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오늘(27일) 아침 언론 매체들이 “최근 신종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하루 평균 2,000명대를 기록하고 있고,
어젯밤 9시까지 집계가 2,339명으로, 오늘도 2,600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누적 확진자도 이미 30만명을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니, 확진자 수가 9월 23일 2,434명, 9월 24일 3,271명, 9월 25일 2,770명, 9월 26일 2,383명으로 집계되어 있었다.
질병관리청이나 언론 매체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를 하루 통계와 누적 통계로만 발표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국민도 대부분 하루 통계에만 익숙해 있는 것 같다.
나도 최근 주변에서 “오늘도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었대”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질병관리청이나 언론 매체가 다음과 같이 보도하면 어떨까?
“지난 주중에는 신종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이틀 평균 5,000명대를 넘더니, 주말을 기점으로 이틀 평균 6,000명대를 돌파하고 있어, 정부가 비상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우리는 위 보도에서 하루 단위 통계보다 이틀 단위 통계를 통해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심각성을 훨씬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에게 코로나19 심각성을 알려야 할 정부나 언론이 왜 확진자 수를 이틀 단위 통계로 발표하지 않고, 하루 단위 통계로만 발표하여, 우리 국민의 코로나19 체감온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일까?
세상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류의 삶의 반경은 넓어졌지만, 우리 사회가 구분해서 생각하는 기본적인 단위는 속도와 비례해 짧아졌다.
농경시대만 해도 계절(분기, 3개월) 단위가 우리 사회 곳곳에 적용되었고,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월(30일) 단위로 짧아져 적용되었고,
그리고 지식경영시대 이후에는 주(7일) 단위로 자리 잡다가,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하루(1일) 단위까지 짧아져 우리 사회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산업화시대에 태어난 나도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월 단위 계획을 많이 세웠고, 대학교 이후 사회생활을 왕성하게 할 때까지는 주로 주 단위의 계획을, 그리고 지금은 월이나 주 단위보다 하루 단위의 계획을 많이 세우는 편이다.
어찌 보면, 스피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하루가 행복해야 삶 전체가 행복해진다,”는 하루살이 프레임 속에 갇혀 있는 지도 모른다.
하루 단위 계획은 사람이 세우고, 주나 월이나 분기나 년 단위 계획은 컴퓨터나 로봇이 세워주는 세상이 된 것 같다.
하루살이 프레임이 꼭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하루살이 프레임에 갇혀 있는 현대인과 하루살이 프레임에 맞추어진 현대 사회의 시스템이 왠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단위가 년(12개월)에서 분기(3개월)로 바뀌는 것은 속도가 4배 빨라지는 것이고, 분기(3개월)에서 월(개월)로 바뀌는 것은 속도가 3배 빨라지는 것이고, 월(30일)에서 주(7일)로 바뀌는 것은 속도가 4.3배 빨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단위가 주(7일)에서 하루(1일)로 바뀌는 것은 속도가 무려 7배나 빨라지는 것이다.
먼 미래에는 단위가 하루(24시간)에서 한 시간(1시간)으로 바뀌면서 속도가 24배로 껑충 뛸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세상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 사회에 적용되는 기본 단위도 점점 짧아지는 것은 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루살이 프레임 속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하루 단위 보도로만 접하다가 불과 이틀 단위 보도로 접했을 뿐인데, 훨씬 민감하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단상]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틀 평균 5,000명대를 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