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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고향s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닐 때, 누가 나에게 어디 사냐?”고 물으면 묵동이라고 대답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누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칠보라고 대답했다.

 

대학교 다닐 때, 누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정이라고 대답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할 때, 누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전북‘’이라고 대답했다.

 

외국에서 근무할 때, 누가 나에게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물으면, ‘대한민국이라고 대답했다.

 

내가 태어난 곳이 전북 정읍군 칠보면 무성리 묵동이고, 나의 생활무대가 점점 더 큰 행적구역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칠보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줄곧 거기서 사는 중학교 동창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아마 그 동창은 정읍이나 전북이라고 대답하지 않고, ’칠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읍이나 전북은 살아보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떤 모임이냐에 따라서도 고향이 다르다.

 

나의 경우, 초등학교나 중학교 모임에서는 묵동이 고향이고, 고등학교 모임에서는 칠보가 고향이고, 대학교 모임에서는 정읍이 고향이고, 사회 모임에서는 전북이 고향이다.

 

그래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와 어떤 시절을 같이 보냈냐에 따라, 나의 고향을 묵동, 칠보, 정읍, 전북 등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자체 시행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는 고향을 지자체 단위로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도()나 면()이나 마을() 단위로 기억하지 않고, 주로 시()나 군()단위로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지자체 이후 세대는 고향이 하나지만, 나 같이 지자체 이전 세대 중 고향이 시골인 사람들은 고향이 4-5개 정도 된다.

 

또한, 시기에 따라 고향의 영역이 달라지는데, 특히 대선 때는 고향이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 등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어디서 태어났느냐가 중요하고, 그래서 우리나라 모든 프레임이 고향이라는 영역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고, 중소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대도시에서 대학교를 다녔고, 그리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내 본적에 나와 있는 주소의 모든 행정 단위가 고향이 될 수 있다.

 

마음이 답답해서 나 자신을 작게 만들고 싶을 때는 초중고등학교 동창들과 소통하면서 묵동이나 칠보라는 작은 시골 마을 사람이 될 수 있어서 좋고,

 

나 자신을 평범한 중간쯤의 소시민으로 만들고 싶을 때는 대학교 동창들과 소통하면서 정읍이라는 소도시 사람이 될 수 있어서 좋고,

 

국가적인 차원의 영역에서 나 자신을 크게 만들고 싶을 때는 전북이나 전라도라는 넓은 지역의 사람이 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나는 아직 해외에 나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지 않아 잘 모르지만, 누군가는 대한민국을 고향으로 여기고 열심히 해외에서 뛰고 있을 것이다.

 

[단상]

누군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어디라고 대답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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