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구촌’은 통신 기술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지구 전체가 하나의 생활권이 되어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문화와 정보를 공유하는 사회를 일컫는 말이다.
지구를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인식하고 우주 속의 다른 행성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차원에서 지구촌의 의미는 매우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지구촌이라 해도 언어나 피부색이 다른 수많은 인종과 국가가 어우러져 있어, 지구촌을 하나의 공동운명체로 만든다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인류는 수천년 동안 전쟁을 거듭해오면서도 인류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추구한 결과,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지구촌이 하나의 공동체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지구촌 어느 지역에 큰 재앙이나 위기가 닥치더라도 전 세계 국가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며 위로하고 있다.
그래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성숙한 지구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촌이 진정한 운명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내적인 성숙과 함께 외부로부터의 보호라는 안보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17년 제 발로 태양계를 찾아온 성간(星間·interstella) 물체 ‘오무아무아’의 정체가 당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었다.
‘먼 데서 온 첫 메신저’라는 뜻의 하와이 원주민 말에서 따온 ‘오무아무아’는 태양계 내부를 지나간 최초의 외계 물체였기 때문이다.
당시 지구촌 밖의 문명을 찾는 게 염원이었던 천문학자들에게는 새로운 문명의 발견이 희소식이었지만, 안보가 중요한 지구촌 공동체에게는 지구촌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희소식이 될 수 없었다.
‘오무아무아’를 보낼 정도의 문명이라면 지구촌에 사는 우리의 문명보다 훨씬 뛰어난 문명과 기술을 가진 행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19년 지구촌은 또다시 전 세계가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 새로운 개념의 안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바로 코로나19라는 강력한 바이러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스나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는 각 국가나 일부 대륙의 재앙이었지만, 코로나19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질병으로 지구촌이 공동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서운 재앙이다.
그래서 전 세계는 운명공동체 정신으로 감염예방수칙을 마련하고, 백신개발에도 공동으로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두 사건을 경험하면서 인류는 지구촌이 각 국가별로 모인 집단이 아닌, 하나의 운명공동체로서의 지구촌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인식하게 되었다.
사실 21세기 이후 인류는 국가차원을 넘어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지구촌을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다.
국제를 하나로 만드는 유엔법,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지구법, 우주개발을 위한 우주법, 국제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국제법 등이 좋은 예다.
금 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국제기구들은 한 목소리로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지구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지구촌이 다른 행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지구촌을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지에 관한 규정이나 대책은 찾아 볼 수도 없고 아직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최근 세티(SETI·외계 지적생명체 탐사)연구소’가 “인공지능 기술로 수상한 외계 신호 수십개를 찾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구촌 밖에 생명체가 그것도 고등생명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유엔법이나 지구법이나 우주법의 방향이 이제 어디로 향해야 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할 때다.
[단상]
코로나19가 지구촌을 새로운 안보 개념의 운명공동체로 성숙하게 해준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외부 행성으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지구촌의 안보를 연구하는 국제기구가 창설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