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오늘(22)부터 tvN에서 저녁 9시에 방영되는 새 월화드라마 '나빌레라'가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전 세계에 서비스된다고 한다.
드라마 '나빌레라'는 3월 22일부터 4월 27일까지 방영되는 12부작이다.
넷플릭스는 아시아 지역과 영어권, 아랍 지역,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는 3월 22일부터 매주 월, 화요일 밤 11시(한국 표준시)에 공개되고, 그 외 지역은 5월 4일 오후 4시에 전 회차 공개된다고 밝혔다.
드라마 ‘나빌레라’는 별점 10점 만점을 기록하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웹툰 '나빌레라'를 원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기대를 받은 바 있다.
한편 2019년에 웹툰 '나빌레라'를 원작으로 제작되었던 뮤지컬 ‘나빌레라’도 오는 5월 13일 개막을 시작으로 다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고 한다.
오늘 첫 방영되는 드라마 ‘나빌레라’나 5월 13일 재 공연되는 뮤지컬 ‘나빌레라’나 모두 웹툰 ‘나빌레라’를 원작으로 제작되었기에 그 스토리는 같다.
‘나빌레라’의 스토리는 대충 이렇다.
은퇴한 우편배달원 70세 심덕출은 평생 꿈꿔온 발레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후, 가족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무명 발레단을 찾는다.
단장은 심덕출의 간절한 부탁에 못 이겨 23세 이채록에게 가르치도록 임무를 맡긴다.
이채록은 여러 운동을 전전하다 발레의 매혹에 이끌렸으나 부상과 생활고로 연습에 열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발레리노 지망생이다. (‘발레리노’는 발레하는 남자 무용수, ‘발레리나’는 발레하는 여자 무용수)
일흔에 도전을 시작한 덕출과 스물셋에 방황을 시작한 채록은 발레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세대를 뛰어넘어 특별한 우정을 쌓아간다.
‘나빌레라’는 꿈은 간절하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 노인과 좋은 신체조건을 가졌으나 암울한 현실 때문에 방황하는 젊은이가 갈등과 좌절 속에서 함께 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두 남자의 성장 드라마다.
원래 ‘나빌레라’는 여승의 춤사위와 의상의 움직임이 어우러진 달밤의 산사를 묘사한 조지훈의 시(詩) 승무(1939년 발표)의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구절에서 처름 사용된 문구다.
여기사 ‘나빌레라’는 '나비'와 '-ㄹ레라'라는 표현이 합해져서 '나비 같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느 작가는 ‘나빌레라’를 '나비 일려나' 와 ' 나비 일리라' 즉, 하나의 사실에 대해 말하는 추측(주관)과 확증(객관)의 두 함의를 나타내는 시적 표현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걸그룹의 노래 '너 그리고 나 (나빌레라)'에서는 ‘나빌레라’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비처럼 날아가고 싶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나빌레라’는 내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공간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고시원에서 2년여 동안 공부하고 있을 때, 사촌 동생의 소개로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던 여학생을 계속 만난 커피숖 이름이 ‘나빌레라’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에는 조지훈 시인의 승무(詩)에 나오는 ‘나빌레라’처럼 나비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의 생각을 추측하며 알아갔고, 그래서 부담 없이 문학과 철학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6개월쯤 지나서는 걸그룹의 노래 ‘나빌레라’처럼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비처럼 날아가는 마음으로 만났고, 그래서 사랑을 키울 수 있었고,
1년쯤 되었을 때는 웹툰이나 드라마의 ‘나빌레라’처럼 대학을 졸업한지 2년이나 된 고참 취준생과 졸업을 앞두고 사회진출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초자 취준생이 서로의 꿈과 희망을 나누면서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 ‘꿈의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논할 수 있었던 곳이 ‘나빌레라’‘ 커피숖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우리는 ‘나빌레라’‘ 커피숖에서 결혼을 약속했고, 결혼한 후 현재까지도 때론 시(詩)에 나오는 ‘나빌레라’처럼, 때론 노래에 나오는 ‘나빌레라’처럼, 때론 웹툰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나빌레라’차럼 살아왔던 것 같다.
1939년 조지훈 시인이 승무(詩)에서 처음 사용한 ‘나빌레라’가 지난 수십년 동안 웹툰과 노래와 뮤지컬을 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고, 이제는 드라마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저녁부터 방영되는 드라마 ‘나빌레라‘를 아내와 함께 보는 것은 물론이고, 오는 5월 13일 첫 공연되는 드라마 ‘나빌레라’도 아내와 함께 꼭 관람할 생각이다.
[단상]
드라나 ‘나빌레라’를 통해서 생활의 활력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토요일 재방송에서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