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지난 24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대상 시상식장에서 우리나라 의리(義理)의 대명사인 배우 김보성씨를 만났다. 요즘 우리나라가 정치인도 경제인도 일반인도 모두 자신의 이익만을 쫓느라 의리(義理)는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김보성씨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고 한다. 나는 김보성씨가 우리 국민에게 특히 정치인에게 던지는 메시지 ‘의리’가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한 덕목 중의 하나이기에, 배우 김보성씨가 우리나라의 ‘의리 전도사’이자 중요한 보배라는 생각을 했다. 원래 의리(義理)는 맹자의 중심사상인 의(義)가 송대에 이르러 다시 부각되면서, 의(義)를 실천해야 하는 근본 이유와 근거까지 밝혀, 의(義)에 이(理)를 덧붙여 의리(義理)로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이 살아야 할 올바른 길이 무엇이고, 어떤 삶이 가치 있는 것인가 등을 다뤘던 송학(宋學)을 의리를 밝히는 학문이라는 의미에서 의리학(義理學)으로 부르기도 한다. 맹자는 공자의 중심사상인 인(仁)과 짝으로 의(義)를 중요시했다. 인(仁)은 인간이 어질어야 한다는 본질적인 개념과 그 본질에 입각한 행위를 의미하는 실천적인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1980년대 후반 모 그룹 방글라데시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휴일이면 한국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을 자주 찾곤 했다. 당시 현지 직원이었던 Mr. Mustag이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의사당을 가리키며 방글라데시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Red card라고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Mr. Mustag은 집권당이 저지르지 않은 비리를 제1야당이 범했을 때는 제1야당의 작은 비리도 큰 이슈가 되고, 반대로 제1야당이 저지르지 않은 비리를 집권당이 범했을 때도 집권당의 작은 비리도 큰 이슈가 되지만, 집권당이나 제1야당이 같이 저지르는 각종 비리는 거대한 사건일지라도 절대 No problem이라고 했다. 이유는 집권당과 제1야당이 함께 저지르고 있는 비리를, 만약 어느 한 쪽에서 폭로하면 다른 한 쪽에서도 동종의 비리를 곧바로 폭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방글라데시 국민은 집권당과 제1야당이 함께 저지르는 커다란 국책사업 등의 비리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며, 방글라데시가 못사는 이유가 집권당과 제1야당이 함께 저지르는 비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나는 당시 Mr. Mustag에게 집권당과 제1야당이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 맞짱문화가 꽤 성행했었다. 원래 맞짱은 일대일로 맞서 싸우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소위 맞짱까기나 맞짱뛰기라는 말로 더 많이 알려졌는데, 이는 건달 조직 간에 큰 싸움이 벌어질 때, 양 조직의 두목이 일대일로 결투를 벌이는 것을 의미했다. 맞짱은 조직의 부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싸움이 시작되고,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부하들은 자기 조직의 두목을 도와 줄 수 없고, 만약에 자기 조직의 두목이 지게 되더라도 집단으로 패싸움을 하지 않고, 깨끗이 승복해야 하는 페어플레이 원칙이 지켜졌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도 맞짱이 유행했는데, 이해당사자 두 명이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투를 벌여 승패를 가렸다. 맞짱의 장점은 속도가 빠르고, 단번에 해결되고, 뒤끝 없이 깔끔하게 끝나고, 승복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맞짱에서 승리라도 하면 적당히 이기는 것이 아니라, 100:0으로 완벽하게 이기는 것이 되어, 그야말로 승자는 영웅이 되었다. 그 후로 맞짱은 토론에도 등장했는데, 보수와 진보 논객이, 노와 사 대표가 맞짱토론을 벌이면서 극한 대치 상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곤 했다. 맞짱토론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요즘 TV를 켜보면 아나운서를 비롯해 프로그램 진행자나 참가자들까지도 오롯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에는 오로지라는 단어만 사용해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오로지 대신 오롯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유식하게 보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오롯이를 사용하고 있다. 사실, 오로지와 오롯이는 그 뜻이 다르지만, 비슷한 의미도 가지고 있어, 언어 구사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구분하기 힘든 단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전에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방송이나 언론에서조차 오로지와 오롯이를 구분하지 않고, 오로지라는 단어만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누군가 틀리기 쉬운 우리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오로지와 오롯이를 구분하여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우리나라에 오롯이 열풍이 불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방송에서조차 오로지와 오롯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오로지 대신 오롯이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오롯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유식하다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가 온통 오롯이로 범람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로지'는 다른 것은 있을 수 없고, 오직 한 곳으로 만을 뜻하는 말로, 오직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지인 두 분과 연천군 소재 고대산자연휴양림에 다녀오면서, 우리는 차 안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연천은 접경지역이어서 그런지 군 부대만 많고, 공장이나 큰 건물은 거의 없는 청정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 중 한 분이 서울에서 고대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될까 하면서, 내비게이션을 켜보더니 110km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한 지인이 사람의 심리적 저항거리가 100km라면서 고대산자연휴양림이 심리적 저항거리 100km을 벗어나 있어, 이용객들에게 조금은 부담되는 거리라고 말했다. 그 지인은 본인도 집에서 100km가 안 되는 곳에 있는 천안의 처갓집에 갈 때는 부담이 덜 되는데, 대전에 사는 지인 집에 갈 때는 부담이 된다고 했다. 나도 어렸을 때 할머님으로부터 들은 “사람이 태어난 곳에서 반경 100km 안에서 자라고, 반경 100km 안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먹고, 반경 100km 안에 사는 베필을 만나 결혼하고, 반경 100km 안에서만 평생 사는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그리고 신토불이(身土不二)는 자신의 몸과 그 몸이 태어나고 자란 땅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뜻으로, 제 땅에서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실존주의 철학의 대가 샤르트르는 실제존재상황을 적용하는 효도 방법을 제시했다. 사람이 잠자는 모습은 죽은 모습과 가장 흡사하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님이 주무시고 계시는 침실에 들어가 무릎 꿇고,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알 수 없는 부모님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부모님의 얼굴을 바라보면, 대부분은 눈물을 흘리며 효도하지 못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결국은 효도하겠다는 결심과 함께 진정한 효도를 하게 된다고 한다. 현재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의 상황을 현재 실제 존재하는 상황으로 인식할 때, 본질의 깊이와 폭이 더 커진다는 실존주의 철학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오래 전, 중고등부 학생들과 양평으로 수련회를 갔을 때도 실제존재상황인식을 응용해서 미리 겪어보는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다짐하게 되는 프로그램을 가진 적이 있다. 학생들 스스로 만든 묘비를 세워 놓고, 학생들이 모형 관에 들어가 누우면 못질을 하고, 미리 파 둔 웅덩이에 모형 관을 넣어 흙을 뿌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모의 장례식이었다. 모의 장례식이 끝나고 나온 학생들 대부분은 엉엉 울면서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자신을 발견하고, 결국은 앞으로 새롭게 거듭난 모습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20대와 30대는 중국을 싫어하고, 60대 이상은 일본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드배치를 주장하며 중국을 공격하는 국민의힘의 윤석열 대선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을 공격하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선후보는 60대 이상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19대 대통령선거 때까지만 해도 친미성향이냐 반미성향이냐에 따라 양대 정당의 지지율이 달라졌는데, 금번 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미국은 보이지 않고, 중국과 일본만 보이는 선거가 되었다. 특히, 중국을 싫어하는 20대와 30대가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세대로 등장하면서 금번 대선에서 중국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 새 정권의 중국에 대한 전략도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14개 국가와 육상 경계를, 6개 국가와 해상 경계를 맞대고 있는 세계에서 국경선이 가장 긴 국가다. 이런 지정학적인 요인으로 인해, 중국은 1949년 건국 이후 지금까지도 인접국가와 영토분쟁을 계속 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강한 군사력을 가진 인접국가인 소련, 인도, 베트남과 영토문제로 몇 차례 무력충돌을 벌였고, 남중국해에서 몇몇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1.29)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대선후보의 중앙선거대책본부에 합류하면서 국민의힘이 원(one)팀 구성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두문불출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까지 합류해야 사실상 국민의힘의 원팀 구성이 마무리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야권 단일화까지 이루어져야 정권교체를 위한 범야권 원팀 구성이 마무리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역시 경선이 끝난 후, 곧바로 원(one)팀이 구성되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최근 이낙연 전 대표가 등장하면서 원팀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민주당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합류와 범여권 단일화까지 이루어져야 정권연장을 위한 원팀 구성이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선거를 앞두고 말하는 원(one)팀은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구성원들이 선거 승리라는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든 기구다. 그래서 정치권의 원팀은 목적이 달성되거나 시효가 소멸되면 저절로 해체되는 숙명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선거를 앞두고 원팀이 구성되었다 해도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부분적으로만 하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몇 년 전부터 존경하는 두 분의 메시지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 카톡에 도착하고 있다. 먼저 새벽 5시 40분 도착하는 ‘책속의 한줄’은 삶의 지침이 되는 글이고, 7시 20분경 도착하는 ‘아침 3분 공감’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 마음을 다스리기에 좋은 글이다. 나는 다른 분들의 메시지도 카톡으로 받으면 꼭 읽는 편이지만, 위 두 분의 메시지는 언제나 정해진 아침 시간대에 받는 글이라, 특히 더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다. 그래서 나는 평소 위 두 분이 보내는 메시지를 차가운 머리로 읽지 않고, 따뜻한 가슴으로 읽는 편이다. 분명히 분별력 있는 머리로 읽어야 하는데, 나는 왜 따뜻한 가슴으로 읽고 있는 것일까? 아마 내가 존경하는 두 분을 항상 내 마음의 좋은 공간에 담아두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자리 잡고 있는 공간인 마음도 가슴에 있지 않고, 머리(뇌)에 있는데, 나는 왜 가슴으로 위 두 분의 메시를 읽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머리에 있는 마음을 가슴에 있다고 여기고, 심한 경우는 마음과 가슴을 같은 의미로 이해하기도 한다. 분명히 마음은 가슴에 있지 않고 머리에 있는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인류가 아직 문자를 가지지 못했을 때도 언어는 존재했고, 그래서 문자 대신 언어로만 모든 의사를 전해야만 했다. 이렇게 단순히 언어로만 의사를 전하던 시대를 구전시대(口傳時代)라고 부르고, 이 시기에 언어로 전해지는 문학을 구전문학(口傳文學)이라고 한다. 그리고 문자가 생기기 전까지의 구전시대뿐만 아니라, 인쇄술이 발달하여 문자가 널리 보급되기 전까지도 이야기(문학) 외에 역사나 사건이나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대부분 입으로만 전해졌다. 특히 신화나 전설이나 설화가 오랜 기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구전시대의 대표성을 지닌 구전시대의 산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 전해질수록 내용이 추가되거나 변질되고, 나중에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구전시대의 역사나 사건이나 특히 문학이 나름대로 생명력을 가지고 그 명맥을 이어왔다. 그렇다면, 구전(口傳)에 무슨 신통한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전설이나 기적같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반신반의하다가도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할 때는 스스로가 들었을 때보다 훨씬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전하는 인류의 속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