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추석연휴에도 어김없이 평소 새벽에 다니던 산을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그런데 어제(20일) 등산에서는 평소보다 30분 이상 더 걸렸다. 아내가 등산로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와 상수리가 사람들 발에 밟히면 못쓰게 된다며, 도토리와 상수리를 주워 누군가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라고, 등산로 옆에 종이를 깔고 올려놓느라 시간이 지체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산 정상 벤치에 앉아 잠깐 쉬면서 아내에게 등산할 때는 등산에 열중해야지 누군가를 위해 도토리를 줍는 건 아니라고 말하자, 아내는 좋은 일도 하는 거니 맞는 거라고 말했다. 그 때 옆에 앉아 있던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두 자매의 대화도 아내와 나의 대화처럼 “맞다. 안 맞다”의 내용 같아, 귀 기울여 들어봤다. 언니 : 이 건 아니라고 봐 ~ 동생 : 기라고 봐 ~ 언니 : 아닌 건 아닌 겨 ~ 동생 : 긴 건 긴 겨 ~ 자세히 들어보니, 계속 웃음과 함께 장난 섞인 두 자매의 대화가 추석연휴 전에 막을 내린 KBS2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의 엔딩 대사였다. 나도 아내와 함께 ‘오케이 광자매’를 계속 시청했는데, 매 회마다 빠짐없이 나오는 대사가 “이 건 아니라고 봐”와 “아닌 건 아닌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너무 달거나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물보다 탄산음료를 마시면 톡 쏘는 느낌 때문에 입맛이 개운해진다. 탄산음료의 톡 쏘는 느낌은 탄산이 체온으로 인해 급격하게 이산화탄소로 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포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자극성이 강한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 탄산음료로는 콜라, 사이다 등이 있으며, 마시고 나면 시원하다는 느낌이 그 특징이다. 탄산음료는 주로 패스트푸드점에서 시원하고 개운한 맛 때문에 취급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탄산의 산성 덕분에 이루어지는 작용으로 건강에는 당연히 최악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에 의하면, 탄산음료를 마시면 자체의 청량감과 시원함 때문에 일시적으로 갈증이 해소되는 것처럼 느껴질 뿐, 실제 갈증이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학교를 비롯한 청소년 시설에서 탄산음료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요즘 여의도 정가에서 홍준표 후보가 상승세를 타면서 내년 대선이 이재명 사이다와 홍준표 콜라의 한 판 승부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이 두 후보의 톡 쏘는 스타일이 탄산음료의 시원함과 개운함을 상징하기 때문에 사이다와 콜라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 같다. 그러나 탄산음료의 시원함은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고, 가장 오래된 생명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바라보다보니, 인류는 지구가 생명체인줄 모르고 지내왔다. 20세기에 인류가 환경문제를 다루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인식하는 듯 했으나, 그래도 인류는 여전히 지구를 사람 사는 유익한 공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구 전체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사람 중심의 관점이 아닌 지구 중심의 관점에서 지구를 환경이 아닌 생명체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지금의 지구가 수천 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면서 많이 늙었고, 특히 최근 급속도로 병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류는 지구에 수천 년 전 4대문명이 시작된 것을 문명의 시작이라고 좋아했지만, 지구 관점에서는 어린 나이의 지구에 4개의 균이 지구 피부에 기생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인류는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에 기생하면서 지구를 병들게 하는 기생충이라는 말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가 도로를 내고, 건물을 짓고, 기계를 만들고, 교역을 하면서 발전해온 모든 것이 지구 관점에서는 기생충이 번성하여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난 7일 중도성향 정치인 대선후보가 소득 하위 88% 가구 구성원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우리나라 중산층이 붕괴되었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도 며칠 전 중산층 70% 달성을 위한 경제 상생 전략을 발표했고, 그 외 여야 후보들도 최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모든 대선후보들이 중산층을 언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20대 대통령선거를 6개월 앞두고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이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중산층을 겨냥했다는 게 조금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혹시 대선후보들이 중산층과 중도층을 같은 개념으로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산층(中産層)은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 정도 되면서, 스스로 중산층 의식이 있는 사회 집단을 가리키는 사회적 용어고, 중도층(中道層)은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하고, 그 중간을 지향하는 집단을 가리키는 정치적 용어다. 우리나라 정치사를 보면, 유권자들이 평상시에는 대부분 중도에 머물러 있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진보나 보수로 다 몰려갔다. 특히 역대 대통령선거에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200여 명의 회원이 가입된 ABC단톡방에 들릴 때마다, 댓글 다는 사람들의 유형이 항상 바슷하다는 걸 느꼈다. 여느 단톡방과 마찬가지로, ABC단톡방도 수준 높은 1군 그룹과 평범한 2군 그룹과 맞춤법도 틀리고 조금 부족한 3군 그룹이 있다. 어제 저녁 1군 그룹 회원과 3군 그룹 회원이 동시에 자신이 쓴 작품을 올렸다. 내가 보기에도 1군 그룹 회원의 작품은 매우 수준 높고 공감 가는 글이었고, 3군 그룹 회원이 올린 글은 내용도 앞뒤가 안 맞고,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그런데, 2군 그룹 회원 대부분은 1군 그룹 회원에게는 댓글을 달지 않고, 3군 그룹 회원에게만 댓글을 달았다. 오늘 새벽에는 1군 그룹 회원과 2군 그룹 회원이 동시에 자신의 작품을 올렸는데, 3군 그룹 회원 대부분은 2군 그룹 회원의 작품에만 댓글을 달았다. 며칠 전, 2군 그룹 회원과 3군 그룹 회원이 동시에 작품을 올렸을 때는 1군 그룹 회원 대부분이 3군 그룹 회원에게 댓글을 달았다. ABC단톡방의 댓글 다는 유형에서 나타나듯이, 사람은 자신보다 잘난 사람에게는 후하지 않지만, 자신보다 못난 사람에게는 후하고 호의적인 편이다. 그리고 자신보다 잘난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독일 사람들과 같이 있다 보면, 전화하면서 상대가 보이지 않는 데도 자세를 똑바로 하고, 매우 공손하게 통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올 때, 누워있는 상태라도 자세를 고치지 않고 그 상태에서 전화를 받는 편이다. “보이는 데서는 잘 하고, 보이지 않는 데서는 대충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진심으로 대하지 않고, 거짓으로 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도 보이는 데서와 보이지 않는 데서 우리 행동이 어땠는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몇 달 전,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안전속도 5030’이 막 시행되면서 제한속도가 도심에서는 50km, 어린이보호구역이나 주택가 이면도로에서는 30km여서 당황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전방에 감시카메라가 있을 때마다 내비게이션이 속도를 줄이라고 알려줘, 도심도로지만 감시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8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둔 운전자가 내비게이션 덕에 과속을 했지만, 걸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독일의 경우, 과속단속 감시카메라가 있지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에 레이저 감지기 등, 위치측정이 가능한 장비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대선정국이 시작되기 전만해도 여야 모든 유력 대선후보들이 우리 사회의 정의(正義)를 언급하며 정의의 가치를 최고의 가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부터는 정의 대신 공정(公正)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약을 발표하기 시작하는 요즘은 대선주자들의 입에서 정의나 공정이라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 정의라는 잣대를 대는 것도, 공정(공평한 정의)이라는 잣대를 대는 것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자세히 보면, 정의와 공정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원칙이라는 차원의 정의와 분배와 기회라는 차원의 공정이라는 가치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우리 국민이 정의(正義)와 공정(公正)이라는 잣대로 봐야 쉽게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크게 보편적 정의와 특수적 정의로 나눴는데, 보편적 정의는 넓은 의미의 법으로 윤리, 관습을 의미하기에, 현재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정의는 특수적 정의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특수적 정의도 배분적 정의와 시정적 정의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배분적 정의(配分的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몇 년 전 친구 어머니가 여행 도중 섬에서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져 수술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 어머니가 입원한 지방의 모 대학병원에 병문안 간 적이 있다. 친구는 뱃길이 끊긴 한밤중에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해군본부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해군의 도움으로 육지에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도 대학병원에 간호사로 근무하는 여동생 친구 덕에 빠른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고, 다음날 수술도 서울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삼촌이 대학병원 원장에게 전화를 해, 뇌경색 분야에서 권위 있는 의사로부터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병문안 당시, 나는 친구 어머니가 계신 4인 병실에서 약 10분 정도 그리고 병실 앞 복도에서 약 20분 정도 있으면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먼저 친구 어머니의 경우, 담당 의사가 아닌데도 누구의 연락을 받았다며 중년 의사가 병문안을 했고, 법무팀장과 간호과장 그리고 친구의 여동생 친구 간호사도 친구 어머니 병문안을 하고 갔다. 같은 병실에 있는 나머지 3명에게도 여러 명의 병원 의료진과 직원이 병문안 차 다녀갔다. 그래서 나는 복도에서 만난 친구의 여동생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행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방대한 원리와 이론이 계속 발전하면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인류는 원리와 이론을 만들어냈던 철학자, 과학자, 사상가 등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존경하고 있다. 특히 인류는 원리와 이론을 학문으로 체계화했던 2000여 년 전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공자, 그리고 기독교와 불교를 창시하여 인류의 정신적 기틀을 마련한 예수와 석가모니를 존경하고 있다. 우리가 소크라테스, 공자, 예수, 석가모니를 세계 4대성인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철학과 종교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4대성인 모두가 책을 한 권도 쓰지 않았다. 먼저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을 남겼던 서양 철학의 창시자 소크라테스(BC470 - BC399)는 책을 한 권도 쓰지 않고, 문답식 대화로만 자신의 철학 세계를 펼쳤다. 소크라테스의 대부분의 사상은 그의 제자 플라톤에 의해 책으로 저술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동양 철학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공자(BC551 - BC479) 역시 그가 직접 책을 한 권도 쓰지 않고, 제자와의 문답식 대화로만 자신의 철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내 핸드폰 전화번호 연락처에는 ‘석계포차’가 저장되어 있고 카톡 친구로도 등록되어 있다. 석계포차는 1호선 석계역 1번 출구에 있는 10여 개의 포장마차 중 하나로, 실제는 다른 이름이지만, 내가 편의상 부르는 이름이다. 7년 전쯤 지인과 처음 석계포차에 들렀을 때, 한 가지 음식만 시켰는데, 다른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더 만들어서 우리에게도 준 사장님의 마음씨가 좋아서 지금까지 내 단골이 되었다. 60대 중반의 사장님은 성품이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석계포차는 항상 손님으로 가득했고, 손님들도 다양해서 교수, 정년퇴직자, 정치인, 사업가 그리고 대부분은 노동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포장마차 특성상 주방은 사람 한 명 움직이기도 힘든 곳인데, 사장님은 그 좁은 공간에서 손님이 주문하는 수 십 가지의 음식을 척척 잘도 만들어 냈다. 특히 사장님은 독실한 크리스챤으로 손님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도 앞장섰고, 나에게는 항상 ‘장로님’이라고 불러주었다. 나도 사장님 덕에 거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달 전쯤 석계포차 사장님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카톡 하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