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햅쌀 10만t(톤) 이상을 시장에서 추가로 격리하고 한우 암소 1만 마리를 더 줄이는 등 수급 관리에 나서기로 하면서 쌀값과 한웃값 약세가 진정될지 시선이 쏠린다.
정부는 이런 단기 대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쌀과 한우 수급 안정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동참하는 농가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당정 협의회에서 '쌀·한우 쌀 수급 안정 대책'을 확정했다.
산지 쌀값과 한우 도매가격이 하락해 농가가 경영난을 호소하자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 햅쌀 선제 격리·한우 소비 활성화로 '가격 방어'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5일 20㎏에 5만4천388원에서 계속 하락해 지난 5일 4만3천842원까지 떨어졌다. 한우의 경우 수요가 증가하는 명절 성수기임에도 도매가격은 지난 6일 기준 ㎏당 1만7천917원으로 1년 전보다 8.2% 낮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산지 쌀값 방어를 위해 올해 농지 2만㏊(헥타르·1㏊는 1만㎡)에서 생산되는 밥쌀 10만t을 사료용 등으로 처분하기로 했다.
정부가 공공비축미로 사들이기로 한 올해 밥쌀이 36만t인데 이번 처분 물량까지 더하면 햅쌀 46만t을 시장에서 격리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햅쌀을 미리 사들여 시장에 공급되는 양을 줄이기로 했다.
통계청이 다음 달 초 예상 생산량을 발표하는데, 격리하기로 결정한 물량과 추정 소비량을 빼고도 남는 쌀이 있으면 미리 처분해 사전에 유통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통계청이 오는 11월 중순께 최종 생산량을 발표한 뒤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한 대책을 추가로 추진하기로 했다.
최명철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수확기 수급 안정 대책은 통상 10월 중순에 발표했으나 이번에는 2005년 이후 가장 이른 시기에 발표했다"며 "쌀 과잉 생산에 대한 현장 불안을 조기에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우의 경우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농협을 통해 암소 1만 마리를 감축하기로 했다. 기존 감축분 13만9천마리인데 여기에 농협 감축분까지 합치면 약 15만 마리가 줄어들게 된다.
또 할인 행사 지원을 이어가고 급식·가공업체에 납품을 늘리는 등 소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 밖에 내년에도 축산 농가에 지원하는 사료 구매 자금을 1조원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 쌀·한우 수급 불균형 해소…중장기 근본대책도 수립
정부는 쌀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장기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가 계속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벼 재배 면적을 효과적으로 줄여가기 위해 '재배면적 신고제'와 '지역별 감축면적 할당'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도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배 면적 조정에 참여한 농가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이행하지 않은 농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패널티(벌칙)를 부과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농가가 증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고품질의 쌀을 생산할 수 있도록 쌀 등급제와 단백질 함량 표시를 강화하고 친환경 벼 재배를 장려하기로 했다. 이 밖에 쌀 소비처를 가공산업, 장립종·기능성 등으로 다각화하고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책임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한우 산업의 수급 관리를 위해선 큰 틀에서 중장기 발전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사전 경보체계'를 도입해 출하 3년 전 송아지 생산 단계에서 과잉이 예상되면 농가와 생산자단체, 지자체가 증산 억제와 사육 감축 대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대책에 참여하는 축산 농가에는 인공수정용 정액 우선 선택권을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미참여 농가에는 정부 사업 지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패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한우 사육 기간을 현재 30개월 정도에서 24∼26개월로 단축해 생산비를 절감하도록 했다. 이 밖에 생산성 향상을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스마트팜 보급률을 30%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도매-소매가격의 연동을 강화하기 위해 농협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온라인 거래와 직거래를 활성화한다.
숙성육 시장을 활성화하고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요처를 발굴해 수출 시장 확대에 나선다.
이번 대책을 추진하면서 구조적인 수급 불안 문제를 해소하고 주요국의 소고기 관세 철폐에 대비해 자급률을 40%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쌀·한우 수급 관리 대책 추진에 농업인의 참여가 중요한 만큼 생산자단체와 소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안에 생산자단체 등과 충분히 협의해 쌀 수급 근본 대책을 구체화해 발표할 계획이며 전국한우협회와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축산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