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현행법상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전국소비자운동가대회'에서 '티몬ㆍ위메프 사태에 대한 입법적 대응: 소비자의 관점에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티몬과 위메프가 적용받는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에 대해 (계약) 철회권 등 주로 민사상 보호에 그치고 있다"며 "계약 당사자가 판매업자와 소비자이기 때문에 티몬과 위메프는 소비자에게 판매대금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픈마켓 시스템에서 소비자는 정보의 비대칭성, 분쟁 발생 시 피해구제의 어려움 등 구조적 열위에 놓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티메프 사태의 소비자 보호 대책도 이런 상황 때문에 제도 외적인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건의 본질은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업자에게 대금을 정산할 자금이 없다는 점"이라며 "정산 미지급금을 당사자 간 어떻게 분담하도록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압박으로 대형 지급결제대행사(PG사)와 간편결제 업자가 소비자에게 선환불을 해주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이들 회사의 부담으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한 것"이라며 "티몬과 위메프가 지급불능 상태가 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 외적인 해결은 합리적인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정보수집이나 신중한 선택의 유인을 약화한다"고 우려했다.
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의 대금 정산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논의된 정산기일 40일 이내 제한이나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제도 전면 의무화 방안 등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이 교수는 "정산기일 제한은 판매업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판매업자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판매업자가 이미 정산받고 난 이후에는 성실하게 분쟁을 조정할 유인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스크로 수수료 부담이 만만치 않아 규모가 작은 쇼핑몰에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고 수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크다"며 "또 여행이나 중고 거래는 서비스 특성상 도입이 쉽지 않고 외국 쇼핑몰에는 에스크로를 강제할 수 없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커머스 관련 문제를 폭넓게 규율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제정에 대해서도 규제 이상의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온플법은 오픈마켓의 입점 업체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소비자 보호 장치는 부재하다"며 "온오프라인이 융합되고 산업과 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을 고려할 때 통합유통법 제정과 전자상거래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보호 방안으로 오픈마켓의 신뢰도 평가지표를 개발해 공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온라인 유통업체 간에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판매업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이라며 "이커머스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이 먼저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