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구상의 모든 경제, 사회, 학문, 기술 따위는 삼라만상과 함께 변화하면서 지금까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해왔고, 지금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창조론이나 진화론의 여부를 떠나 정신적 육체적 수준이 이미 높은 경지에 올라 있어 크게 진화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기 위해 과학이나 기술 등 최첨단 지식을 이용하여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는 사람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계속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진다는 의미의 단어로 ‘발전(發展)’과 ‘발달(發達)’이 있는 데, 이 두 단어를 명확히 구분해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국어사전에 '발전'은 이전보다 나아진 상태나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하고, '발달'은 현재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름을 의미한다고 나와 있다.
‘발전(發展)’은 과정의 단계이고, ‘발달(發達)’은 결과의 단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발전’과 ‘발달’의 예를 들어보면, ‘발전’은 경제 발전, 전기 발전, 사랑의 발전 등이 있고,
‘발달’은 신체의 발달, 운동신경의 발달 등과 같이 신체, 정서, 지능 따위가 성장하거나 성숙함을 나타내는 경우와,
의학의 발달, 기술의 발달, 통신의 발달, 등과 같이 학문, 기술, 문명 따위의 현상이 보다 높은 수준에 이름을 나나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학문, 기술, 문명 따위의 현상이 보다 높은 수준에 이름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주로 ‘발달’을 사용하되, 상황에 따라 ‘발전’과 함께 혼용(의학의 발달, 의학의 발전, 기술의 발달, 기술의 발전, 통신의 발달, 통신의 발전)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유독 사람의 신체, 정서, 지능 따위가 성장하거나 성숙함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발전'(發展)을 사용하지 않고 '발달(發達)'만 사용하고 있다.
사람의 능력이 어떤 학문이나 가술보다도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좋은 예 같다.
그런데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부각되면서 '로봇의 발전'이나 '인공지능의 발전'이라 하지 않고 '로봇의 발달'이나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제는 로봇이나 인공지능 등이 사람의 신체, 정서, 지능 따위가 성장하거나 성숙함을 나타내는 경우처럼 '발전'을 사용하지 않고 '발달'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상당한 수준은 인정하지만 아직 사람의 지능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인데도 성급하게 ‘발달’이라는 단어만을 사용하는 것 같아 왠지 로봇에게 사람의 영역을 뺏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사람을 도와주는 영역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도 앞으로도 만물의 영장은 여전히 사람이다.
[短想]
‘발전(發展)’과 ‘발달(發達)’을 잘 구분해서 사용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