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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 탓이냐 - 함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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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뉘 탓이냐
비단에 무늬를 놨다는 이 강산에
다섯 즈믄 겹 쌓아 솟은 바람터에 올라
보이느니 걸뜬 피뿐이요
들리느니 가슴 내려앉는 숨소리뿐이요
맡아지느니 썩어진 냄새뿐이요
그리고 따 끝에 둘린 안개 장막 저 쪽엔
무슨 괴물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건 알지도 못하고
그러다 그러다 가게 됐으니
이게 뉘 탓이냐

신선의 산이라 했다는 걸
군자국(君子國)이라 했다는 걸
예의지방(禮儀之邦)이라 했다는 걸
집엘 가도 안을 자식이 없고
길을 걸어도 손잡을 동무가 없고
오래 거리를 다 뒤타도
이야기를 들을 늙은이를 볼 수 없고
봉 사이, 물결 위에는 스스로
달 바람이 맑고 밝건만
듣고 볼 사람이 없으니
이게 뉘 탓이냐
뉘 탓이냐
어느 뉘 탓이란 말이냐
네 탓
내 탓
그렇다 이 나라에 나온 네가 탓이요
그 너 만난 내가 탓이다
무얼 하자고 여기를 나왔더냐

아니다 탓이람 그 탓이다
애당초에 그이가 탓 아니냐
무얼 한다고 삼위(三危)요 한배(太白)요
그냥 계시지 못하고 홍익(홍익)이니 이화(이화)니
부질없이 이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신단 말이냐
그 탓이다 그이가 탓이다
그 한 탓에 이 노름이다

이게 뉘 탓이냐
가없고 변저리없는 아득한 한 누리에
둘은 없는 묵숨불 탔다면서
소리를 지른 것이 목구멍에 잠기고
뛰어 본 것이 그림자 위에 되떨어지고
생각을 한 것이 살얼음 틈에 녹아나
하늘 가에 맴도는 조롱박 속에서
콩알처럼 흔들려 바사지게 됐으니
이게 뉘 탓이냐

나를 본 자아버지 본 거라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라 높다
네 자신을 알아라
하늘이 내게 속알을 주셨다
거룩하게 거듭거듭 일러는 주셨건만
불이란 불은 다 불다간 꺼졌더구나
물이란 물은 다 흘러선 흘 더구나
바람조차 불다가 불다간 돌아도 더구나
종교요 과학이요 두루 캔 뒷 끝은
싹트는 알 하나의 하품에 놀라
공든 탑보다도 말 먼저 무너져
얼굴이 파랗게 질리게 됐으니
이게 뉘 탓이란 말이냐

뉘 탓이냐고
개인 탓, 사회 탓,
물질 탓, 정신 탓,
그렇다 산 내 탓이요 있는 너 탓이다
뭐 탓다고 이 곤두박질이겠느냐
어떻다고 이 가슴 답답한 냄새겠느냐

아니야 너도 아니오 나도 아니야
제 탓이람 차라리 쉽지만
있자 해서 있는 인생이더냐
없자 해서 없는 자연이더냐
탓이람 그의 탓이다
그가 애초에 탓을 일으키셨다
말씀(뜻) 낸 것이 말썽의 탓 아니냐

영원의 두루뭉수리 그냥을 품고
늙은 암탉처럼 업디는 아버지를
무엇 하자 가만 아니 두고
그 날개를 들치고 나오셨을까
밑 모르는 캄캄 빈탕에 아로새김을 하자
열쌔고 거세게 슬프게 나서는
한 줄기 외론 따뜻한 빛
아이들은 가만 못있는 것
가만 아니 계신 아들 탓이다
그저 계시면 그저 하나이신 걸
한번 번쩍 나선 탓
위는 영원한 눈도 깜짝 못하는 쌈이
버러지니, 천지요 만물이요 역사였더라

그러나 아아
삼켜도 삼켜도 삼켜낼 길 없는 어둠을
삼키려 드는 칼날 같은 그 맘을
누가 아느냐 누가 받느냐
모든 탈의 탓의 탓의 또 탓으로
타고 탓고, 타고 탄, 또 타고 탈 그 탐

아아 그 한 맘의 끝이
쇠도 아니 드는 어둠이 맨바닥 위에
아버지 그린 얼굴을 그린다고
좇고 좇다가
한 몸이 다 탓구나
인젠 그 탓을 빛 지울 곳도 없고
번쩍 탔던 그 순간 그는
단번에 만물을 불러내어
아버지 모습을 그 모든 위에 지져 박았고
네탓, 내 탓, 육 탓, 영탓, 안 탓, 모른 탓
모든 탓이 거기 죄다 탔으니
아무 탓도 아무 탈도 아무 탄도 할 곳 없는
다만 빛의 나라뿐이로다.


[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착한 일을 하면?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착한 일을 하면 어떤 보상을 받을까? 인류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천 년 동안 노력해왔고, 그 결과 시대별로 다른 답을 계속 제시해왔다. 먼저 인류는 고대 신화시대부터 18세기까지는 권선징악(勸善懲惡, 착한 일을 권하고, 악한 일을 벌한다.)을 내세우며, “착한 일을 하면 복 받는다.”는 가치를 삶의 덕목으로 삼았다. 그래서 신화나 전설이나 고대소설은 대부분 “착한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내용의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믿고 지켜왔던 권선징악의 가치가 별 노력도 안하고, 스스로 변한 것도 없는데, 착한 일을 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부와 명예를 얻는다는 게 모순임을 알게 되었다. 인생의 성공이 불로소득이나 행운의 개념으로 적용되었던 게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권선징악의 모순이 현존 질서를 타파하고 사회를 개혁하려는 데 목적을 두었던 18세기 계몽사상에 의해 드러나면서, 권선징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인류는 권선징악에 나오는 불로소득을 배제하고, “착한 일을 하면 남으로부터 정당한 평가와 대우를 받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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