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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빈대법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빈대는 몸이 아주 작고, 납작하고, 갈색이어서 사람의 눈으로 분간하기가 무척 어렵다.

 

빈대는 주로 벽지, 가구, 벽틈 등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하며, 주둥이로 사람을 찌르고 피를 빨아먹는 해충이다.

 

그래서 빈대가 집에 기생하면 온 집안 식구들이 밤새 피투성이가 되도록 온몸을 긁어대며,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빈대는 주거환경이 청결해지면서 사라졌으나, 1970년대 이전까지는 이나 벼룩 등과 함께 우리 국민을 괴롭혀왔던 해충이다.

 

당시 우리집도 1년에 한 두 번씩 빈대를 잡기 위해 연막탄이라고 하는 살충제를 밀폐된 방안에 피워놓고 빈대를 박멸했었다.

 

그러나 벽지나 가구 등에 배인 역한 냄새가 모두 빠질 때까지 우리 가족은 여러 날을 고약한 냄새에 시달려야 했고, 옷들도 전부 밖에서 말리거나 다시 빨아야 했다.

 

이렇게 고역을 겪어서라도 없애고 싶은 게 빈대였으니, 빈대를 잡다가 화재로 초가삼간 다 태워서라도 빈대 잡는 게 시원하다는 속담이 생겨났던 것 같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은 당장의 잘 못된 것을 없앨 마음만 앞서 그것이 초래할 위험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도 여러 분야에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예가 많이 발생했다.

 

특히, 현 정권이 적폐청산을 하기 위해 집권 초기 2년 동안 새로운 잣대를 들이대면서 적폐청산의 공은 어느 정도 세웠지만, 결과는 국민의 마음을 둘로 갈라놓았고, 세계적인 기업의 총수까지 구속되면서 나라 전체의 위상은 추락하고 말았다.

 

부동산 정책도 투기 근절에만 급급하여 각종 규제를 강화하다가, 전체를 보지 못하고,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또한, 공직자 한 사람의 비리를 잡기 위해 수사하다가, 가족 전체를 몰락시킨 사례도 있었다.

 

얼마 전에는 야당 대선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역시 현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하면서, 5년 전 적폐청산에 몰두하다 나라 전체의 위상을 떨어뜨린 현 정권의 우가 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하며, 우리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이나 주장을 자세히 보면, 빈대 잡는 이야기만 하지, 빈대 잡으려다 초간삼간 태우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하지 않고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간삼간 태우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빈대 잡는 일은 시스템에 맡기고, 초가삼간 안 태우는 일을 해야 하는데, 우리 대선후보들이 시스템이 해도 되는 빈대 잡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더 이상 적폐청산을 한다며 나라의 위상을 떨어뜨려서도 안 되고,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면서 부동산 공급과 수요를 맞추지 못해 부동산 정책이 실패해서도 안 되고, 한 사람의 비리를 수사하다가 가족 전체를 죄인으로 만드는 일도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대선후보들이 빈대 잡으려다 초간삼간 태우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빈대법제정을 공동공약으로 선언해야, 우리 국민들 미음이 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정치개혁을 한다는 핑계로, 우리나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발전을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우리 국민의 피를 빨아먹고, 우리 국민의 심신의 병을 유발하는 빈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4년 전 부동산 값을 절대 올리지 않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8억 원에 아파트를 팔았는데. 지금은 25억 원으로 껑충 뛰어, 그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월세로 들어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는 60대 중년의 고충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다.

 

그래서 빈대법이 필요한 지금이다.

 

빈대는 반드시 잡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초간삼간을 태우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단상]

오늘은 빈대법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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