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중국은 한반도와 육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침략과 내정간섭 등으로 근세까지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였다. 일본 역시 한반도와 해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36년 동안 나라를 빼앗긴 경험이 있어, 우리나라와는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로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다. 6.25전쟁으로 나라가 나뉘면서 북한 또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가장 먼 나라가 되어 왕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방 이후 지금까지 2억만리 떨어져 있는 미국과 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대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 원래 가까운 나라와 사이가 좋아야 경제나 문화 교류에서 손실이 적은데, 우리나라가 가까운 나라와는 멀리하고 먼 나라와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뭔가 순리에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과는 전쟁이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북한과는 분단이라는 아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깝지만 먼 나라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가까운 나라들과 어쩔수 없이 밀접한 교류를 하고 있는데도, 멀리 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이 안타깝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전라도와
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초 시골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던 나에게는 지금도 새마을운동 관련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시골 마을에 회관이 지어졌고, 회관 옆에는 항상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시멘트가 쌓여 있었고, 집집마다 지붕을 볏짚에서 슬레이트로 개량했고, 학생들은 매일 새벽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는 새마을운동 노래를 들으면서 동네 골목길을 청소했다. 특히 장마철이면 마을 어귀의 200m쯤 되는 비포장도로가 진흙탕 길로 변해, 당시 면사무소에서는 매년 여름이면 1인당 장화를 한 켤레씩 무상으로 지원해줬다. 그리고 내가 중학교 2학년쯤 되었을 때, 면사무소 직원이 마을 주민들을 모아놓고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전체 금액 중 장화 지원금이 1/5을 차지하여, 다른 부분에 혜택을 주지 못한다면서 대책회의를 여러 번 했고, 결국 이듬해 정부지원금과 마을회비 그리고 마을의 청년들과 어른들의 노동력 동원으로 비포장도로를 시멘트로 포장하게 되었다. 만약 면사무소 직원의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시골 마을은 계속 정부의 전체 지원금의 1/5을 장화 지원받는데 사용해야 했고, 그래서 다른 분야가 더디게 발전하는 악순환이
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오늘(18일)은 절기상으로 날씨가 포근해서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인데도, 강한 바람과 함께 아침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져 오히려 비가 얼 정도 되었으니, 이는 절기의 역설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역설(Paradox)은 어떤 주장에 반대되는 말이나 이론을 의미하지만, "논리적으로 모순인 것 같으나, 깊이 생각해보면 그 속에 진리를 담고 있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 그래서 역설은 단순히 앞뒤의 말이나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모순과는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우리는 문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시적인 표현(작은 거인 등)’ 같은 역설을 뛰어 넘어, 논리적인 부문에서도 역설을 잘 이해해야 모순이나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개체는 타당한데 전체는 타당하지 않거나, 전체는 타당한데 개체는 타당하지 않는 경우 역설의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개인경제는 저축하는 것이 좋지만, 국가경제는 소비가 필요하듯이, 우주의 원리로는 타당하나 지구의 원리로는 타당하지 않는 것도 역설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우주에서는 무중력이라 서 있던지 누워 있던지 동일하나, 지구에서는 서 있는 것과 누워 있는 것이 구분되듯이,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컴퓨터 자판에는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영어의 알파벳 키에 한글의 모음 및 자음이 겹쳐있는 메인 키가 있고, 그 외 보조키가 여러 개 있다. 특히 보조키 중에 한글과는 전혀 상관없는 키가 있는데, 컴퓨터 자판의 좌측 중단에 위치하여 영어 대문자와 소문자를 바꿔주는 Caps Lock 키다. (Caps:대문자, Lock:자물쇠) Caps Lock 키를 눌러 기능을 활성화하면 영어 알파벳은 기본적으로 대문자로 입력되고, 다시 한 번 키를 눌러 기능을 해제하면 소문자로 전환된다. 한글이나 한자를 비롯하여 아랍 문자, 태국 문자에서는 대문자와 소문자의 구별 없이 한 가지 형태의 문자만 쓰지만, 유럽계열의 언어 문자에서는 같은 글자를 대문자와 소문자로 구별하여 쓴다. 유럽계열의 문자도 처음에는 대문자만 존재했는데, 이는 고대사회가 점토나 딱딱한 재질에 문자를 써야 해서 주로 직선으로 이루어진 대문자가 편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후 파피루스, 양피지같이 부드러운 재질의 기록매체가 생기면서 곡선을 표현하는 것이 쉬워졌고, 빠르고 편리하게 필기하기 위해서는 곡선을 많이 써서 획수를 줄일 필요가 있어 생긴 글자가 소문자라고 한다. 대문자와
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인류의 4대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문명(BC 6500년경), 황하문명(BC 5000년~4000년), 이집트 문명(BC 3000년경), 인더스 문명(BC 3000년~1,000년)이다. 4대 문명 발상지는 북반구에 있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을, 황하문명은 황하강을,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을, 인더스 문명은 인더스강을, 즉 큰 강을 끼고 있다. 그래서 토지기 비옥하여 농사 짓기 좋다는 점 때문에 문명 발상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인류는 4대 문명 발상지를 중심으로 고대국가를 세웠는데,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서남아시아와 유럽 국가, 황하 문명에서는 중국, 이집트 문명에서는 수단, 이집트 등 아프리카 국가, 인더스 문명에서는 인도가 고대국가로 발전해왔다. 한편 세계 4대 종교는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다. 기독교는 로마가, 이슬람교는 오스만제국이, 힌두교와 불교는 인도가 그 발상지다. 그러나 중국이 인도의 힌두교를 수입하여 불교를 집대성한 후 다시 수출하였으므로, 불교의 제2의 발상지는 중국이다. 여기서 세계 문명 발상지이면서 세계 종교의 발상지인 나라가 중국과 인도라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수천 년 전부
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영상과 영하권을 오르내리고 눈비가 번갈아 내리는 요즘, 기상청의 날씨 예보 자체만 믿었다가는 큰 코 닥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날씨 예보 영역이 대기에 국한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주로 대기온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농사짓는 농부는 땅 속 온도도 중요하고, 도로 위를 달리는 운전자는 노면온도도 중요한데, 기상청이 아직 세부적인 정보까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2년 전,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사고를 잊을 수 없다. 당시 대기온도가 영상이었고 이슬비까지 내리고 있는 상항이었지만, 노면온도는 영하 9도로 살얼음판이었던 게 주요 원인이었다고 한다. 만약 당시 기상청이 “대기온도는 영상이지만, 이슬비에 젖어 얼 수 있는 노면의 온도는 영하 9도다”고 발표했거나, 한국도로공사가 터널 입구 전광판에 ‘빙판 조심’이라는 사인만 했어도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기온도 예보 속에 숨어버린 노면온도가 부른 참사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앞으로 기상청에서 겨울철 날씨 예보를 할 때는 노면온도도 함께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상청이 가끔 '블랙아이스 주의보'를 내린다고는 하
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오래 전 친구로부터 머리를 잘 깍는다는 이발소를 소개받고 신설동에 있는 허름한 이발소를 찾았다. 이발소 안에 들어서자 70대로 보아는 이발사는 막 손님의 머리를 깍기 시작했고, 2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이발사는 대기하는 손님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발 중인 손님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대기시켜놓고 관심도 없는 서비스 빵점의 이발사가 얄미웠지만 끝까지 참고 순번을 기다리기로 했다. 1시간쯤 지난 후, 내 차례가 되어 머리 깍는 의자에 앉았을 때도 대기자가 3명이나 있었다. 나는 대기자들 때문에 이발사가 내 머리를 대충 깍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를 했지만, 이발사는 전과 같이 대기자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내 머리 깍는 데에만 집중했다 이발사는 최고의 솜씨로 최선의 자세로 아주 정성껏 내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면도도 대충하지 않고 얼굴 전체를 빈틈없이 다 해줬고, 코털까지 깨끗하게 깍아준 후 드라이기로 머리도 제대로 다듬어줬다. 나는 이발소를 나오면서 이 이발소가 왜 유명한지를 알 수 있었다. 이발소는 이발을 잘 해야 유명한 이발소지, 대기자에게 서비스
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국내 모 식품업체가 5개 전통 장류에서 코셔(Kosher) 인증을 취득하면서, 코셔의 고장인 이스라엘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등 해외시장에 한국의 전통 장류 맛을 널리 알리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19를 잘 극복하면서 전 세계가 한식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장류가 코셔 시장에 진출하게 되어, 한식의 세계화가 더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셔 인증 제품이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선 프리미엄을 받고 있고, 중국에선 코셔 푸드에 대한 좋은 인식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코셔(Kosher)란 '적당하다' 혹은 '합당하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카쉬롯'(Kashrut)의 영어식 표현으로, '염소 새끼를 제 어미젖으로 삶지 말라'는 구약성서 신명기 구절에서 유래한다. 유대인은 약 3천 년 동안 율법이 허용한 음식을 정하고, 식품 가공 과정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방식을 계승해왔다. 코셔 규칙에 따르면 되새김질을 하고 발굽이 갈라진 동물만 먹을 수 있는데, 소와 양, 염소, 사슴이 이에 해당하며, 돼지는 발굽이 갈라졌으나 되새김질을 하지 않아 돼지고기는 먹을 수 없다.
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최근에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축구팀의 경기를 관람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좋다. 축구 전문가도 아닌 내가 보더라도 상대팀보다 경기 내용이나 실력이 좋으면 이기고, 좋지 않으면 패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40여 년 전 국가대표팀의 경기에서는 게임 내용이나 실력이 분명 상대팀보다 월등해도 경기 결과를 말해주는 스코어(score)에서는 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아나운서나 해설자가 자주 하는 멘트가 ‘우리 국가대표팀이 실력에서는 이겼지만 아쉽게도 스코어에서 지고 말았습니다.’였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는 1년에 한 번 이상 전국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유명한 축구부가 있었다. 당시 모교 축구부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영어 선생님은 우리 축구부가 지기라도 하면, 항상 ‘내용에서는 이겼는데 스코어에서 졌다.’고 축구부를 두둔했다. 왜 40여 년 전에는 실력이 좋은데도 게임 스코어에서 지고 말았을까? 며칠 전 친구들과 저녁식사 후 당구장을 찾았을 때, 당구를 제법 잘 치는 친구가 번번이 상대에게 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는 실력은 좋지만 스코어에서 패한 친구보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긴 친구에게 잘 친다며 박수를 보냈
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당이 제시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쓴 '지지지지(知止止止)'란 표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지지지(知止止止)는 도덕경 44장에 나오는 지지(知止)와 주역 간괘 초일에 나오는 지지(止止)를 합친 합성어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의미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선별적 재난지원금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여당의 방침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부총리 직(職)에서 물러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 같다. 국가재정 총책임자인 홍 부총리는 1,2,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도 여당과 충돌했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관련 충돌 때는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의 힘에 밀려 결국 홍 부총리가 양보했고, 그래서 '홍백기', '홍두사미'란 조롱 섞인 별명을 얻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최선을 다한 사람은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담백하게 나아간다며, 저부터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 썼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년여 동안 여당의 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