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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여하(如何), 어떻게 생각하느냐?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하여(何如)와 여하(如何)는 글자가 앞뒤로 바뀌었고, 그 뜻 역시 서로 반대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하여(何如)어떠냐?”라는 뜻으로 질문자가 상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물어보면서 질문자가 원하는 답을 요구하는 선포로서의 함의가 있어, 대화의 중심이 질문자에게 있다.

 

그러나 여하(如何)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뜻으로 질문자가 의견을 선포하지 않고, 상대의 생각을 여쭈어 보는 의미로, 상대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배려가 담겨 있어, 답을 하는 자가 대화의 중심에 있다.

 

유교 덕목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던 중국이나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도 하여(何如)정신이 남아 있는 편이다.

 

그래서 현재 기성세대인 부모나 어른의 대화법은 주로 선포형의 하여(何如) 방식이고, 사회 지도층이나 기업의 리더 역시 여하(如何) 보다는 하여(何如) 방식의 대화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결국 유교 국가의 하여(何如)정신은 국가 통치나 사회 질서,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잘못된 소통의 원인이 되었고, 그 결과, 과거 역사 속에서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도 많은 사회적 진통을 유발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의 리더십을 살펴보면, 항우는 산을 들어 옮길 정도로 대단한 사람으로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났지만, 부하들 얘기는 듣지 않고 독단적인 하여(何如)정책을 폈고,

 

유방은 부하들과 소통할 줄 알고, 듣는 귀를 항상 열어두어, 직언을 한 부하에게는 상을 내려 직언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 항우는 하여(何如)정책을, 유방은 여하(如何)정책을 폈고, 결과는 유방의 승리로 끝났다.

 

고려 말 이방원은 조선의 개국공신으로 역성혁명을 반대했던 정몽주를 설득하기 위해 하여가(何如歌)를 써서 보냈다.

 

하지만, 하여가(何如歌)는 정몽주의 의견을 묻기보다는 이방원 스스로 정한 답, 조선을 세우는 데 내 뜻을 따르라는 식의 선포였고, 결국 정몽주는 단심가로 답을 하며 조선 건국을 반대하다 죽임을 당했다.

 

만약, 이방원이 하여가(何如歌) 대신 여하가(如何歌)를 써서 정몽주에게 보냈다면, 정몽주의 뜻이 받아들여지고, 정몽주가 이방원을 도와 조선건국이 더 빛났을 것이다.

 

어제(21) 1야당의 선대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인 당 대표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대선정국에서는 당 대표보다 대선후보가 중심이 되고, 당이 선대위를 도와주는 체제로 움직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이나 당 대표의 협조 없이는 대선 승리가 쉽지 않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조선이 무력으로 세워진 것 같지만, 정몽주의 사상(성리학)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한 국가로 발전했듯이, 1야당의 대선후보도 공정과 정의로 정권교체를 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보수의 정신을 지켜온 당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대선후보가 당 대표를 찾아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리고 대선후보는 당 대표를 만나서 자신이 이미 정해 놓은 답을 원하는 질문을 하지 말고, 당 대표 스스로 진심이 담긴 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

 

물론 당 대표도 자신의 생각이 담긴 하여 방식의 질문보다는 대선후보의 진심을 들을 수 있는 여하 방식의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하여(何如) 방식이 아닌, 여하(如何) 방식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흔히, 정치인은 자기가 원하는 답은 물론이고, 상대방이 원하는 답까지 가지고 가서 대화를 하는데. 이 번 만큼은 서로가 진심을 가지고 만나야 사태를 원만하게 풀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정부건 정부도 국민에게 정책을 알릴 때, 하여(何如), “어떠냐?”가 아닌, 여하(如何), “어떻게 생각하느냐?” 방식이어야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다.

 

더 큰 바람이 있다면, 정부가 원하는 답이나 국민이 원하는 답이 같아짐으로써 우리나라가 평온해지는 것이다.

 

[단상]

정치 이야기는 하나의 소재일 뿐, 이 글의 주제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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