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각각 다른 조건의 2개 팀을 놓고, 개인의 집단성과에 대한 공헌도 변화 추이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조정경기 실험을 해보면 어떨까?
조정경기 실험은 선수 한 명이 당길 수 있는 힘의 크기를 100으로 하고, 2명, 3명, 8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의 힘의 크기를 확인하는 실험으로,
이론적으로는, 2명, 3명, 8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의 힘의 크기가 200, 300, 800의 힘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첫 번째, 조정경기를 해서 이겨도 보상이 없는 A팀의 경우, 2명, 3명, 8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의 힘의 크기는 186(93%), 255(85%), 393(49%)이 나오고,
두 번째, 조정경기를 해서 이기면 세계대회 출전권을 주겠다고 한 B팀의 경우, 2명, 3명, 8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의 힘의 크기는 220(110%), 345(115%), 960(120%)이 나온다고 한다.
A팀의 경우 조정경기에서 특별히 이겨야 할 명분이 없는 친선게임 정도의 수준이다 보니, 선수 각자가 서로 책임감을 크게 느끼지 못해, 팀 전체의 미션수행에 대한 동기가 떨어지기 때문이고,
B팀의 경우, 조정경기에서 이기면 세계대회 출전 자격을 가지게 된다는 목표가 확실하고, 그래서 선수 각자가 서로 책임감을 느끼면서 팀 전체의 미션수행에 대한 동기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바로, A팀의 경우처럼 집단구성원의 수가 증가할수록 성과에 대한 1인당 공헌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링겔만효과(Ringelmann effect)라 하고,
B팀의 경우처럼 집단구성원의 수가 증가할수록 성과에 대한 1인당 공헌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시너지효과(synergy effect)라 한다.
1900년대 초 프랑스의 농업기술자였던 링겔만은 영농 생산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수레를 끄는 말 두 마리의 능력이 한 마리 말이 수레를 끌 때 보이는 능력의 2배가 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서 링겔만은 구성원들의 집단성과에 대한 공헌도 변화 추이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줄다리기 실험을 했다.
개인이 당길 수 있는 힘의 크기를 100으로 본다면 이론적으로 2명, 3명, 8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은 200, 300, 800의 힘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결과는 2명의 그룹은 186(93%), 3명의 그룹은 255(85%), 8명의 그룹은 겨우 392(49%)의 힘의 크기만 작용한 것이다. (위 A팀은 링겔만의 실험결과 적용)
링겔만 효과는 개인이 혼자 일할 때보다 집단에 속해 있을 때 노력을 덜 투입하는 성향을 일컫는 용어인 사회적 편승(social loafing)과 동의어로 간주되고 있다.
링겔만 효과는 개인별 공헌도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나 팀 성과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주 나타난다.
대중시대를 지나 다중시대에 들어선 현대의 국가나 기업은 이제 링겔만효과를 시너지효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중시대는 개인의 가치가 전체의 가치를 위해 희생했지만, 현대의 다중시대는 개인의 가치가 전체의 가치 때문에 희생되어서는 안 되는 시대다.
그래서 국가나 기업이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게 무척 힘들고, 오히려 링겔만효과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국가나 기업이 시너지효과를 내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링겔만효과를 완화하는 데 더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다중시대의 특징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링겔만효과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심지어는 소명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링겔만효과를 완화한다는 게 무척 어렵다는 게 일선에서 뛰는 경영자들의 의견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머슴의식 속에 있는 개인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개인을 주인으로 실제 만들어주어야 전체에서 시너지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에 단상에서 언급했듯이, 구로디지탈단지 안에 있는 모 회사의 모든 직원 연봉이 1억 원이 넘을 정도로 알짜 회사가 된 이유가 전 직원이 골고루 지분을 갖고 주인의식이 아닌 실제 주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금번 6.1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는 것도 주인의식이 아닌 실제 주인으로 참여해야 링겔만효과가 아닌 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유권자가 높은 지위의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뽑는 게 아니라, 지자체의 주인인 유권자가 지자체의 머슴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링겔만효과에서 시너지효과로 가는 길목에는 ‘주인의식'이 아닌 실제 '주인'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가와 기업이 잊지 말아야 한다.
[단상]
오늘도 하는 일마다 주인 자격으로 참여해서, 개인은 물론 전체에도 시너지효과를 내는 멋진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