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잘 아는 목사의 설교를 듣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목사에게 설교 원문을 보내달라고 해서 살펴보니, 내가 대단하게 느꼈던 부분이 빠져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원래 준비한 원문대로 열심히 설교하다보면 갑자기 준비하지 않은 메시지가 떠오르는데, 그 메시지가 설교의 흐름을 바꾸면서 설교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나도 글을 쓸 때, 주제와 기본 컨셉을 잡아놓고 글을 쓰다가 중간에 갑자기 주제와 상관없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대로 고쳐 쓴 글이 독자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위 두 예에서 목사는 매일 설교를 하고, 나는 매일 글을 쓰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운동선수가 매일 쉬지 않고 훈련을 반복하듯이 목사와 내가 쉬지 않고 반복하며 실행한다는 점이다. 운동선수는 매일 훈련을 반복하면서 기술과 전술을 익히기도 하지만, 더 큰 목적은 훈련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발견하는데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목사와 나도 설교와 글쓰기를 반복하면서 설교와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도 하지만, 영감을 얻어 위대한 설교와 글의 새로운 핵심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탈무드에 ‘배운 것을 복습하는 것은 외우기 위함이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현재 대한민국에서 민주당은 현 정부를 탄생시킨 진보 여당으로서 정부의 국정운영에 90% 이상 협조적인 반면, 국민의힘은 보수 야당으로서 진보성향의 국정운영에 90% 이상 비협조적이다. 미국도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만든 민주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협조적인 반면, 공화당은 비협조적이고, 일본도 자민당은 스가 내각에 협조적이나, 민주당은 비협조적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한일문제에 직면했을 때, 일본 스가 내각에 협조적인 자민당 의원의 주장은 쏙 빼고 비협조적인 민주당 의원의 목소리만 듣거나 한미문제에 직면했을 때, 바이든 행정부에 협조적인 민주당 의원의 주장은 듣지 않고, 비협조적인 공화당 의원의 주장만 들으면서 우리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이려고 한다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외교문제를 풀어갈 때, 우리 정부에 유리한 상대 국가의 한 쪽 진영의 의견만을 듣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거기다 국민까지 속이면서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상대 국가의 의견을 국민에게 알린다면, 우리 국민은 이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언론도 보수와 진보 양 진영으로 나뉘어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에서만 외국의 목소리를 일방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얼마 전 남양주 47번 국도에서 좌회전을 하기 위해 서행하며 교차점 진입로에 들어갈 때, 도로 바닥에, ‘감응’이라고 쓰인 처음 보는 사각형 표기를 보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사각형 안에 차가 진입하고 얼마 안 되어 좌회전 신호가 들어와서 신속히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기 전까지 10여 초 동안은 ‘감응’이 무슨 뜻인지 무척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응(感應)은 어떤 느낌을 받아 반응을 일으키거나, 마음이 따라 움직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도로 교차로의 감응 신호기는 방향별로 이용차량을 자동으로 감지하여 꼭 필요한 신호만을 부여하고, 나머지 신호는 보행자나 진입차량이 없을 때 항상 녹색 직진 신호를 부여하여 신호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원래 좌회전은 신호기에 주기적으로 표시되는 좌회전 신호를 받거나 좌회전 비보호 구역에서 통행차량이 없을 때 진행하면 된다. 그런데 감응 신호기가 있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할 때는 도로 바닥에 ‘감응’이라고 표기된 사각형 안에 자동차 앞바퀴를 놓아야 10여 초 후에 좌회전 신호가 들어와서 좌회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좌회전 감응 신호기는 주로 직진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G7 외교·개발장관 회의가 열린 영국 리버풀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만나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 문제를 두고 우리 입장을 전하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여전히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북한 문제와 관련한 한미일 3각 공조 및 장기적인 소통 필요성에는 서로 공감대를 가졌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미국이 북한문제에는 끼어들지만, 한일문제에는 끼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왜 미국은 한국을 우방국이라고 하면서도 한일문제에는 끼어들지 않고 있는 걸까?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맺어 공산주의에 대항하기를 원했지만, 한국의 이승만 정권과 장면 내각은 일본이 사과와 배상부터 먼저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5.16 군사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미국의 압박과 일본으로부터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1965년 한일협정에 서명하게 된다. 이 한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전 세계는 각 대륙이나 나라마다 서로 다른 문자를 쓰지만, 숫자만은 아라비아 숫자를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자나 숫자는 둘 다 소통하고 기록하기 위한 기호다. 그런데 문자는 언어와 함께 감정을 전달하는 특성 때문에 각 나라의 민족성에 따라 다 다르게 사용하고 있고, 숫자는 정확성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전 세계가 하나의 숫자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원래 숫자도 각 대륙마다 서로 다른 숫자를 사용했지만, 4세기경 아라비아 상인에 의헤 국가 간 무역이 성행하면서부터 점차 아라비아 숫자가 퍼지게 되었고,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아라비아 숫자가 세계 공통 숫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문자 역시 20세기 이후 지구촌이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하면서부터 자국 문자 외에 로마 문자를 세계 공통 문자로 사용하고 있다. 먼 훗날엔 지구촌의 문자와 숫자가 세계 각 나라의 문자가 결함된 퓨전 문자와 퓨전 언어로 동일하게 읽을 수 있는 아라비아 숫자로 통일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 전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는 원래 4세기경 인도에서 사용했던 인도 숫자였다. 그런데 인도 숫자와 인도의 수 개념을 이용하고 전파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교양소설 주인공 두 명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양소설(Bildungsroman)은 한 개인이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익히거나 기성사회의 질서와 규범을 외부로부터 습득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격, 특히 내면적인 자아를 외부의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소설의 총칭이다. 그래서 교양소설 주인공은 그 시대의 문화적·인간적 환경 속에서 유년시절부터 청년시절에 이르는 사이에 기존 틀에서 벗어나 자아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유형이 대부분이다. 독일에서 발생하고 독일에서 발달한 교양소설의 특징은 ‘가출→방황→도전→성공’이라는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8세기 초에는 시민계급이 사회에 참여하거나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지만, 18세기 후반부터 점차 시민계급의 신분상승이 대두되면서 교양소설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의 교양소설은 결국 독일의 문화와 철학과 예술과 함께 독일 국민을 강하게 만들었고, 독일을 전 세계에서 가장 근면하고 자긍심이 강한 국민성을 가진 국가로 우뚝 설수 있게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성경 누가복음에 의하면, 예수는 자기를 초대한 주인에게 식사를 대접하려거든 친구와 형제와 친척과 잘 사는 이웃을 초대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들이 다시 너를 초대하여 갚으면 네 상급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과 병든 사람과 절름발이와 맹인을 초대하라고 하면서, 그리하면 심판하실 때 갚을 수 없는 사람을 초대한 대가로 하나님이 보상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갚을 수 있는 자에게 베풀지 말고, 갚을 수 없는 자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게 누가복음 저자가 언급한 예수의 베품에 대한 원리다. 그렇다면 베품을 받은 자가 베푸는 자에게 보상하는 것이 베푼 자의 하늘의 상급을 빼앗는 것일까? 성경에 나오는 베품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에 따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위 내용이 베푸는 자에게 주는 메시지이지 베품을 받는 자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답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베품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은 갚을 수 있는 자에게 베풀어 상대가 다시 나에게 갚으면 내 상급이 없어지고, 값을 수 없는 자에게 베풀어 상대가 못 갚아야 그 대가로 하나님으로부터 상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아침 7시 30분까지도 캄캄해서 새벽등산을 하지 못하고 주말과 주일에만 산에 오르고 있다. 내가 다니는 산은 입구가 20여 개쯤 되고, 등산로도 수십 갈래가 나있어, 아무 생각 없이 하산했다가는 엉뚱한 곳으로 내려오기 십상인 산이다. 아내와 나는 주로 집에서 출발하여 능선을 따라 산 정상 전망대에 오른 후, 반대편 산 입구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산 정상으로 올라와 하산하는 1시간 30분짜리 코스를 다닌다. 지난 주말(11.20) 오전에도 아내와 함께 1시간 30분짜리 등산코스를 다녀왔다. 난이도가 하(下) 수준인 등산코스는 집에서 전망대까지의 거리나 경사가 반대편 버스정류장에서 정상까지의 거리나 경사와 거의 같은 편이다. 그런데 내가 항상 느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처음 집에서 출발하여 정상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코스는 무척 힘들고, 반대편 버스정류장에서 정상으로 올라오는 코스는 별로 힘들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도 나는 처음 출발지에서 정상까지 오르기는 힘들고, 반대로 반대쪽 버스정류장에서 정상으로 오르기는 별로 힘들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 등산을 다녀왔다. 나는 다음날(주일)에도 예배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임진강 근처에 사는 80대 노인을 만나 장시간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노인의 임진강 근처 전원생활은 서울에서 꽤나 성공한 아들이 공기 좋고 한적한 곳에 전원주택을 지어드릴테니 가기서 사시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면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10년 전 당시 노인은 친한 친구가 위암 수술을 받고 치료차 요양원으로 가는 것을 보고, 그래도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선뜻 전원생활을 택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에 임진강 주변에 전원주택이 많이 지어졌는데, 대부분 80대 노인들이 입주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잘 나가는 자식들이 병 들고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요양원으로 보낼 수 없어, 공기 좋고 지자체의 의료서비스도 좋은 임진강 근처를 택했다는 게 노인의 설명이었다. 언젠가 임진강 주변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 이유가 젊은이들이 떠난 자리를 외부에서 노인들이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노인과 대화중에 자식들이 부모를 임진강 근처로 보낸 이유가 부동산투기 목적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 만난 노인도 10년 전 2억에 산 땅이 지금은 10억이 넘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1년 전(2020.11.19)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전관예우 방지법안에 이어 후관예우 방지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그 후 후관예우 방지법은 지난 2021년 6월 19일부터 시행되었고, 현재 5개월째 되었는데, 아직까지 조용한 걸 보니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전관예우(前官禮遇)는 전직 관리에 대한 예우를 의미하며, 특히 법조계에서 갓 개업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면 무조건 승소하고, 대신 수임료가 다른 변호사에 비해 2~3배 비싼 현상을 말한다. 전관예우 방지법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판·검사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면, 현역 판·검사가 2년 정도 전관예우를 해주는 게 관례였다. 특히 소송 상대방과 상대 변호사가 있어 법정공방이 필요한 민사사건 보다는 해당 변호사의 동료 판·검사를 상대하면 되고, 대부분 법리논쟁이 심하지 않는 형사사건에서 전관예우가 성행했다. 그러나 전관예우에 대한 폐단이 사회문제로 번지자, 2011년 판·검사가 변호사 개업 시, 퇴직 이전 1년 이상 근무한 곳에서의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변호사법을 개정했다. 그런데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변호사법 개정 이후 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