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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등반대회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1980년대 대학 다닐 때, 산악회에 들어가 1년에 2회 정도 등반대회에 참가했었다.

 

등반대회는 우리 대학 내 산악회만 참가하는 대회도 있었지만, 대부분 타 대학 산악회도 참가하는 대회였다.

 

등반대회는 주로 산 정산까지 어느 팀이 먼저 도착하느냐로 순위를 가렸기 때문에, 등반대회 일정이 정해지면 산 위로 올라가는 데 필요한 하체 근력을 키우는 훈련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산 정산에서 등반대회가 끝나면, 기념사진을 찍고 각 팀별로 자유롭게 하산했다.

 

최근에도 60대로 구성된 산악회에 들어가 1년에 한 번 정도 등반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최근 등반대회는 주로 다른 지역 산악회와 큰 경쟁심 없이 하고 있고, 대회를 마치고 나면 항상 회식과 함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내가 대학 다닐 때 등반대회와 달리 60대가 된 지금의 등반대회는 어느 팀이 산 정상까지 빨리 올라가느냐로 순위를 가리지 않고, 어느 팀이 산 정상을 찍고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먼저 도착하느냐로 순위를 가린다.

 

지난 주말에도 3개 팀이 회룡역을 출발하여 사패산 정상을 찍고 오는 가벼운 등반대회를 했다.

 

다른 때와 달리, 지난 주말 등반대회에서는 두 팀이 워낙 강해서 우리 팀이 사패산 정상에 제일 늦게 도착했다.

 

그러나 종착지인 회룡역에는 다른 두 팀보다 우리 팀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두 팀의 회원들은 하체 근력이 좋아 사패산 정상까지는 잘 올라갈 수가 있었지만, 관절이 좋지 않아 내려 올 때는 빨리 내려 올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요즘 새벽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산에 1시간 20분 정도 등산을 다니고 있다.

 

산 정상까지 올라갈 때는 근력의 힘으로 올라가지만, 내려올 때는 관절의 유연성을 이용하여 속도를 내는 편이다.

 

최근까지도 우리 사회는 정상에 누가 빨리 올라가고, 그리고 누가 높이 올라가느냐로 순위를 정하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도대체가 내려오는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정상에 오른 사람도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는데, 끝까지 내려오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성숙도가 높지 않다는 증거다.

 

젊다고 해서 올라가는 것만 배우고, 늙었다고 해서 내려오는 것만 배우는 프레임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프레임이어야 한다.

 

내가 대학 다닐 때 등반대회가 산 정상에 누가 빨리 오르느냐가 아닌, 누가 빨리 출발지(도착지)로 돌아오느냐의 승부가 아닌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힘만 셌던 소련은 무너지고, 힘과 함께 유연성을 가진 미국은 밀어붙일 때는 강한 군사력으로, 그리고 양보할 때는 유연한 외교력으로 세계를 좌지우지 하고 있음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도 정상에 오르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정상에서 내려오는 데까지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진정한 승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헬스클럽에 가보면, 올라가는 데 필요한 근력을 키우는 운동기구만 가득한 데, 이제는 내려오는 데 필요한 유연성을 키우는 운동기구도 많이 비치되어야 하지 않을까?

 

[단상]

요즘 산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신록으로 변하고 있는데, 주말에 등산 한 번 다녀오시기를,,,,,,

 


  <2022년 4월 11일 새벽 6시 20분, 추동공원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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