계약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물자동차법 제40조는 지입차주를 보호하기 위하여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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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경영의 위탁① 운송사업자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면 다른 사람(운송사업자를 제외한 개인을 말한다)에게 차량과 그 경영의 일부를 위탁하거나 차량을 현물출자한 사람에게 그 경영의 일부를 위탁할 수 있다.  <개정 2011.6.15.>

(생략)

⑦ 3항에 따른 위·수탁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  <신설 2015.6.22.>

1. 운송계약의 형태·내용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추어 계약체결 당시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하여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

2. 계약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인 정함이 없거나 당사자 간 이견이 있는 경우 계약내용을 일방의 의사에 따라 정함으로써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한 경우

3. 계약불이행에 따른 당사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과도하게 경감하거나 가중하여 정함으로써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한 경우

4. 민법 및 이 법 등 관계 법령에서 인정하고 있는 상대방의 권리를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경우

5. 그 밖에 위·수탁계약의 내용 중 일부가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하여 해당 부분을 무효로 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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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조 제7항의 내용은 약관법 내용과 유사합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내용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화물자동차 위수탁계약에 관한 보통약관’에 지입회사와 지입차주가 협의하여 (또는 지입회사가 강력히 요구하여) 불공정한 조항(특약)을 추가한 경우, 이렇게 추가된 조항은 미리 준비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약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불공정하더라도 약관법에 의해 보호되지 않죠. 화물자동차법의 위와 같은 조항 덕분에 지입회사가 지입차주를 압박하여 불공정 조항을 추가하더라도 지입차주가 보호될 수 있습니다.



○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다투어 볼 일이다.


기명날인 (記名捺印), 사인을 하고 도장을 찍는 일은 항시 신중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간단한 문구를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계약서를 읽고, 또 설사 부당하다고 생각되어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계약서에 기명날인을 하였다고 하여 억울해도 무조건 참아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간략히 소개한 구제수단 이외에도 민법과 특별법들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규정 (예를 들면, 약관으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사업자가 그 내용을 설명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소개하지 못한 각 종 보호규정들을 더 두고 있습니다. 계약서의 문구 하나 때문에 생계의 수단이 날아가고, 잘못에 비해 너무 가혹한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된다면, ‘이 계약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도장은 찍었지만, 내가 정말 이렇게 당해야해?’ 라는 의심을 한번 쯤 가져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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