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8 (금)

  • -동두천 2.0℃
  • -강릉 10.4℃
  • 연무서울 5.1℃
  • 박무대전 3.2℃
  • 박무대구 4.2℃
  • 박무울산 8.6℃
  • 박무광주 8.8℃
  • 박무부산 11.5℃
  • -고창 7.5℃
  • 구름많음제주 17.5℃
  • -강화 3.2℃
  • -보은 -0.1℃
  • -금산 -0.2℃
  • -강진군 4.9℃
  • -경주시 3.2℃
  • -거제 8.7℃

[김삼기의 세상읽기] ‘회상’에 대한 모순

 

‘회상’에 대한 모순

 

12월과 회상 

 

2016년도 벌써 마지막 달 12월을 향해 가고 있다. 결과를 중요시 하는 우리 국민들은 그래서 특별한 각오로 12월을 맞이한다.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할 뿐만 아니라 지난날을 회상하며 자신을 평가하고 결단하기에 딱 맞는 달이다.

2016년을 어떻게 살았는지? 잠시 나 자신의 발자취를 묵상해봤다. 주로 가정과 회사와 교회라는 공동체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에, 보람 있게 보낸 2016년이라고 자평했다. 그런데 지난 과거를 회상하면서 깜짝 놀란 게 있었다. 나의 모든 과거는 오직 내 눈을 통해서 관찰되어진 과거였고, 내 오감을 통해서 느껴지는 과거였고, 내 이성과 판단력으로 얻어지는 것들이었다는 사실에

 

만약 누군가 나를 따라다니면서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촬영했다면, 그 드라마가 나의 과거를 가장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와 계속 동행하면서 나의 행적을 촬영하고 나의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기록해줄 수 없다. 또한 3자의 눈에 비친 나의 과거는 객관적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나의 과거가 아니라 3자의 과거속의 타인으로 존재하는 나일 것이다. 결국 나의 과거는 나 자신의 눈과 오감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며, 그래서 지난날의 회상이 나 자신을 통해서 바라본 과거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드라마속의 회상에 대한 모순

 

TV 드라마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세상 돌아가는 트렌드를 알기 위해 가끔 시청하곤 한다. 드라마는 작가가 대본을 쓰고, 그 대본에 의해 PD가 최상의 작품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작품에 몰입하는 작가와 달리, PD는 제약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최고의 작품 완성도를 만들어내야 하니 보통 어려운 게 아닐 것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가 우리 문화의 첨병으로 전 세계에 그 위용을 드러내며 선진국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앞장서고 있음을 볼 때, 그 어려운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PD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오래 전부터 한국 문화의 주역으로 지금도 열정을 쏟고 있는 PD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드라마 속의 회상에 관한 것이다.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 중, 극중 인물이 과거를 회상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회상(기억)이 드라마 속의 인물 자신의 회상이 아니고, 그 회상의 주체가 시청자가 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극중이라도 회상의 주체가 시청자가 아닌 드라마 속의 인물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극중 인물의 회상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청자 입장에서 회상을 연출한다면 커다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드라마 속에서 5년 전 철수가 영희에게 선물을 주는 장면이 방영되었고 5년이 지난 상황에서 영희가 당시를 회상한다면, 영희의 1인칭 시점으로 기억되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 대부분 1인칭 시점이 아닌 시청자라는 3인칭 시점으로 5년 전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이 모순이라는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재현될 상황을 예상했다면 영희 입장의 장면이 방영되었어야 했고, 아니면 차라리 영희의 기억으로 정하지 말고 시청자 입장에서의 기억으로 컨셉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희의 회상(기억)의 영역이 영희가 볼 수 없는 영희 자신과 주변의 상황까지 된다면 분명 논리적으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영희의 회상은 오직 영희 눈에 보이거나 영희가 느낀 감정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Flash Back

 

모 방송국의 꽤 의식이 있는 PD와 통화를 했다. 통화 내용은 드라마 속의 회상에 관한 것이었다. 내 얘기를 한참 듣던 PD가 논리적으로 모순이 아닐 수 없는 회상이라면서, 하지만 극중에서 사건의 긴박함이나 감정의 고조 등 어떤 효과를 내기 위해서 Flash Back기법을 자주 사용한다고 했다.

Flash Back기법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사용되며, 과거의 일을 묘사하여 작품 속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스터리사건의 인과(因果)를 설명하거나 등장인물의 성격 등을 시청자에게 쉽게 이해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회상의 기법이며, 이와 반대로 미래의 일을 미리 보여주는 장면 또는 그 기법을 Flash Foward라고 PD는 말해주었다.

 

PD에게 부탁했다. 극중의 한 개인 입장의 회상과 Flash Back기법의 회상을 혼돈하지 않는 감독이 되어달라고

 

 

모순된 회상과 모순된 사고

 

만약 우리가 극중 회상에 관한 모순에 익숙해진다면 현실에서 우리의 회상에 대한 사고 역시 모순된 사고를 하게 될 것이다. 모순된 사고는 결국 우리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바로 착각현상으로 나타나 치명적인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 내가 2016년을 회상하면서 나 자신이 바라본 과거를 회상하지 않고 내 주변에서 평가되어지는 나 자신의 행적을 짜깁기해서 회상하는 우를 범할 경우 나에게 닥칠 혼선을 생각하면 잘못된 회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다를 수밖에 없기에,,,

 

12월은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기간으로 다음 해를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때다. 한 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할 때 다른 사람에게 비춰진 나의 과거에 대한 평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내 눈을 통해 관찰되고, 내 오감을 통해 느껴지고, 내 이성과 판단력으로 기억되는 과거일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에 대한 고객이나 경쟁 기업이 평가한 결과는 단지 참고자료에 불과할 뿐 스스로의 평가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3인칭 시점의 Flash Back이 아닌 1인칭 시점의 회상을 시도하는 연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