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20년 전만해도 어린이가 있는 집에 가면 항상 레고 같은 장난감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 어린이가 있는 집에 방문이라도 하려면 주변 완구점(玩具店)에 가서 장난감을 선물로 사가야 했다.
지금은 어린이가 있는 집에 가면 대부분 장난감(완구, 玩具) 대신 어김없이 애완동물(pet, 愛玩動物)이 있다.
그리고 어린이가 있는 집 주변에는 완구점 대신 펫 하우스(pet house) 같은 애완동물이나 애완동물 용품을 파는 가게가 3-4개씩 있다.
애완동물은 장난감처럼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르는 동물이다.
요즘은 애완동물 대신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가족, 반려자와 같은 존재라는 뜻에서 반려동물(Companion Animal, 伴侶動物)이라고 부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반려동물 의식조사’에 따르면, 펫팸족(pet+family)이 500만 가구를 훌쩍 넘어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 붐이 일어나면서 반려식물을 기르는 펫플랜트족(pet+plant)도 펫팸족을 능가하고 있다고 한다.
반려식물(pet plant, 伴侶植物)은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식물을 뜻하는 플랜트(plant)가 합쳐진 말로, 반려동물처럼 일상생활 가까이에 두고 기르는 식물을 뜻한다.
반려식물은 반려동물보다 관리하기가 수월하고 키우는 데 드는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전 계층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예전과 달리 일반 화원보다 반려식물 화원이 부쩍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려식물도 처음에는 집에서 실내장식과 공기정화를 목적으로 키웠지만, 지금은 삶을 함께 공유하는 친구 같은 식물이 되면서 반려자 대열에 올라왔다.
최근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주로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pet+family)과 다육이나 제라늄 같은 반려식물을 키우는 펫플랜트족(pet+plant)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물질만능 시대에 점차 자기중심적이고, 마음은 고갈되면서 메말라 가는 현대인이 순수한 동물이나 식물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인정하면서 시람 본연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몸부림 때문일 것이다.
사실 동물이나 식물이 집 안으로 들어와야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이 될 수 있다.
특히 현대적인 의미의 집은 핵가족시대에 어울리는 아파트라 할 수 있기에, 동물이나 식물이 아파트 안에 있는 방이나 베란다에 들어와야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의미의 집은 마당이 있고, 정원이 있고, 텃밭이 있는 주택이기에, 마당 구석에 있는 개집에서 살고 있는 개나 정원에 있는 각종 식물도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로 봐야 한다.
물론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이 애완동물이나 애완식물을 거쳐 생긴 용어로 장난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하기에, 덩치가 큰 동물이나 키 큰 식물이 어울리지 않기는 하다.
그러나 마당에 있는 덩치가 큰 동물이나 정원에 있는 키 큰 식물도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본다면,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이라 할 수 있다.
마당에 있는 덩치가 큰 동물이 애완동물은 될 수 없지만 반려동물은 될 수 있고, 정원에 있는 키 큰 식물도 애완식물은 될 수 없지만, 반려식물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집도 아들과 딸을 다 출가시키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아내의 제안으로 올해 초 다육이를 반려식물로 들여왔다.
만약 현재 사는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 간다면, 나는 마당과 정원에 더 많은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을 기를 생각이다.
나는 시골출신이라 어릴 때 우리 집에는 개, 닭, 돼지, 소가 있었고, 감나무, 살구나무, 은행나무, 탱자나무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수많은 반려동물과 반려식물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행운아였던 것이다.
넓은 의미로 공동체의 울타리 안에 있는 동물이나 식물도 애완동물이나 애완식물은 될 수 없어도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은 될 수 있지 않을까?
[단상]
우리 집 베란다에서 방긋 웃는 다육이가 아내와 나를 행복으로 안내하는 반려자입니다.
오늘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최대 순간 풍속이 시속 70㎞(초속 20m)에 달하는 태풍급 돌풍이 분다고 합니다. (돌풍에 피해 없도록 만전을 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