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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제 2의 위안부 피해자


 

  김삼기 / 시인, 칼럼리스트 

   

일본은 1930년부터 1945년 패망하기 전까지 15년 동안 조선, 일본,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 여성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위안부 역할을 하게 한 파렴치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에 각국 피해자들과 단체와 정부그리고 UN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진상규명과 정당한 배상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적극적인 반성이나 해결 의지기 전혀 없고, 그래서 위안부 문제는 아직까지도 국제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특히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의 여성은 취업사기·유괴·공권력 등에 의한 협박·인신매매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동원된 가장 큰 피해자였다.

 

위안부 동원은 주로 소개업자나 군위안소 업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하층관리들이 동원에 관여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특히 전쟁 중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일본군이 위안부를 동원하는 데는 후방의 권력기관, 그리고 그 권력기관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민간인 등이 연쇄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위안부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모임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일본군에게 능욕을 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가장 큰 피해자지만, 자신의 이모같이 위안부에 동원되는 게 두려워 조기 결혼을 했던 할머니들도 제 2의 위안부 피해자라며 말을 이어갔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동원할 당시 15세 전후 조선 여성들 중 얼굴이 예쁘고 건강하고, 특히 가난한 미혼 여성들이 1순위였다고 한다.

 

그래서 위안부에 차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동네에서 가난하거나 불우한 청년들과 서둘러 결혼을 했던 여성 피해자가 부지기수였다고 했다.

 

어제 만난 60대 여성의 이모도 똑똑하고 얼굴도 예뻤지만, 가세가 기울어지면서 일본인 앞잡이에 의해 강제로 위안부 명단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자 외할머니는 아모를 위안부로 보내지 않기 위해 옆 동네 사는 폐병 걸린 청년과 급하게 결혼을 시켰고, 결국 엄청 고생만 하다가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위안부 동원령 때문에 자신의 이모가 인생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자주 들었다고도  했다.

 

위안부에 동원되어 직접 피해를 당한 할머니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위안부 동원령을 피하기 위해 아무한테나 시집가야만 했던 할머니들의 눈물도 우리 사회가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안부 동원을 피하려다 재 2의 피해자가 된 후 세월이 흘러 이제는 어렵고 힘든 삶으로 굳혀져버린 할머니들도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제 2의 피해자 할머니들을 제도적으로 챙겨야 할 마땅한 명분은 없지만, 그래도 실태라도 파악해서 작은 위로라도 해야 한다.

 

어제 만난 60대 여성은 나와 헤어질 때. 위안부에 동원된 피해자보다 위안부 동원을 피하려다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제 2의 피해자가 훨씬 더 많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는 모 대학 사회학과 교수에게 위안부 제 2의 피해자에 대한 논문을 써보라고 제안할 생각이다.

 

또한 일제강점기 때 산업현장에 강제 동원된 남성 피해자도 많았지만, 강제 동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삶을 망쳐버린 제 2의 피해자 역시 많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강제 동원된 피해자뿐만 아니라, 2의 피해자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드러나는 피해자 외에 숨겨져 있는 피해자까지 챙길 줄 아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단상]

어제 만난 60대 여성에게 오늘 새벽 제일 먼저 이 글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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