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은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중잣대를 비판적으로 일컫는 신조어다.
즉,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가리켜 내로남불이라고 한다.
내로남불은 1990년대 신한국당 박희태 의원이 공적인 자리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정치권에서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비판 등에 널리 사용되었다.
2020년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바꾼 신조어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를 채택하기도 했다.
당시 아시타비를 추천한 교수들은 그 사유로 조국 사태, 윤석열-추미애 갈등, 코로나19 확산에서 드러나는 문재인 정권의 이중잣대를 들었다.
그제(7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법사위 소속 민주당 박성준 의원을 기재위로 맞바꿔 사보임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12명, 국민의힘 6명으로 구성된 법사위가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무소속 1명으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법사위에서 법안을 심사할 때, 여야 3명씩 동수로 안건조정위(6명)가 구성되어 있어, 민주당 3명, 국민의힘 3명이 팽팽히 맞설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민주당 성향의 양향자 의원이 법사위에 합류하면서 안건조정위(6명)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이 바뀌게 되어, 사실상 안건조정위 의결 정족수(3분의 2, 6명 중 4명)를 채운 민주당 뜻대로 법사위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되었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한 박탈)이라는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사보임을 강행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보임은 사임(辭任, 맡고 있던 일자리를 그만두고 물러남)과 보임(補任, 어떤 직책을 맡도록 임명함)이 합쳐진 말로, 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위원의 사임과 보임을 묶어서 지칭하는 용어다.
이는 국회법 제48조 '위원의 선임 및 개선' 조항에 근거하여 시행되고 있어, 사보임을 단행한다는 게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정당의 이득을 위해 상황에 따라 강행하고 있는 사보임을 뭔가 석연치 않은 편법으로 이해하고 있다.
불법은 법을 어기는 행위로, 불법을 저지르면 법에 의해 처벌을 받지만, 편법은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 나가면서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비난 대상은 되지만 처벌은 받지 않는다.
우리 국민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불법과 편법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우리나라 양대 정당이 자기 정당에서 사보임을 하면 불법이 아닌 편법 정도로 여기면서, 타 정당에서 사보임을 하면 편법을 넘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해왔다.
차라리 최근 정치권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내로남불 상황이라면 우리 국민이 쉽게 옳고 그름을 눈치 챌 수 있는 데, 내가 하면 편법이고, 남이 하면 불법을 의미하는 내편남불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이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내편남불(내가 하면 편법, 남이 하면 불법)은 너나 나나 다 비난의 대상이 되고, 편법과 불법의 차이도 잘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법을 자행하는 정당 역시 편법이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비난의 기간을 조금만 버티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내편남불이라고 공격하는 정당에 대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보임 같은 꼼수나 편법이 어느 집단보다 많이 자행되고 있는 국회에서는 내로남불 보다 내편남불이 더 어울리는 사자성어일 것 같다.
앞으로 교수신문의 올해의 사자성어로 내로남불에 이어 내편남불 같은 사자성어가 나와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여야 의원들이 명심해야 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편법을 지행하고,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가 편법을 묵인하는 국가의 국민은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편리한 방법을 쫓는 의미의 편법(便法)을 좋아하는 국민의 국가 역시 안정적이지 못할 것이다.
[단상]
덜 즐겁더라도 편법 없는 주말로 보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