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중거리 요격체계인 '천궁-Ⅱ'의 이라크 수출이 성사됐지만, 생산 업체 간에 납품가격과 납기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천궁-Ⅱ 포대는 8개 발사관을 탑재한 발사대 차량 4대와 다기능 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을 갖췄다. 미사일과 통합 체계는 LIG넥스원,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생산한다.
한화 측은 주체계(주계약) 업체인 LIG 측이 가격과 납기에 대한 사전 합의 없이 이라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LIG 측은 계약 체결 직전 한화 측이 협의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LIG넥스원은 지난 20일 이라크 국방부와 3조7천135억원 규모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계약 체결 직후 한화 측은 LIG가 이라크 수출 계약에 급급한 나머지 납품 업체들의 사전 동의 없이 무리하게 계약을 체결했고, 납품 업체에 가격과 납기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화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에 "지난 7월 납기 등에 대한 LIG넥스원의 요청에 대해 당사 입장을 회신했지만, 수용 여부에 대한 LIG넥스원 측 답을 듣지 못했다"며 "이후 사전 합의 없이 천궁-Ⅱ 이라크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방산 수출 기조에 맞춰 최대한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2026년 미군 주도의 이라크 국제연합군 철수 등 이라크 정세 변화와 이라크의 재정적 여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이라크 시장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이현수 LIG넥스원 해외사업부문장은 전날 경기도 성남시 소재 LIG넥스원 사옥에서 열린 'LIG 글로벌 데이' 행사에서 한화 측 주장에 대해 "이라크 측에서 여러 업체가 올 필요 없이 주계약 업체(LIG)가 와서 협상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며 "매번 (이라크에) 가기 전후로 (한화 측과) 협의를 계속해왔다"고 밝혔다.
이 부문장은 "지난 7월 중순 장교동 한화 본사를 찾아가서 빨리 이것(이라크 수출 계약)에 대해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적도 있다"며 "그렇지만 (한화 측) 답변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에 가격과 납기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한화 측이 응하지 않아 지난 5월(가격)과 7월(납기) 한화 측과 협의된 가격과 납기를 기준으로 계약했다는 게 LIG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LIG가 (최종) 협상용 가격과 납기를 요청해왔을 때 우리는 앞서 (지난 7월) 회신한 납기에 대한 수용 여부를 답해달라고 했다"며 LIG가 이에 대한 답변 없이 계약을 체결해버렸다고 지적했다.
한화와 LIG가 갈등을 빚자 방산 수출 진흥 업무를 담당하는 방위사업청이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방사청은 이날 오후 한화와 LIG 관계자를 불러 양측 입장을 청취한 후 중재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