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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남향집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오늘(12.22)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면서 모처럼 베란다에 있는 다육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는 오늘이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였기에, 다육이가 조금이라도 햇빛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해가 뜨자마자 베란다 문을 열고, 화분 위치를 바꿔주려고 했다.

 

그런데 베란다 문을 열자마자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짓날 햇빛이 베란다는 물론이고 거실 안 식탁까지 들어와 화분을 바꿔주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우리 집이 남향집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남향집에 살려면 3대가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을 떠올리며 기쁜 마음으로 하루 종일 다육이를 보살펴줬다.

 

그리고 남향집이 왜 그렇게 좋은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남향집은 대청, 안방, 건넌방 등의 주요 방의 창이 남쪽을 향하여 배치된 집으로, 남향집이 좋은 이유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기 때문이다.

 

남향집이 좋다는 과학적 근거로는 여름에는 일조량이 많지만, 태양의 고도가 높아 태양이 높이 떠 있기 때문에 납향집에 햇빛이 깊게 들어오지 못해 시원하고,

 

겨울에는 일조량이 적지만, 태양의 고도가 낮아 태양이 낮게 떠 있기 때문에, 남향집에 햇빛이 깊게 들어와 따뜻하다는 것이다.

 

또한, 여름에는 남서풍, 겨울엔 북서풍이 부는데, 앞을 남향으로 하고 북쪽을 등지고 있는 남향집은, 여름에는 앞이 트여 있어 시원하고, 겨울에는 뒤가 막혀 있어 따뜻한 집이 된다는 것이다.

 

계절에 따라 태양의 고도도 달라져, 24절기의 하나인 하지 때는 1년 중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고, 태양이 지표면 위에 머무르는 시간도 많아. 그래서 낮의 길이도 가장 길고, 햇빛도 많이 받게 되어 기온이 올라가게 되지만,

 

반대로 동지 때는 1년 중 태양의 고도가 가장 낮고, 태양이 지표면 위에 머무르는 시간도 가장 짧아그래서 지표면이 받는 햇빛의 양도 적어져서 기온이 낮아지게 된다.

 

그러니까 오늘이 동지로 일조량이 가장 적은 날이지만, 나는 남향집에서 쉬면서 햇빛이 거실까지 가장 깊숙이 들어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내 얘기에 의하면 아파트도 남향 아파트의 냉난방비가 훨씬 적게 든다고 한다.

 

나는 오늘 우리 선조들이 예로부터 집을 짓거나 묘를 쓸 때, 왜 남향을 단연코 선호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차를 타고 시골길을 가다보면, 산기슭에 남향집이 나란히 한 방향으로 모여 있고, 잘 가꾸어진 묘가 남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이야 아파트 문화가 발달하면서 남향을 선호하는 경향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지금도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남향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 108동에 7,80대 어르신이 많이 살고 있는 것도 아마 남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와 나는 오늘 다육이를 보살피면서 이사를 가더라도 남향집으로 가자고 했다.

 

우리나라 지형이 동고서저로,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편인데, 남향집을 짓기 좋은 북고남저로,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남향집 다음으로 좋은 동남향집을 지을 수 있는 지형이라 다행이고, 남고북저가 아니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단상]

오늘 저녁 숙대입구역 근처 쌍대포소금구이집에서 송년회가 있었는데, 몸살 때문에 가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집에서 남향집 행복에 빠질 수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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