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영상과 영하권을 오르내리고 눈비가 번갈아 내리는 요즘, 기상청의 날씨 예보 자체만 믿었다가는 큰 코 닥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날씨 예보 영역이 대기에 국한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주로 대기온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농사짓는 농부는 땅 속 온도도 중요하고, 도로 위를 달리는 운전자는 노면온도도 중요한데, 기상청이 아직 세부적인 정보까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2년 전,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사고를 잊을 수 없다.
당시 대기온도가 영상이었고 이슬비까지 내리고 있는 상항이었지만, 노면온도는 영하 9도로 살얼음판이었던 게 주요 원인이었다고 한다.
만약 당시 기상청이 “대기온도는 영상이지만, 이슬비에 젖어 얼 수 있는 노면의 온도는 영하 9도다”고 발표했거나, 한국도로공사가 터널 입구 전광판에 ‘빙판 조심’이라는 사인만 했어도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기온도 예보 속에 숨어버린 노면온도가 부른 참사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앞으로 기상청에서 겨울철 날씨 예보를 할 때는 노면온도도 함께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상청이 가끔 '블랙아이스 주의보'를 내린다고는 하지만, 겨울철만이라도 매일 노면온도를 예보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낮 동안 내린 눈이 따뜻한 대기온도에 의해 녹아 아스팔트 도로의 틈새에 스며들었다가, 밤사이에 도로 위에 얇게 얼어있는 현상을 말한다.
얼음이 워낙 얇고 투명하므로 도로의 검은 아스팔트 색이 그대로 비쳐 보여서, ‘검은색 얼음’ 뜻의 ‘블랙아이스(Black Ice)’란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블랙아이스는 주로 겨울철 아침 시간대에 터널 출입구, 다리 위. 호숫가 주변의 도로, 또는 그늘져 있는 커브 길과 같이 기온의 차이가 큰 곳에서 자주 생긴다.
한국도로공사에 의하면 블랙아이스 현상이 발생할 경우 눈길보다도 6배가량 도로 표면이 더 미끄럽고, 최근 5년간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가 눈길 교통사고 사망자의 4배에 달했다고 한다.
아이스는 원래 화이트아이스(White Ice)이어야 하는데, 블랙아이스(Black Ice)기 되면서 운전자를 홀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본래 색깔을 숨기고 겉으로 유사한 색깔을 드러내면서 우리 사회를 엄청난 혼란으로 빠트리는 블랙아이스가 많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진보나 보수가 본래의 색깔을 숨기면서 중도의 색깔로 유권자를 유혹하고 있고, 후보들도 아내의 고향까지 들먹이며 자신과 반대 진영의 색깔을 얘기하고 있다.
선거공약의 경우도 모든 후보가 정당의 정체성은 공약 뒤에 숨기고, 화려한 색깔의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
금번 4.7재보궐선거에서도 모든 후보들이 자신들의 본래 색깔은 숨기고 “예산을 많이 풀어서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블랙아이스 같은 주징만 하고 있다.
이 모든 게 바로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빠트리는 블랙아이스가 아닐 수 없다.
블랙아이스는 날씨가 좋은 계절에 발생하지 않고 추운 겨울에 발생하는데, 특히 추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발생히는 블랙아이스를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블랙아이스도 정부나 지자체가 임기 마지막 때에 실정과 함께 지지도가 떨어지는 정치적으로 추운 시기에 주로 발생하는데, 특히 새로운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는 정권 교체기의 블랙아이스를 조심해야 한다.
올해에 재보궐선거와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대한민국에 지금 '블랙아이스 주의보'를 내려야 하지 않을까?
[단상]
금주(2.14-2.20) 주간날씨를 보니, 대기온도가 아침, 저녁은 영하지만, 낮에는 대부분 영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노면온도는 낮에도 영하인 곳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불략아이스를 각별히 조심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