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수도권에는 올 겨울 두 번째로 많은 눈이 내렸다. 나는 어렸을 때, 할머님으로부터 “눈이 내리면 날씨가 포근하다.”는 속담을 자주 들었고, 실제 눈이 내리는 날에는 항상 따뜻해서 밖에 나가 뛰놀았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제는 할머님이 들려준 속담과 달리, 눈이 내리는 데도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내려갔고, 그래서 그런지 길가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어릴 적 할머님의 속담을 생각하고 있던 중, 같이 동행했던 친구가 “눈 온 다음날은 거지가 빨래를 한다.”는 속담이 있다며, 내일 날씨가 따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친구는 구름 속의 수증기가 물로, 물이 얼음으로, 그리고 얼음이 눈으로 변하면서 응결할 때, 열을 내놓기 때문이라고 부연설명까지 해줬다. 그러나 오늘의 날씨를 검색해보니, 오히려 어제보다 더 춥다고 하여, 불현듯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눈에 관한 구전속담이 비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속담이 어느날 갑자기 어떤 학자가 만들어 낸 게 아니고, 예로부터 오랫동안 입으로 민간에 전해오는 격언과 잠언을 이르는 말로, 조상들의 경험과 지혜를 담고 있어 상당히 과학적이라고 알고 있었다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민주당의 이재명 경선후보를 대선후보로 만든 1차 핵심그룹은 지금도 대선 승리를 위한 선거캠프에서 2차 핵심그룹으로 이재명 대선후보를 돕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의 윤석열 경선후보를 대선후보로 만든 1차 핵심그룹은 대선 승리를 위한 선거캠프에서 다 빠졌고, 새로운 2차 핵심그룹이 윤석열 대선후보를 돕고 있다. 이재명 대선후보의 1차 핵심그룹은 워낙 강해서 2차 핵심그룹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나, 윤석열 대선후보의 1차 핵심그룹은 2차 핵심그룹으로부터 윤핵관이라는 공격을 받고 선거캠프를 떠난 상황을 우리 국민은 어떻게 볼까? 고대 그리스에서는 왕족이나 귀족의 아이가 태어날 때, 산모를 도와주는 산파와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몽학선생이 한 생명을 전인적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산파는 노비 중에서 출산 경험이 있고 지혜로운 여자이어야 했고,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부터 태어날 때까지 안가에서 산모의 출산과 건강을 도와주었다. 몽학선생도 노비 중에서 건강하고 영특한 남자가 뽑혔고, 왕족이나 귀족의 아이가 성인(16세)이 될 때까지 아이 옆에서 일상적인 시중을 들고 학교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 일을 맡았다. 산파는 산모와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야구경기에서 감독은 코치의 도움을 받아 출전 선수를 결정하고, 경기운영 전반을 조율하고, 궁극적으로는 승패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투수는 상대 타자에게 공을 던지는 선수로,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투수 중에서도 선발투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특히 경기 전력에 위기 상황이 닥칠 때, 전략적으로 투입된 투수를 구원투수라고 한다. 구원투수 중에서도 경기의 마지막 회인 9회에 등판하여 승부를 굳히거나 뒤집는 투수를 마무리투수라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내년 3월 9일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정치야구 코리안 시리즈가 한창인 것 같다. 그런데 한 팀은 여러 명의 투수가 감독의 사인에 의해 번갈아 가며 경기를 잘 치르고 있는 반면, 한 팀은 구원투수가 감독과 다툰 후 나가버렸고, 코치도 감독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말한 구원투수는 자타가 인정하는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을 말한다. 김종인 전 선대위윈장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위기에 빠진 박근혜 대표의 구원투수로 나와, 당초 열세에 있던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는 152석을 확보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 후 18대 대선 기간 동안에도 경제민주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1.5) 오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기동성을 극대화한 실무형 선대위 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오후에 모든 언론은 “윤석열 대선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해촉하고, 4선 중진의 권영세 의원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애초에 윤석열 대선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지 않고 위촉했기 때문에, 모든 언론이 해임 대신 해촉으로 표현한 것 같다. 그런데, 왜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에 대해서는 ‘위촉했다’고 하지 않고, ‘임명했다’고 했을까?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임명은 일정한 지위나 임무를 남에게 맡기는 것이고, 위촉은 일정한 지위나 임무를 남에게 부탁하여 맡기는 것이다. 임명은 주로 정부나 회사, 학교, 기관 등 전통적인 조직에서 발생하며, 임명자의 결정에 따라 피임명자가 정해지지만, 위촉은 주로 일시적인 조직에서 발생하며, 위촉자가 피위촉자에게 부탁하여 모셔오기 때문에, 피위촉자의 결정에 따라 위촉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임명자와 피임명자와의 관계보다 위촉자와 피위촉자의 관계가 더 자유로운 편이다. 그리고 위촉의 의미가 어떤 지위나 일을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4D(4 Dimension)는 4차원으로 아인슈타인이 1916년 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흔히, 0D(0차원)는 점, 1D(1차원)는 선, 2D(2차원)는 평면, 3D(3차원)는 공간, 그리고 4D(4차원)는 시간의 세계까지를 의미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은 3차원의 공간이기 때문에 3차원의 세계에 사는 우리는 공간을 마음껏 다닐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시간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닐 수만 있다면 우리는 우주라는 4차원(4D)의 세계에 살게 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밝혔듯이, 우주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포함하고 있는 4차원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중국 고전 화남자(淮南子)에는 "사방과 위아래를 우(宇)라 하고, 예부터 오늘에 이르는 것을 주(宙)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우주가 공간과 시간이 같이 어우러져 있다는 뜻이다. 지난 성탄절(12.25)에 허블 망원경보다 성능이 100배 더 뛰어난 웹 우주망원경이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 인근 유럽우주국 발사장에서 아리안 5호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되었다. 웹 우주망원경을 탑재한 아리안 5호는 2주간 더 비행해 지구와 태양이 중력 균형을 이루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오늘(12.22)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면서 모처럼 베란다에 있는 다육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는 오늘이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였기에, 다육이가 조금이라도 햇빛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해가 뜨자마자 베란다 문을 열고, 화분 위치를 바꿔주려고 했다. 그런데 베란다 문을 열자마자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짓날 햇빛이 베란다는 물론이고 거실 안 식탁까지 들어와 화분을 바꿔주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우리 집이 남향집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남향집에 살려면 3대가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을 떠올리며 기쁜 마음으로 하루 종일 다육이를 보살펴줬다. 그리고 남향집이 왜 그렇게 좋은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남향집은 대청, 안방, 건넌방 등의 주요 방의 창이 남쪽을 향하여 배치된 집으로, 남향집이 좋은 이유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기 때문이다. 남향집이 좋다는 과학적 근거로는 여름에는 일조량이 많지만, 태양의 고도가 높아 태양이 높이 떠 있기 때문에 납향집에 햇빛이 깊게 들어오지 못해 시원하고, 겨울에는 일조량이 적지만, 태양의 고도가 낮아 태양이 낮게 떠 있기 때문에, 남향집에 햇빛이 깊게 들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하여(何如)와 여하(如何)는 글자가 앞뒤로 바뀌었고, 그 뜻 역시 서로 반대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하여(何如)는 “어떠냐?”라는 뜻으로 질문자가 상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물어보면서 질문자가 원하는 답을 요구하는 선포로서의 함의가 있어, 대화의 중심이 질문자에게 있다. 그러나 여하(如何)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뜻으로 질문자가 의견을 선포하지 않고, 상대의 생각을 여쭈어 보는 의미로, 상대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배려가 담겨 있어, 답을 하는 자가 대화의 중심에 있다. 유교 덕목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던 중국이나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도 하여(何如)정신이 남아 있는 편이다. 그래서 현재 기성세대인 부모나 어른의 대화법은 주로 선포형의 하여(何如) 방식이고, 사회 지도층이나 기업의 리더 역시 여하(如何) 보다는 하여(何如) 방식의 대화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결국 유교 국가의 하여(何如)정신은 국가 통치나 사회 질서,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잘못된 소통의 원인이 되었고, 그 결과, 과거 역사 속에서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도 많은 사회적 진통을 유발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의 리더십을 살펴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잘 아는 목사의 설교를 듣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목사에게 설교 원문을 보내달라고 해서 살펴보니, 내가 대단하게 느꼈던 부분이 빠져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원래 준비한 원문대로 열심히 설교하다보면 갑자기 준비하지 않은 메시지가 떠오르는데, 그 메시지가 설교의 흐름을 바꾸면서 설교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나도 글을 쓸 때, 주제와 기본 컨셉을 잡아놓고 글을 쓰다가 중간에 갑자기 주제와 상관없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대로 고쳐 쓴 글이 독자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위 두 예에서 목사는 매일 설교를 하고, 나는 매일 글을 쓰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운동선수가 매일 쉬지 않고 훈련을 반복하듯이 목사와 내가 쉬지 않고 반복하며 실행한다는 점이다. 운동선수는 매일 훈련을 반복하면서 기술과 전술을 익히기도 하지만, 더 큰 목적은 훈련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발견하는데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목사와 나도 설교와 글쓰기를 반복하면서 설교와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도 하지만, 영감을 얻어 위대한 설교와 글의 새로운 핵심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탈무드에 ‘배운 것을 복습하는 것은 외우기 위함이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현재 대한민국에서 민주당은 현 정부를 탄생시킨 진보 여당으로서 정부의 국정운영에 90% 이상 협조적인 반면, 국민의힘은 보수 야당으로서 진보성향의 국정운영에 90% 이상 비협조적이다. 미국도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만든 민주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협조적인 반면, 공화당은 비협조적이고, 일본도 자민당은 스가 내각에 협조적이나, 민주당은 비협조적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한일문제에 직면했을 때, 일본 스가 내각에 협조적인 자민당 의원의 주장은 쏙 빼고 비협조적인 민주당 의원의 목소리만 듣거나 한미문제에 직면했을 때, 바이든 행정부에 협조적인 민주당 의원의 주장은 듣지 않고, 비협조적인 공화당 의원의 주장만 들으면서 우리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이려고 한다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외교문제를 풀어갈 때, 우리 정부에 유리한 상대 국가의 한 쪽 진영의 의견만을 듣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거기다 국민까지 속이면서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상대 국가의 의견을 국민에게 알린다면, 우리 국민은 이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언론도 보수와 진보 양 진영으로 나뉘어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에서만 외국의 목소리를 일방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얼마 전 남양주 47번 국도에서 좌회전을 하기 위해 서행하며 교차점 진입로에 들어갈 때, 도로 바닥에, ‘감응’이라고 쓰인 처음 보는 사각형 표기를 보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사각형 안에 차가 진입하고 얼마 안 되어 좌회전 신호가 들어와서 신속히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기 전까지 10여 초 동안은 ‘감응’이 무슨 뜻인지 무척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응(感應)은 어떤 느낌을 받아 반응을 일으키거나, 마음이 따라 움직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도로 교차로의 감응 신호기는 방향별로 이용차량을 자동으로 감지하여 꼭 필요한 신호만을 부여하고, 나머지 신호는 보행자나 진입차량이 없을 때 항상 녹색 직진 신호를 부여하여 신호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원래 좌회전은 신호기에 주기적으로 표시되는 좌회전 신호를 받거나 좌회전 비보호 구역에서 통행차량이 없을 때 진행하면 된다. 그런데 감응 신호기가 있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할 때는 도로 바닥에 ‘감응’이라고 표기된 사각형 안에 자동차 앞바퀴를 놓아야 10여 초 후에 좌회전 신호가 들어와서 좌회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좌회전 감응 신호기는 주로 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