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임진강 근처에 사는 80대 노인을 만나 장시간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노인의 임진강 근처 전원생활은 서울에서 꽤나 성공한 아들이 공기 좋고 한적한 곳에 전원주택을 지어드릴테니 가기서 사시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면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10년 전 당시 노인은 친한 친구가 위암 수술을 받고 치료차 요양원으로 가는 것을 보고, 그래도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선뜻 전원생활을 택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에 임진강 주변에 전원주택이 많이 지어졌는데, 대부분 80대 노인들이 입주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잘 나가는 자식들이 병 들고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요양원으로 보낼 수 없어, 공기 좋고 지자체의 의료서비스도 좋은 임진강 근처를 택했다는 게 노인의 설명이었다. 언젠가 임진강 주변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 이유가 젊은이들이 떠난 자리를 외부에서 노인들이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노인과 대화중에 자식들이 부모를 임진강 근처로 보낸 이유가 부동산투기 목적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 만난 노인도 10년 전 2억에 산 땅이 지금은 10억이 넘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1년 전(2020.11.19)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전관예우 방지법안에 이어 후관예우 방지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그 후 후관예우 방지법은 지난 2021년 6월 19일부터 시행되었고, 현재 5개월째 되었는데, 아직까지 조용한 걸 보니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전관예우(前官禮遇)는 전직 관리에 대한 예우를 의미하며, 특히 법조계에서 갓 개업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면 무조건 승소하고, 대신 수임료가 다른 변호사에 비해 2~3배 비싼 현상을 말한다. 전관예우 방지법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판·검사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면, 현역 판·검사가 2년 정도 전관예우를 해주는 게 관례였다. 특히 소송 상대방과 상대 변호사가 있어 법정공방이 필요한 민사사건 보다는 해당 변호사의 동료 판·검사를 상대하면 되고, 대부분 법리논쟁이 심하지 않는 형사사건에서 전관예우가 성행했다. 그러나 전관예우에 대한 폐단이 사회문제로 번지자, 2011년 판·검사가 변호사 개업 시, 퇴직 이전 1년 이상 근무한 곳에서의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변호사법을 개정했다. 그런데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변호사법 개정 이후 실제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요즘 어린이집이 요양원으로 많이 바뀌고 있는데, 저출산·고령화로 어린이는 줄고 노인은 늘어나는 ‘인구 역피라미드 시대’의 상징적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상가도 학원도 심지어는 목욕탕까지 요양원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인데도, 요양원에 들어갈 자리기 없어 항상 대기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선 요양시설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노인만 수십만 명이 넘어 '대기노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사실 노인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풍경은 종교단체나 자선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 장소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노인이 늘어나거나 빈곤층 노인이 증가하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대기노인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에 익숙하지 못해 발생하는 대기노인이 왠지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 같다. 은행에서 송금이나 출금을 하기 위한 대기자들이 대부분 자동입출금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노인이고, 관공서에서 각종 서류를 떼기 위한 대기자들 역시 무인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노인이고, 병원이나 자동차 검사소에서도 대기자들이 많이 있는데, 온라인 접수를 하지 못해 현장 접수를 해야 하는 노인이다. 커피숍이나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요즘 여야 대선후보가 내년 대통령선거 캐스팅보터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매주 타는 민생버스(매타버스)' 전국 순회 이틀째인 지난 주말(13일) 스튜디오와 좌석이 마련된 버스 안에서 지역청년 4명과 함께 '국민반상회'를 진행했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청년들을 향해 "여러분이 새 시대를 열고 정치를 바꾸시라. 제가 여러분의 시대로 가는 다리가 되겠다."며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여야 대선후보가 2030세대의 표심에 적극 구애하고 있는 데도, 여야 정당은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당의 입장에서 젊은 세대를 안을 수 있는 최고의 공약은 대선 후 3개월 만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비율을 당규로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규로 정하지 못하고 있는 이런 정당을 향해 지난 2월 젊은 정치인 육성을 목표로 출범한 비영리단체 ‘뉴웨이즈’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2030세대에 더 진심인 정당 찾기’ 캠페인을 지난 3일부터 전개하고 있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뉴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11월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광주를 찾아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논란에 대해 사과를 하자, 때마침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떠올랐다.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은 "상서러운 일이 생길 징조다"며 좋아했고, 항의하기 위해 모인 인파는 "오죽하면 하늘도"라며 비하하는 등 각각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그제(11월 9일) 전남 구례의 한 마을에도 쌍무지개가 떠올랐고, 주민들은 "구례에 상서로운 일이 생길 예감이 든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무지개는 비가 내리거나 비 갠 뒤 한쪽 하늘에 떠 있는 빗방울에 의해 생기며, 빗방울 반대쪽에서 오는 햇빛이 굴절, 분광, 반사되어 안쪽이 보라색, 바깥쪽이 빨간색으로 배열된 햇빛 스펙트럼이다. 쌍무지개는 무지개 바깥쪽에 또 다른 무지개가 있는 것으로, 빗방울 안에서 빛의 반사가 두 번 일어날 때 만들어지며, 바깥쪽 무지개 색 배열은 안쪽이 빨간색, 바깥쪽이 보라색이다. 그리고 안개나 반지름이 30μm(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물방울의 경우 무지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안개무지개(fogbow)라고 하고, 태양 빛이 아니라 달 빛으로도 무지개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난 29일 장흥군 용산면 덕암마을 30포구 일원에서 마을 주민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천 주변 잡초를 제거하는 등 울력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내가 어렸을 때도 마을에 도로가 망가지거나 장마로 둑이 무너지면 마을 사람을 동원하여 도로를 정비하고 둑을 재건하는 울력이라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울력은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하는 일을 말하며, 마을 공동체에서 노동이 필요할 때, 보수를 받지 않고 하는 일로, 마을 사람은 누구나 참여해야 했다. 특히 울력은 농번기 때, 서로 일손을 도와주면서 노동력의 대가를 인정받는 품앗이와 달리,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큰일을 추진할 때, 무보수지만 의무성을 띠고 있는 게 특징이다. 울력이 주로 마을의 둑 쌓기, 보 만들기, 다리 보수 등 개천과 관계되는 일에 많이 동원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울력하면 왠지 천(川)과 관계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부는 오늘(11월 1일)부터 우리나라가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와의 싸움을 마치고,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이한다고 밝혔다. 위드코로나는 코로나를 사회적으로 중대한 질병으로 취급하기 보다는 감기와 같은 일상적인 질병으로 여기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오늘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난 25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자칭 흙수저라고 주장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1980년대에 20대의 나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금수저에 올랐다”고 말했다. 금수저는 부모의 재력과 지위가 좋아 경제적 사회적 풍족함을 누리는 자고, 반대로 흙수저는 부모의 재력과 지위가 좋지 않아 경제적 사회적 풍족함을 누리지 못하는 자를 말한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분명 부모의 재력이나 지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윤석열 후보는 부모 대신 공무원임용시험을 적용하여, 5급에 합격한 자는 금수저 공무원이고, 9급에 합격한 자는 흙수저 공무원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나는 윤석열 대선후보의 발언을 놓고,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서 “그러면 9급부터 시작하는 공무원은 흙수저라는 말이냐”라고 공격할 즐 알았는데, 그런 뉴스는 보이지 않았다. 한편, 어제(26일)는‘새로운물결’ 발기인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5급 행정고시를 폐지하겠다.”는 대선 1호 공약을 발표했다. 행정고시 합격만으로 보장되는 금수저 5급공무원을 뽑지 않고, 경력직과 내부승진으로 충원하겠다는 게 주요 요지다. 윤석열 대선후보나 김동연 대선후보는 금수저가 단지 부모의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난주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에 4800MW급 LNG발전소 프로젝트를 지난 7년 동안 추진해온 H기업의 L회장을 만났다. 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북부 수마트라 숙원사업인 LNG발전소 프로젝트를 한국의 중견기업이 수주했다는 점에서도 감동을 받았지만, L회장의 나라사랑 스토리에서도 큰 감동을 받았다. H기업은 내년 1월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에서 인도네시아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정부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착공식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1개월 전 H기업의 L회장은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 주정부 주지사로부터 착공식 한 달 전에 들어와 행사를 점검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갑자기 깊은 고민에 잠기고 말았다. L회장은 본인이 대표를 맡고 있는 국내 모 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구국운동이 대선정국을 앞둔 대한민국 정치사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L회장은 2주 전 북부 수마트라 주정부에 착공식 연기를 통보했고, 이에 당황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까지 동원하여 L회장에게 내년 1월 착공식을 예정대로 진행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L회장은 조코 위도도 대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난주 포항에서 일을 보고 돌아오는 KTX안에서 30여 년 동안 전주에서 서예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옛날 추억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친구는 5세부터 할아버지로부터 한문과 서예를 배웠고, 학창시절 내내 서예에 몰두하더니 20대에는 큰 대회에서 대상을 여러 번 수상했으며, 대학 졸업 후에 전주에서 자리를 잡고 지금까지 서예에만 몰두해온 친구다.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일반 사람과 생각의 방향이 다르고, 행동의 방향도 달라서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KTX안에서 친구와 나눴던 세상 돌아가는 대화 역시 친구와 내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아직도 과거에 멈춰 있는 친구라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KTX에서 내려 전철을 타고 귀가하던 도중, 나는 친구로부터 “KTX를 타면 앞으로 가지만, 전철을 타면 옆으로 가지?”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친구와 내가 다른 것은 구식과 신식의 차이가 아니라, 방향성의 차이였던 것이었다. 나는 친구 문자를 보고, 전철이 없는 전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앞으로 가지만, 수도권에서 대중교통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느 해건 평년에는 1월과 10월의 달력이 같기에, 2021년 달력도 1월과 10월의 달력이 요일과 날짜까지 그 배열이 똑같다. 1월, 1~2월, 1~3월,1~4월, 1~5월, 1~6월, 1~7월, 1~8월 각각의 합인 31일, 59일, 90일, 120일, 151일, 181일, 212일, 243일은 7로 나누었을 때 떨어지지 않지만, 1~9월의 합인 273일은 7로 나누었을 때 딱 떨어지기 때문에, 1월 1일과 10월 1일은 요일이 같고, 1월과 10월은 큰 달로 둘 다 31일까지 있기 때문에 1월과 10월 달력은 똑같다, 1월과 10월은 달력이 똑같을 뿐만 아니라, 1월은 1/4분기 첫 달이고, 10월은 4/4분기의 첫 달로, 분기의 첫 달인 것도 같다. 그러나 1월은 한 해의 첫 분기의 첫 달로, 분기와 달이 둘 다 시작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10월은 한 해의 마지막 분기의 첫 달로, 분기는 마지막의 의미를, 달은 시작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10월이 더 의미 있는 이유가 바로 한 해의 마지막 분기에서 시작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10월은 국경일과 법정기념일이 아래와 같이 15일이나 되는 달로, 3-4개에 불과한 다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45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제주도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 가방 안에는 귤 한 박스와 용두암 해변에서 주운 주먹만한 현무암 하나가 들어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친구들도 부모님 선물로 귤을 사왔고,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현무암을 하나씩 주어왔다. 수학여행 다녀온 후, 귤은 먹어서 없어졌지만, 현무암은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해서 현무암을 볼 때마다 제주도를 기억할 수 있었다. 작년에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45년 전, 용두암에서 주운 현무암이 생각나서 우도 해변에서도 자그마한 현무암 하나를 주었다. 그런데 펜션 사장이 제가 주어온 현무암을 보더니, 현무암을 가지고 나가다가 공항 검색대에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귀뜸해줘, 펜션 뜰에 놓고 왔다. 어제 딸이 남편과 함께 시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연락이 와서, 현무암을 절대 가지고 나오면 낭패당한다고 알려줬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 현무암을 가지고 나가다가 공항에서 회수된 양이 매주 컨테이너 2-3개 이상이었다고 한다. 제주도가 2012년부터 제주도의 돌을 보존하기 위해 타 지역으로의 반출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아침 차를 타고 수도권 외곽을 달리면서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 들녘을 볼 수 있었다. 나는 20년 전, 모 신문사에 기고한 칼럼 ‘옐로우 카드’에서 “노랗게 물든 가을 황금들녘이 정부와 사회와 국민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언급한 이후, 매해 가을 들녘을 볼 때마다 옐로우 카드를 연상해왔다. 그래서 어제 가을 황금들녘이 우리나라에 주는 경고의 메시지도 생각해봤다. 나는 “대선정국으로 인해 불거진 굵직한 사건들을 제대로 매듭 짓지 않고, 정쟁으로 대충 넘긴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황금들녘이 주는 경고의 메시지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이 진영논리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쳐 편향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특히 대선후보들의 공약이나 경선 토론회에서 주장하는 정책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면, 역시 우리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메시지로도 들렸다. 어제 오후 돌아오면서 차를 잠깐 세우고 아침에 지났던 가을 들녘을 자세히 봤더니, 탐스러운 낟알을 노리는 참새 떼를 쫓아내기 위해 나무, 짚, 옷가지 등으로 만든 농부 모습의 허수아비도 여기저기 서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허수아비가 거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