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리스트
'효자(孝子)'는 부모를 잘 섬기는 아들이란 뜻으로, 효행을 잘 하는 아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효자(孝子)’字에 접두사 ‘不’을 붙인 ‘불효자(不孝子)’는 부모를 잘 섬기지 않는 아들이란 뜻이다.
'不'은 '않다, 아니하다'라는 뜻을 지닌 술어 부정 접두사로, ‘不’이 붙는 말은 '무엇이 아니다, 무엇이지 않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不'이 술어 부정 접두사이기에 ’不‘이 붙는 말은 주로 '-이다, -하다'라는 술어와 어울려 쓰인다.
예를 들어 ‘불효자(이다)’, ‘불필요(하다)’ 등과 같이 ‘불’은 ‘–이다’. ‘-하다’와 잘 어울리는 접두사다.
상형문자 ‘不’은 새가 하늘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다.
그래서 ‘不’은 불가능이라는 의미를 가진 완전 부정을 뜻한다.
한편 ‘非’는 ‘不’과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접두사다.
상형문자 ‘非’는 개의 양 날개인데 반대로 가지런히 있어 날아갈 수 없다는 “거기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羽(깃우)’는 날개가 같은 방향으로 작용을 하여 날아간다는 의미인데, ‘非(아닐비)’는 날개가 반대방향으로 있으니 날아가는 영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非道德(비도덕)’은 도덕이 있는데 도덕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고, ‘非人間(비인간)’은 사람다운 사람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非'는 '잘못, 아님, 그름, 어긋남' 등의 뜻을 나타내는 상태 부정 접두사로, ‘非’가 붙는 말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非’는 상태 부정 접두사이기에 주로 '-的(적)'이라는 접미사와 어울려 쓰인다.
'-적)'과 잘 어울리는 ‘비생산(적)’, ‘비효율(적)’ 등이 그 예가 된다.
요약하면, 명사 앞에 ‘不’이 붙을 경우 ‘-이다’, ‘-하다’가 어울리고, ‘非’가 붙으면 ‘-적’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규칙(적)’, ‘비무장 ’비호감‘ 같은 예외의 경우도 있다.
‘不’과 ‘非’는 둘 다 본래의 해석보다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또 하나의 명사를 만드는 접두사이고, 또한 명사와 함께 표준어로 된 경우가 많아 일정한 적용 규칙은 없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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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불효자(不孝子)' 역시 ‘불효자(不孝子)'는 부모를 잘 섬기지 않는 아들이지, 부모를 완전 안 섬기는 아들이 아니기 때문에, ‘不’과 ‘非’의 적용 규칙에 상관 없이 ‘불효자(不孝子)’를 ‘비효자(非孝子)’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효자(孝子)'에 '잘못, 그름, 어긋남'이라는 ’비(非)‘를 대입한 ’비효자(非孝子)‘는 바로 '잘못된 효자, 그른 효자, 어긋난 효자'라는 의미가 된다.
‘비효자(非孝子)’가 당장은 어색한 말이지만, '불효자(不孝子)'가 완전 효자가 아니라는 의미임을 생각해볼 때, 어긋나고 그른 효자를 의미하는 ‘비효자(非孝子)’가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
부모에게 잘못했다면 효자 계열에 들어가지 못한 ‘비효자(非孝子)’가 맞는 것이지, '불효자(不孝子)'로 낙인찍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불효자(不孝子)'보다는 ‘비효자(非孝子)’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단상]
효도를 강조하기 위해 '불효자(不孝子)'라고 명명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비효자(非孝子)’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