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우리는 오전 6시 전후로 일어나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세수를 하고, 머리를 단장하고,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이나 외출 준비를 하고,
오전 8시 전후로는 가정에서 하루의 목적을 수행해야 할 곳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교통이라는 공간을 이용하여 약 1시간 정도 이동한다.
그리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하루의 목적을 수행해야 할 공간에서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8시간 정도를 보낸다.
여기서 가정은 같은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으로 하루의 출발지이고, 하루의 미션을 수행하는 곳은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공간으로 목적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 공간은 출발지도 아니고 목적지도 아니기 때문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수도권의 전철 같은 공간은 각양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이나 마찬가지다.
하루 중에도 출근길 대중교통 공간의 사람들은 목적에 따른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옷차림도 확연히 다 다르다.
특히 주말 아침 수도권 주요 대중교통인 전철 안의 사람들의 옷차림은 산에 가는 사람들의 등산복, 결혼식장에 가는 사람들의 정장 예복, 광화문 광장에 가는 사람들의 태극기복,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여행복 등 모두가 제각각이다.
우리는 주말 아침 전철 안의 서로 다른 옷을 입은 승객들을 보고 누구 한 명도 전철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라고 비웃지 않는다.
승객들이 목적을 수행하는 곳이 전철 안이 아니고, 산이나 예식장이나 광장이나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도 각자의 여정을 행해 목적지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갈 뿐이기에, 목적지도 아닌 중간 여정의 옷차림을 보고 비웃거나 마음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가정을 살리기 위해 산업현장이라는 목적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출근하는 노동자의 옷차림이 얼마나 떳떳한 옷차림인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산업현장에 가면서 양복을 입었거나, 예식장에 가면서 작업복을 입었다면, 비웃거나 성토 대상이 되지만, 목적지에 걸 맞는 옷을 입었다면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출근길에만 어울리는 옷을 입고 목적지에 도착했다가 목적지에서 쫓겨나는 우를 범치 말아야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어머님의 하루의 목적지는 언제나 논밭이라는 일터였고, 그 일터에는 항상 자식 교육을 잘 시키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그래서 어머님의 옷차림은 언제나 작업복이었고, 일하기에 편리한 간편복이었다.
목적지에 어울리는 옷만 입었던 어머님 덕에 내가 이만큼 배울 수 있었다는 게 참으로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오늘(25)부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4.7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여야는 앞으로 2주간 정치적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치게 될 것이다
현재로선 범야권 후보가 유리하다고 하지만, 막바지에 돌출변수가 상존하는 선거의 특성상 야야 모두는 온갖 네거티브 전략을 다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똑똑한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가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에 걸 맞는 옷을 입고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정당이나 후보는 명심해야 한다.
4.7재보궐선거 후에도 모든 정당은 내년 대선전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년 목적지에 어울리는 옷차림은 외면하고 상황에 따라 옷차림을 바꿔버리는 정당이 있다면, 그 정당은 내년 대선에서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권자들도 대선 후보를 평가할 때, 지금 입은 옷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내년에 입성할 청와대라는 목적지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는지 여부를 보면서 평가해야 한다.
우리가 선출해야 할 후보는 공약이나 선전 같은 현란한 옷을 입은 후보가 아니라, 청와대에서 5년 동안 열심히 일하는데 걸 맞는 옷을 입은 후보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상]
나 자신의 삶의 옷차림이 목적지에 부합한지 점검해보는 오늘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