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고등학교 동기 단톡방에 매일 유익한 글과 건강 상식 그리고 가끔 일기예보도 올리는 친구가 있다. 나는 누군가 나에게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오면, 보내는 사람의 성의를 봐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읽어보는 편이라, 친구가 보내는 글과 동영상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동기 친구의 메시지가 다른 사람에게는 의미 없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오는 내용들이 많다. 그런데 어제 저녁 친구가 광복절 대체휴일(8.16)에 예봉산 등산 도중 발목을 다쳐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깜짝 놀라 전화를 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위로전화를 받느라 그런지 한참 동안 전화 연결이 안 되다가 밤 10시가 넘어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친구와 전화를 마치고 난 후, 잠시 동안 친구를 생각하면서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나 스스로가 육적인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그 이유는 평소에 친구가 단톡방에 올린 메시지에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을 때는 전화 한 번 않다가, 발목이 다쳤다고 하니 큰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기 때문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고, 지금도 교육 현장에서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닐 때, 누가 나에게 “어디 사냐?”고 물으면 ‘묵동’이라고 대답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누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칠보’라고 대답했다. 대학교 다닐 때, 누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정읍’이라고 대답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할 때, 누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전북‘’이라고 대답했다. 외국에서 근무할 때, 누가 나에게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물으면, ‘대한민국’이라고 대답했다. 내가 태어난 곳이 전북 정읍군 칠보면 무성리 묵동이고, 나의 생활무대가 점점 더 큰 행적구역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칠보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줄곧 거기서 사는 중학교 동창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아마 그 동창은 ’정읍‘이나 ’전북‘이라고 대답하지 않고, ’칠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읍‘이나 ’전북‘은 살아보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떤 모임이냐에 따라서도 고향이 다르다. 나의 경우, 초등학교나 중학교 모임에서는 ’묵동‘이 고향이고, 고등학교 모임에서는 ’칠보‘가 고향이고, 대학교 모임에서는 ’정읍‘이 고향이고, 사회 모임에서는 ’전북‘이 고향이다. 그래서 나를 아는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최근 2020도쿄올림픽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각국 방송사마다 실시간으로 메달 집계와 함께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어제(8.2)까지 집계된 올림픽 순위를 살펴봤더니, 중국 방송사에서 집계한 순위와 미국 방송사에서 집계한 순위가 아래 표와 같이 달랐다. 순위 국가 금 은 동 계 1 중국 29 17 16 62 2 미국 22 25 17 64 3 일본 17 6 10 33 4 호주 14 4 15 33 5 ROC 12 21 17 50 6 영국 11 12 12 35 7 프랑스 6 10 7 23 8 독일 6 6 11 23 9 한국 6 4 9 19 10 네달란드 5 7 6 18 순위 국가 금 은 동 계 1 미국 22 25 17 64 2 중국 29 17 16 62 3 ROC 12 21 17 50 4 영국 11 12 12 35 5 일본 17 6 10 33 6 호주 14 4 13 33 7 프랑스 6 10 17 23 8 독일 6 6 11 23 9 한국 6 4 9 19 10 네덜란드 5 7 6 18 중국 방송사는 금메달이 많은 순서대로 국가 순위를 매겨 중국이 1위라고 발표했고, 미국 방송사는 금·은·동 메달의 총수로 순위를 매겨 미국이 1위라고 발표
중국은 명나라 때 15세기를 전후하여 남중국해 연안 국가와 무역을 하면서 항구 중심으로 중국인 정착촌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말레이반도의 말라카왕국에 중국 남자들이 정착하여 말레이인 여자들과 결혼하면서, 다른 연안 국가와 달리 독특한 페라나칸 문화를 만들었다. *말레이=말레이시아+싱가포르 즉 페라나칸(Peranakan)은 말레이반도로 이주해 온 중국인 남자와 말레이인 여자 사이에서 탄생한 인종과 문화를 일컫는 말이며, 남성은 바바(baba), 여성은 논야(nonya)라고 부른다. 페라나칸 문화는 포르투갈의 침략과 네덜란드와 영국의 점령 기간을 거쳐 중국과 말레이시아 문화에 유럽 문화까지 혼합되어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갖게 되었고, 사회학자들은 페라나칸 문화가 싱가포르 문화의 뿌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15세기경 중국인이 말레이반도에 들어왔고, 말레이반도 중에서도 남단의 작은 섬 싱가포르에 중국인 남자와 말레이인 여자가 결합한 페라나칸이 정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으니, 싱가포르가 거대한 차이나타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600여 년 전, 당시 남중국해 연안 국가에 정착한 중국인은 대부분 무역을 했던 남자여서 말레이반도에서와 같이 현지인 여자와 결혼해서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25일) 밤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한국이 루마니아를 4:0으로 이겼다. 어제 대승으로 한국은 B조(한국, 루마니아, 뉴질랜드, 온두라스)가 모두 1승1패를 기록한 가운데 득실 차 +3을 기록해 B조 선두로 올라섰다. 첫 골은 전반 27분 루마니아 주장 마리우스 마린의 자책골이었고, 두 번째 골은 후반 14분 이동경의 중거리 슈팅이 상대 수비수와 엄원상을 맞고 골로 이어졌고, 세 번째 골은 후반 38분 설영우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얻어낸 파울을 이강인이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했고, 이어 후반 45분에도 이강인이 네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어제 경기에서 모든 선수가 선전했지만, 단연 돋보인 MVP 선수는 후반 15분만 뛰고 멀티골을 넣은 이강인이었다. 어제 경기를 시청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한국의 양대 정당(민주당, 국민의힘)이 어제 루마니아와 경기를 치렀던 한국 축구대표팀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봤다. 먼저 한국 대표팀이 루마니아 주장 마리우스 마린의 자책골에 의해 반사이익을 얻었듯이, 한국의 양대 정당도 상대 정당에서 제일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오후 거실의 에어컨이 고장 났다고 아내로부터 연락이 와, 에어컨 수리업체 5-6 군데에 전화했더니, 기계 결함이면 고칠 수 없고, 에어컨 설치도 모두 예약이 밀려 있어 1주일 이상 걸린다고 했다. 어느 친절한 수리업체가 에어컨 메이커 서비스센타에 전화헤보라고 해서 알아봤더니, 거기도 서비스 접수가 많아 15일 이상 걸린다고 했다. 최근 장마 후 낮 기온이 36도를 넘나들며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밤에는 열대야현상까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가 안 된다니 나와 아내는 무척 난감했다. 그래서 에어컨 메이커에 다니는 후배에게 상황을 말했더니, 몇 년 전까지는 메이커가 수리업체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거나 비정규직 사원을 통해 빠른 서비스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자체서비스로 돌렸기 때문에, 특히 성수기 서비스 품질지수가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설명해줬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서비스센타에 전화해서, 8월 5일에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다행히도 아내가 인터넷을 검색하여, 센서 고장일 수 있으니 전원을 껐다 켜보라는 정보를 얻어, 지금은 언제 또 멈출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가동되고 있다.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난 주말(7.17) 오후 6시 20분경 베란다에서 다육이를 구경하던 중, 갑자기 수락산 도솔봉 위에 펼쳐진 검은 구름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대한 수락산과 크기가 똑같은 검은 구름이 하늘에서 대칭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얼른 사진을 찍어 고등학교 동기 단톡방에 “데칼코마니 구름”이라는 제목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검은 구름은 불과 10분도 안되어 수락산과 대칭된 모습을 해체되고 온 하늘에 퍼지더니, 갑자기 소나기로 변하여 10분 정도 무섭게 내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멈추고 말았다. 나는 소나기가 내리는 모습과 소나기가 그친 후 평온한 수락산의 모습도 단톡방에 올렸다. 데칼코마니(Decalcomanie)는 종이 위에 물감을 바르고 그것을 두 겹으로 접거나 다른 종이를 그 위에 겹쳐 압착했다가 떼어내어, 색다른 모습의 닮은 대칭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회화기법이다. 20세기 중엽 독일의 초현실주의 화가 막스 에른스트(Max Ernst)에 의해 데칼코마니가 최초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점차 하나의 미술 기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데칼코마니는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을 종이에 바른 후 눌렀다 떼는 방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 집은 동네 한 가운데 있어, 이웃집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당 앞쪽에는 A권씨 집이, 마당 좌측에는 김씨 집이, 본채 좌측에는 텃밭을 지나 B권씨 집이, 본채 뒤쪽에는 서씨 집이, 본채 우측에는 꽃밭을 지나 C권씨 집이, 그리고 마당 우측에 있는 행랑채 쪽에는 길이 있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우리 집을 둘러싸고 있는 5개의 이웃집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담이 모두 달랐다. 마당 앞쪽의 A권씨 집과 경계에는 흙담이 있었고, 마당 좌측의 김씨 집과 경계에는 돌담이 있었고, 본채 좌측의 B권씨 집과 경계에는 굵은 대나무를 쪼개서 엮어 만든 울타리가 있었고, 본채 뒤쪽의 서씨 집과 경계에는 무궁화나무가 심어진 울타리가 있었고, 본채 우측의 C권씨 집과 경계에는 대나무가 빽빽이 심어진 울타리가 있었고, 행랑채는 그 자체가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 집이 제일 먼저 지어졌고, 그 뒤로 이웃집들이 집을 지으면서 새로 담이나 울타리를 만들다보니, 우리 집을 둘러싸고 있는 담이나 울타리가 이웃집에 따라 달랐던 것 같다. 50년 전만해도 이웃과 사이좋게 사는 시대라, 음식이나 과일 등을 이웃과 서로 나누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철수는 중학교 때까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교우 관계도 좋은 모범생이었으나, 고등학교 때 친구를 잘 못 만나 불량학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철수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해병대에 입대하여 고된 훈련을 다 이겨냈고, 전역한 후에 열심히 공부하여 전문대학교에 들어갔다. 이런 철수를 보고, 중학교 친구들은 명문대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고 전문대학교에 들어간 철수가 안 됐다고 평가하겠지만, 고등학교 친구들은 전문대학교에 합격한 철수가 잘 됐다고 평가할 것이다. 철수가 전문대학교에 들어간 현재 상황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경제학에서 기저효과(Base effect)는 지표를 평가할 때, 기준시점과 비교시점의 상대적 차이에 따라 그 결과의 값이 실제보다 왜곡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수치가 기형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진 이후에 빠르게 정상화될 때, 일시적으로 급격하게 상황이 개선되거나 악화되는 것처럼 보여질 때 기저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예를 들어 1박스에 3만 원이던 사과가 공급 부족으로 한 달 만에 4만 원으로 뛰어올랐다가 다음 달에 3만 원으로 하락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7.11)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6명이 컷오프를 통과해 본경선에 진입했고, 국민의힘은 오늘(7.12)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받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오늘부터 당분간 여야의 싸움을 접어두고, 범여와 범야가 자체적으로 경쟁을 통해 대선 후보를 뽑는 정국에 돌입한 셈이다. 앞으로 우리 국민은 수없이 많은 토론회와 공약을 지켜볼 텐데,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의 자질이나 공약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가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는 주권을 가진 국민이 모여 만들어지고, 그래서 선거 때마다 국민의 한 표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후보들이 국민의 한 표를 중요시하는 이유다. 그러나 통치 개념의 원리가 주로 적용되었던 고대의 국가와 달리, 다양성이 출현하기 시작한 중세 이후의 국가는 국가와 국민 사이에 ‘사회’라는 공동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 공동체는 국가와 국민을 매개로 하면서 국가가 개인에게 직접 할 수 없는 역할을 대신해주고, 국민의 이익을 국가에 대표하고, 그 실현을 촉진하는 중간집단 성격을 가지고 있다. . 특히 현대 국가의 수많은 사회 공동체는 각 공동체의 위치에서 국가의 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