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독일 사람들과 같이 있다 보면, 전화하면서 상대가 보이지 않는 데도 자세를 똑바로 하고, 매우 공손하게 통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올 때, 누워있는 상태라도 자세를 고치지 않고 그 상태에서 전화를 받는 편이다.
“보이는 데서는 잘 하고, 보이지 않는 데서는 대충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진심으로 대하지 않고, 거짓으로 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도 보이는 데서와 보이지 않는 데서 우리 행동이 어땠는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몇 달 전,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안전속도 5030’이 막 시행되면서 제한속도가 도심에서는 50km, 어린이보호구역이나 주택가 이면도로에서는 30km여서 당황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전방에 감시카메라가 있을 때마다 내비게이션이 속도를 줄이라고 알려줘, 도심도로지만 감시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8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둔 운전자가 내비게이션 덕에 과속을 했지만, 걸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독일의 경우, 과속단속 감시카메라가 있지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에 레이저 감지기 등, 위치측정이 가능한 장비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단, 단순히 과속단속 감시카메라 위치를 알거나 내비게이션을 통해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과속단속 감시카메라 알림 앱을 통해 단속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독일 사람들의 전화 받는 태도와 독일의 위치측정 장비 금지 정책이 보이는 데서와 보이지 않는 데서의 행동일치를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안전 예외 지역이 없는 도로에서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단속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지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내비게이션이 자동차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은 획기적인 발명품은 맞지만, 감시카메라 알림이 내비게이션 고유의 기능은 아니다.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곳에서는 알림 시스템 때문에 안전운전을 할 수 있어 좋지만, 감시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알림 시스템이 과속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앞서 독일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전화 습관을 통해 언급했듯이,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행동불일치가 정서적으로나 양심적으로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법은 양심의 차원에서 볼 때, 보이는 곳에서의 불법을 바로 잡는 기능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불법을 바로 잡는 기능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불법이나 범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 국가와 사회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보이는 곳과 똑같이 행동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내비게이션의 감시카메라 알림 시스템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법을 피해가는 시스템을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감시카메라 알림 같은 시스템이 결국은 우리 사회를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사회로 전락시키고 말기 때문이다.
감시카메라 알림 시스템 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법을 피해가는 다른 모든 시스템도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차 지붕에 차량번호를 새기고 위성으로 차량 단속을 하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법을 저질러도 되는 내비게이션의 감시카메라 알림 시스템이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가혹하기는 하지만,
[단상]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행동을 같이 하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요?
오늘 저와 생일(음 7.27)이 같은 모든 분들께 축하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