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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의 세상읽기] 오계(五季)

김삼기의 세상읽기] 오계(五季)

 

 

‘오계’와 ‘25시’
오계(五季)는 노석현의 자서전적 소설이다. 대학시절 교회 청년부에서 소록도로 단기선교 갔을 때, 소록도 출신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다. 당시 책의 내용보다는 "오계"라는 제목이 맘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게오르규의 ‘25시’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오계’를 다시 읽었다. 문둥병에 걸린 이후 소록도에서의 수용소생활과 소록도를 탈출하여 거리에서의 방랑생활이 소설의 주 내용이다. 저자는 문둥병에 걸린 환우들을 이상한 시각으로 보지 말라는 부탁을 하면서 태연한 척 했지만, 그러나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자신의 처절한 삶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섯 번째의 계절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게오르규의 ‘25시’에서 25시가 인류의 구원이 끝난 시간, 즉 절망의 시간으로, 당시 서구사회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듯이, 노석현의 ‘오계’도 사람으로서는 모든 게 끝나버린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계절로, 당시 문둥병자들의 절망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서비스 시간
25시의 경우, 그 의미가 많은 변화를 거쳐 지금은 24시(밤 12시)가 지난 후의 서비스 개념의 시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하루와 하루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까지도 놓치지 않고 서비스 하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으며, 그래서 더 정성껏 섬기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 결과 ‘GS 25시’ 나 ‘옥션 25시’ 같은  브랜드가 세상에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오계의 경우, 하루 단위 생활의 친근함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인식된 25시에 비해, 3개월 단위의 계절로 우리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아 쉽게 접할 수 없다. 오계 역시 처절한 계절이 아닌 한 해로는 부족할 정도로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의 계절로 서비스의 개념이고 섬김의 의미라고 노석현 작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런 단어도 생각해봤다. 61초, 61분, 32일…등.
현존하는 시간은 아니지만, 우리들에게 게오르규의 절망의 시간이 아닌, 보너스나 서비스, 섬김의 개념의 시간으로….

‘25시’나 ‘오계’ 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고 계절이다.
게오르규 25시나 노석현의 오계의 현대적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의미하며, 보너스나 서비스 개념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 시간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내 시간을 서비스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25시 행렬
지난 주 지방 출장를 마치고 새벽에 돌아오면서 본 고속도로에서는 놀랄만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도권을 향한 차량들의 행렬이 오히려 낮보다 더 길게 꼬리를 물고 있었다. 수많은 차량들은 공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공장 주변에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다가 공장에서 원하는 시간에 실고 온 화물을 내려야 한다. 무거운 짐과 함께 최선을 다해서 달리는 단순한 목적이 바로 이거다.
며칠 전에 읽었던 ‘오계’가 불현듯 생각났고, 고속도로의 긴 차량행렬이 바로 산업의 맥을 끊지 않기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다하는 25시 행렬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남들이 잠자는 시간에, 일반인에게는 24시를 넘어 이미 존재하지 않는 시간에 화주에게 최고의 품질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달리는 모습이 25시 행렬임에 충분했다. 내가 물류업계에서 일한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산업의 동력을 끊지 않기 위해 불철주야 일하는 물류기업이 국가의 경제를 살리는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25시 택배운송전문기사
2016년 추석도 어김없이 많은 택배물량이 움직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명절 때 최소 2개 이상의 선물을 보내고 3개 이상의 선물을 받는다. 전국적으로 계산해 보면 엄청난 물량이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5만 여대의 택배차량 행렬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 택배운송전문기사님들 역시 25시를 달리는 첨병들이 아닐 수 없다.
일반 직장인들이 하루 평균 5000보 가량을 걷는 데에 비해 종일 뛰어다녀야 하는 택배운송전문기사님들은 하루 평균 1만8000보를 걷는다고 한다. 택배운송전문기사님은 입사 후 첫 달에는 10㎏ 정도 체중이 줄고, 두 달도 못 가 운동화를 바꿔야 할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낸다.
추석뿐만 아니라 평상시도 ‘25시 서비스정신’으로 살아가는 택배운송전문기사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모든 산업분야에서 남들이 쉬고 있을 때 그 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25시 사람들이다. 또한 남들이 도전하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25시 사람들이다. 하지만 25시를 뛰는 사람들이 그리 행복하지는 않다.
현대적 서비스 개념의 의미가 원래 게오르규의 ‘25시’나 노석현의 ‘오계’의 절망의 의미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남들보다 훨씬 많이 뛰는 25시 택배운송전문기사님들에게 국민적 응원의 박수가 많았으면 좋겠다. 피가 맑아야 우리 몸이 건강하듯이, 지금도 쉬지 않고 전국을 누비는 택배운송전문기사님들이 행복해짐으로 나라가 더 안정적이고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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