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당이 제시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쓴 '지지지지(知止止止)'란 표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지지지(知止止止)는 도덕경 44장에 나오는 지지(知止)와 주역 간괘 초일에 나오는 지지(止止)를 합친 합성어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의미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선별적 재난지원금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여당의 방침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부총리 직(職)에서 물러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 같다.
국가재정 총책임자인 홍 부총리는 1,2,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도 여당과 충돌했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관련 충돌 때는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의 힘에 밀려 결국 홍 부총리가 양보했고, 그래서 '홍백기', '홍두사미'란 조롱 섞인 별명을 얻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최선을 다한 사람은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담백하게 나아간다며, 저부터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 썼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년여 동안 여당의 검찰개혁에 맞서 싸우면서 정직처분까지 받았으나, 집행정지 신청까지 해가면서 복직되어 현재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윤 총장이 페이스북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윤 총장 역시 “지지지지(知支支支)의 심정으로 지금까지 걸어왔고, 앞으로도 갈어갈 것”이라고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 총장의 지지지지(知支支支)는 “버팀을 알아 버틸 곳에서 버틴다”는 의미다.(知支支支는 글을 쓰면서 知止止止를 패러디한 것임)
여당과 사법부 그리고 검찰 내 일부 세력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버텨온 윤 총장이다.
그래서 '지지지지(知支支支)‘가 윤 총장에게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다.
홍 부총리와 윤 총장은 여당이나 정치권의 말을 듣기 보다는 기재부와 검찰의 수장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소신을 굽히지 않는 원칙주의자라는 사실을 우리 국민은 다 알고 있다.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홍 부총리의 지지지지(知止止止)와 “버팀을 알아 버틸 곳에서 버틴다”는 윤 총장의 지지지지(知支支支)는 문자적으로 보면 반대 개념이 확실하다.
그러나 홍 부총리와 윤 총장의 지지지지는 둘 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직(職)을 걸겠다는 같은 의미도 가지고 있다.
만약 홍 부총리는 “버팀을 알아 버틸 곳에서 버틴다”는 지지지지(知支支支)를, 윤 총장은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지지지지(知止止止)를 SNS에 올리면 어떨까?
홍 총리와 윤 총장이 지지지지를 서로 바꿔서 사용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국민은 지도자가 어떤 지지지지를 사용해도 문자적인 의미보다는 실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자세에 대해서 더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知止止止, 知支支支 이 두 개의 표현을, 직(職)을 걸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만 보면 되지 않을까?
당장 국가와 국민에게 해가 된다 할지라도, 국가의 재정시스템과 검찰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홍 부총리와 윤 총장의 몸부림으로만 보자는 말이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은 이 두 원칙주의자의 몸부림을 눈여겨보면서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답을 찾아가면 된다.
[단상]
우리도 知止止止와 知支支支를 삶 속에서 잘 적용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