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내 핸드폰 전화번호 연락처에는 ‘석계포차’가 저장되어 있고 카톡 친구로도 등록되어 있다.
석계포차는 1호선 석계역 1번 출구에 있는 10여 개의 포장마차 중 하나로, 실제는 다른 이름이지만, 내가 편의상 부르는 이름이다.
7년 전쯤 지인과 처음 석계포차에 들렀을 때, 한 가지 음식만 시켰는데, 다른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더 만들어서 우리에게도 준 사장님의 마음씨가 좋아서 지금까지 내 단골이 되었다.
60대 중반의 사장님은 성품이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석계포차는 항상 손님으로 가득했고, 손님들도 다양해서 교수, 정년퇴직자, 정치인, 사업가 그리고 대부분은 노동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포장마차 특성상 주방은 사람 한 명 움직이기도 힘든 곳인데, 사장님은 그 좁은 공간에서 손님이 주문하는 수 십 가지의 음식을 척척 잘도 만들어 냈다.
특히 사장님은 독실한 크리스챤으로 손님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도 앞장섰고, 나에게는 항상 ‘장로님’이라고 불러주었다.
나도 사장님 덕에 거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달 전쯤 석계포차 사장님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카톡 하나가 왔다.
“장로님, 서울대 병원에서 7시 30분 폐암수술 들어갑니다. 저의 남은 삶은 하나님 영광만 나타내며 살겠습니다.”
다행히 석계포차 사장님은 수술이 잘 되어 지금은 항암치료 전념하고 있고, 마음의 안정도 찾았다고 한다.
최근 민노총을 비롯 많은 사회단체들이 정부와 기업에 조리사 폐암 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2월 급식실 폐암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급식실 폐암 사망을 산재로 인정한 바 있다.
그래서 정부도 조리 공간의 공기질 기준을 강화하고 단속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전국에 있는 포장마차 사장님들은 정부의 조리사 폐암 방지 대책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식품 위생법이 강화될 때마다 이를 이유로 지자체가 포장마차를 철거해왔기 때문이다.
질병의 위험을 알고도 당장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더미에서 상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아프리카 행인들처럼, 포장마차 사장님들도 폐암의 위험을 알고도 그 좁은 공간에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기회에 지자체가 폐암 방지 대책을 세우면서 공기질 기준 강화나 포장마차 철거만 염두에 두지 말고, 포장마차에 닥터를 설치해주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아마 대부분 포장마차는 불법 노점이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지원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포장마차 주변이 개발되거나 재정비될 때 포장마차도 사라질 것이다.
그 때까지만이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포장마차 사장님들의 생계와 건강을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지만,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어려운 사람들을 지켜주는 것도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다.
우리 사회가 각종 혜택이나 지원으로부터 사각지대에 있는 자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단상]
석계포차 사장님, 힘내세요.
하나님이 그동안의 수고를 다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석계포차를 다녀간 모든 손님들이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