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최근에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축구팀의 경기를 관람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좋다.
축구 전문가도 아닌 내가 보더라도 상대팀보다 경기 내용이나 실력이 좋으면 이기고, 좋지 않으면 패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40여 년 전 국가대표팀의 경기에서는 게임 내용이나 실력이 분명 상대팀보다 월등해도 경기 결과를 말해주는 스코어(score)에서는 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아나운서나 해설자가 자주 하는 멘트가 ‘우리 국가대표팀이 실력에서는 이겼지만 아쉽게도 스코어에서 지고 말았습니다.’였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는 1년에 한 번 이상 전국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유명한 축구부가 있었다.
당시 모교 축구부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영어 선생님은 우리 축구부가 지기라도 하면, 항상 ‘내용에서는 이겼는데 스코어에서 졌다.’고 축구부를 두둔했다.
왜 40여 년 전에는 실력이 좋은데도 게임 스코어에서 지고 말았을까?
며칠 전 친구들과 저녁식사 후 당구장을 찾았을 때, 당구를 제법 잘 치는 친구가 번번이 상대에게 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는 실력은 좋지만 스코어에서 패한 친구보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긴 친구에게 잘 친다며 박수를 보냈다.
그 때, 친구 중에서 당구를 제일 잘 치는 고수가 30년 전 아나운서와 영어 선생님이 자주 언급했던 ‘실력에서는 이기고도 스코어에서 진 경기다,‘고 우리들의 박수를 무색하게 했다.
그리고 실력에서는 이기고도 스코어에서 진 친구에게 수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서 다시 한 번 게임을 해보라고 했다.
결과는 실력이 좋은 친구가 월등한 스코어 차로 이기고 말았다.
40여 년 전 국가대표축구팀과 모교 축구부가 실력에서는 이기고도 스코어에서는 항상 지는 이유가 바로 전략과 전술의 부재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감독의 수급이나 육성이 비교적 열악했기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던 과정이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경기의 목적은 승리하는데 있기 때문에 경기 룰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이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금메달과 우승이라는 영광은 은메달과 준우승의 영광과는 엄청난 차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국가나 기업이나 개인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고 그래서 평화가 깃드는 행복한 사회를 꿈꾸고 있지만, 그래도 이기고 지는 경기(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 속에 살고 있다.
사실 실력은 본질적인 부분이고, 스코어는 현상적인 부분인데도 인류는 본질인 실력보다 현상인 스코어에 목메는 꼴이 되고 말았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을 뿐이다.
아무튼 실력(본질)에 비해 스코어(현상)가 좋지 않게 나오면 우리는 실망하고 허탈한 마음을 갖게 되는 데, 이럴 때 누군가 실력에 맞는 스코어가 나오도록 전략과 전술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는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졌더라도 전략과 전술 없이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실력을 갖출 생각은 하지도 않고, 전략과 전술에만 올인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당 대표로 뽑히는 후보들의 실력은 거의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당의 후보가 전략과 전술을 잘 짜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점을 유권자들도 잘 알고 있다.
[단상]
우리 삶속에서도 전략과 전술을 잘 활용하여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실력만큼 인정받기를 바라며, 더 나아가 실력 이상의 성과도 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