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 격포해수욕장에 다녀와서 쓴 소설입니다.
지금 읽어보니, 내용이 촌스럽고, 작품성도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40년 전 학창시절에 창작한 작품이기에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꽤 길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이용해서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꼽추
지은이 김 삼 기
1982년 여름
따르릉... 이건 분명코 환청이었다.
한 생명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등이 보기 흉한 굴곡의 꼽추였다. 어둠이 자욱한 새벽 3시 30분, 그는 마치 유령의 옷이라도 입은 듯 무겁고 엄숙한 그의 육신을 어느 해변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렇다. 그는 지금 아주 불안한 자신의 운명 앞에 도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 꼽추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무슨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 꼽추는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발걸음은 한발 한발에서도 의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무겁게 움직이고 있었다. 해변의 정적이 그를 맞아주는 듯 조용했다.
꼽추는 태어날 때부터 비운의 몸으로 태어났다. 그런 까닭에 가족들은 꼽추를 불쌍히 여겨 잘 보살펴 주었다. 특히 어머니는 지극한 정성으로 그의 손발이 되어 사랑으로서 대해 주었다. 이러한 보살핌과 사랑 속에서 꼽추는 공부도 잘하고 특히 바둑이나 그림 같은 예능 방면에 뛰어난 솜씨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성품도 온순해서 다른 친구들의 모범이 되었으며, 그래서 언제나 어른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이와 같이 육신의 약점 외에는 모든 게 그에게서 장점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데 꼽추가 15세 되던 해 여름 어머니의 교통사고는 그의 인생길에서 커다란 불운을 다시 한 번 시작하게 하고 말았다. 그는 형제들의 사랑도 다 싫어졌고, 무엇이든지 혼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즉 무슨 일이 잘 안되면 자신의 결점(꼽추)을 탓하기 일쑤였다. 꼽추의 많은 비관들은 그에게 술과 담배를 알게 했고, 꼽추를 세상의 희락을 느끼며 살려는 향락주의자로 바꾸어 놓았다. 꼽추는 당구 실력이 상당해서 게임이 있을 때마다 불려 다닐 정도로 유명하기도 했다.
바로 오늘 새벽 걸려온 전화도 게임이 있으니 빨리 나오라는 친구들의 전화벨소리였다. 꼽추는 환상에서 깨어 해변을 걷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 친구들과 여름 휴가 중이라는 것을 느끼는 듯 했다. 그는 다시 걸었다. 한없이 아무 생각 없이 달려가고 싶은 사람처럼 꼽추는 마음의 위로라도 얻을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을 쳐다보곤 했다. 어울리지 않는 파카를 걸치고 쪼그려 앉더니 당구 볼과 키대를 그리면서 “야! 잘 한다 꼽추,, 씻기로 빨아라!” 하는 친구들의 음성을 듣고 있었다. 꼽추는 다시 일어나서 조금씩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당구보다는 어둠의 파도소리가 차라리 좋았던 거다. 그의 굽은 등과 비뚤어진 마음을 파도소리에 씻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는 새벽의 어둠속을 걸으면서 어둠의 모든 것을 만끽하고 싶었던 거다.
하이얀 눈을 품어라
선을 따라가라
여운 하나 남기며
고개 너무 떨치지 말아라
돌멩이를 놓을까
공을 놓을까
차라리
정을 엮어 놓아야지
되돌아보면 보이지 않을 한 개의 사념
물결의 아우성과 지평선의 오물에
무단히 파묻힌다.
연이어지는 선에서
박차고 일어서는 구름더미
우리에게 커다란 발자국을 전해준다.
눈만 가진 나는 정을 가진 나는
여러 개의 선들을 수천 개의 선들을
접하면서 그리면서
계속 계속 이어지는 리듬을
쏴쏴 뽀드득 뽀드득 어어
이상은 어둠속에 꼽추 자신이 새긴 내용이었다.
그는 암담한 자신의 앞날을 눈이 내려 하얗게 쌓인 해변에서 씻어 버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자신에게 불리해진 세상을 예전과는 달리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던 거다.
멀리서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에 꼽추의 사색은 이어지질 못했다. 친구들이 잠에서 깨어 꼽추가 안보이니 부르는 소리였다. 꼽추는 입을 다금은 채 손만 흔들고 있었다. 친구들은 텐트 옆에 놓여있는 화구를 보고서 꼽추에게 그림을 그려야지 하면서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꼽추는 어릴 적에 어머님으로부터 배운 그림 실력이 상당해서 오늘도 그의 침구 옆에는 잘 정돈된 화구가 놓여 있었던 거다. 꼽추는 화구를 가져오기 위해서 발길을 옮겼다. 꼽추가 친구들에게 가자 “그래 좋은 구도라도 잡았어.,,, 하면서 물었다. 아니, 어제 잠자리가 불편해서 일찍 일어났는가 봐,,, 꼽추는 힘없이 대답을 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꼽추는 식사당번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화구를 들고 다시 해변으로 향할 수 있었다. 오늘 새벽의 괴로운 시간들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꼽추에게 그림을 그리는 게 무척 어려웠으나 그는 몽롱한 정신으로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꼽추 앞에 펼쳐지는 구도는 단지 멀리 보이는 수평선 뿐 이었다. 아마 꼽추는 이런 생각을 했을 거다. 수평선의 반듯한 직선을 흠모하면서 “나의 육신의 근본은 수평선이 아니니 내가 무슨 그림을 그리겠는가?” 차라리 단념하는 편이 좋게 느껴졌을 거다. 이런 식으로 꼽추의 실망이 계속되지는 않았다. 그의 시야에는 수평선 위의 돛단배 한척이 나타났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밤에 고기잡이를 하고 새벽에 들어오는 어선이었다.> 꼽추는 기쁨에 차 있었고 얼른 스케치를 하였다.
바로 잔잔하고 평화로운 수평선에 떠있는 돛단배가 꼽추 자신의 분신임을 느꼈던 거다.
그는 “하늘과 땅 맞닿은 영원한 그곳에 내 영혼의 평온한 안식이 있네.”라고 중얼거리며 스케치를 계속했다. 얼마나 흐느끼고 싶었을까 수평선 위에 스케치된 둥근 모습이 그에게는 얼마나 추하게 생각되었을까, 스케치는 더 이상 되질 않았고 그의 주먹은 불끈 쥐어지더니 꼽추 자신의 가슴에 망치질하고 있었다. 그는 꼽추, 꼽추, 몇 번이고 외치며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하하하 / 허허허 / 꼽추 / 돛단배 / 수평선,,,,,,,,
그러나 꼽추의 웃음은 계속될 수 없었다. 수평선에 나타나는 여러 편의 배 때문이었다. 이제 수평선 위의 꼽추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그의 고통은 새롭게 시작되었다. 꼽추는 자신의 위치를 찾고 싶었던 거다.
꼽추는 괴로운 듯이 어정쩡한 표정을 지으며 포켓에서 사진을 꺼냈다. 어머니 사진이었다. 그는 외롭거나 괴로울 때면 어머니의 초상화를 그리는 버릇이 있었다. 초상화를 그리고 있노라면 어릴 적 어머니의 사랑이 떠올랐고, 그러한 옛 추억들은 꼽추에게 힘을 주었으며 그림을 그릴 때마다 항상 훌륭한 화가 상을 꿈꾸며 그림에 열중했던 거다. 바로 이곳에서도 이미 어머니의 초상화는 그려져 있었고 꼽추는 파도소리와 어울려진 어머니의 음성을 듣고 있었다. “너는 네 동생같이 저런 나무에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너는 공부도 잘하고 착하니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이 어미 호강도 좀 시켜야지” 이 말은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며칠 전 밤나무 밑에서 하신 말씀이었다.
꼽추의 마음은 조금 숙연해졌다. 그는 무엇인가 결심이라도 한 듯 모든 잡념을 버리고 친구들에게 걸어갔다. “그래 뭘 그렸니? 동해안 이었다면 떠오르는 해의 모습을 그렸을 텐데” 하면서 친구들은 꼽추의 그림을 펴본다. “아니 이건 네 어머니 초상화 아니야 그래 어머니 만나고 왔구나.” 그의 친구들은 더 이상 그림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꼽추 일행은 아침식사를 마친 후 수영과 공놀이를 재미있게 하였다. 그러나 꼽추에게는 이번 여행이 어쩐지 석연치 않은 중압감에 눌려 있었고, 새벽의 환상이 더구나 그를 동요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꼽추는 짐들이 쌓여있는 텐트에 들어가 잠이나 잘까 했으나 고통에 잠긴 그의 눈망울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 때 한 친구가 텐트에 들어왔다. 친구는 꼽추에게 요즘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았다.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어, 왜 그런 걸 물어보니” “사실은 내가 너에게 할 말이 있었어.” 친구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며칠 전 난 친구로부터 모파상(Maupassant; Guy do 1850-1893)의 “진주목걸이”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어,,,,,
어떤 부부가 있었는데 그리 넉넉한 생활을 못하고 살았지. 게다가 남편은 술주정뱅이라서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어. 하루는 남편이 밖에서 들어오면서 아내에게 선물을 주지. 아주 값 비싼 진주목걸이를, 아내는 기쁜 나머지 그의 마음속에 허영심을 가득 채우지. 아내는 진주목걸이를 찬 사람으로서 자기 행동을 분수에 맞지 않게 하였지. 그런데 어느 날 아내는 그렇게도 소중했던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그 후로는 남편의 시달림으로 고통을 겪게 되지. 그러나 아내는 목걸이를 찾게 되고, 목걸이에 대한 기쁨과 지난달 남편에 대한 분노로 목걸이를 남편에게 내놓지. 그 때 남편은 그 목걸이가 가짜 목걸이였다고 진실을 말하지. 그 후 그녀는 허탈함에 빠지게 되지.
이제 친구의 얘기는 끝났다. 꼽추는 친구가 무슨 뜻으로 얘기하고 있는가 짐작하고 있었다. 친구는 말을 계속 이었다.
난 너에게 분수에 맞게 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 이 말은 네 육신의 문제가 아니야. 바로 네 그림 솜씨만을 발굴해 열심을 다 해 달라는 거지. 다른 친구들 다 비교할 필요가 없는 거야. 왜 너가 꼽추라는 게 싫어? 그러겠지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게 네 의지, 신념이지. 넌 지금까지 잘 해 왔다고 나는 생각하지. 난 정말로 너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던 거야, 물론 잘 해낼 줄 믿고,,,,, 그러나 꼽추에게는 친구의 말이 달갑지 않게 생각되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꼽추 일행은 술을 마시고서 재미있는 게임에 들어갔다. 그들 모두는 춤의 행렬에 참가하고 있었고 꼽추 역시 춤 솜씨로는 빠지지 않았다. 아마 그의 춤추는 모습은 한사코 곱사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을지도 몰랐다. 흥에 빠진 친구 중에는 '꼽추 잘한다. 꼽추 잘한다.' 계속 외치며 더욱더 꼽추에게 열기를 가했다. 꼽추의 전신은 죽음에서 깨어 날려는 미이라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언제쯤인가 꼽추는 자신이 누워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어둠이 자욱한 6시였다. 머리가 아팠지만 꼽추는 화가 상을 꿈꾸며 다시 발길을 해변으로 옮겼다. 작품구도를 잡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그마한 진리라도 발견하려는 듯 구도 잡는데 전심전력 했다. 수평선 위 저물어 가는 둥근 태양이 꼽추의 눈에 들어왔고 꼽추 역시 바삐 스케치를 하였다. 그리고서 둥근 형체와 대화를 했다. 꼽추는 지껄였다.
우린 이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저 태양은 우리의 동경을 지켜주고 영원한 진리를 가르쳐주고 있을 거다. 저 빛은 나의 마음을 나의 육신을 그토록 녹여 주는구나! 아. 영원한 태양이여! 나에게 오늘 이 밤 참 빛을 내려다오. 미칠 지경인 이 사람에게 말이요, 오 태양!
구름의 세력이 강해지고 태양은 산 넘어서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태양의 자취는 보이질 않고 있었다. 꼽추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화구를 가지고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친구들은 조금 있으면 비가 올 것 갔다고 비를 피할 장소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때마침 그 정적의 해변에 딩동댕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딩동댕
종소리는
원을 그리며 멀리 멀리 퍼지고
나에게도 들렸다.
첫 번째 댕
두 번째 댕
수없이 이어지는 댕댕댕....
마지막은 유난히도 길었다.
거룩하고 고요한
해변의 종소리
넓게 넓게 깊디 깊게
뿌리를 내린다.
회심의 미소가
우리 주위를 감쌀 때
진리의 말씀을 전하려 함인가
아니면
서 있는 우리를
서 있는 나를
생각하는 나를
위로함인가,,,,,,,,,,
누군가 비를 피해 종소리가 나는 교회로 가자고 했다. 술 때문에 갈수 없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너무 무서운 천둥과 번개는 꼽추 일행의 발길을 이미 교회로 옮겨주고 있었다.
그들이 교회에 도착했을 때 사모님이라 하시는 분이 나오셔서 “비를 만났어요? 이리로 들어오세요. 식사는 했어요?”하며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오늘밤 7시 30분에 삼일예배가 있는데 참석하세요. 이 모두가 하나님이 뜻인 줄 압니다.” 하시면서 사모님은 그들을 편안한 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그토록 사납게 보였던 꼽추 일행은 이제 순한 양의 무리로 변해 있었다.
예배실의 분위기는 엄숙했다. 다시 한 번 종소리가 울리더니 작달막한 키에 눈이 쑥 들어간 목사님이 강단에 올라오셨다. 꼽추 일행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조차 모른 체 순서 순서를 지켜보고 있었다. 드디어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그때까지 꼽추의 마음에는 붉게 물든 태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설교 내용 중 꼽추에게 분명하게 들리는 내용이 있었다.
사랑하는 성도여러분! 우리 세상에는 상한 마음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들을 우리는 불행한 자라 말을 하지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남모르게 눈물도 많이 흘리고 평범한 우리를 부러워하지요. 또한 눈을 못 보는 자. 다리를 못 쓰는 자 등 온갖 장애나 비운에 시달리는 사람도 마찬가지이지요.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러면 육신의 병은 없다할지라도 영적인 면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떠합니까. 우린 모두 죄인입니다. 육신의 병이 든 자가 건강한 자를 부러워하듯 영적인 우리 죄인들은 온전한 예수그리스도를 부러워하며 따라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세상 권세가 당당할지라도 그들이 누리는 행복이 우리의 근본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린 이 세상 광야에서 나그네입니다. 광야의 나그네에게는 물론 어려움이 기다립니다. 성도여러분! 그 어려움은 우리 주님께서 여러분을 구원시키기 위해서 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날까지 계속 연단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 때 꼽추의 얼굴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그의 눈동자는 신의 계시 앞에 호통이라도 당하는 듯 희미해 보였다. 그는 태양을 생각했으며 목사님이 말씀하신 예수님을 생각하고 있었다. 영원한 태양이 우리 모두의 이상이듯 예수님이 온 인류의 근본임을 꼽추는 느끼는 듯 했다. 그는 꼽추에서 죄인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예배실의 분위기는 꼽추에게 집중되었다. 조용했다. 누구한명도 왜 그렇게 땀을 흘리느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설교를 마친 후 목사님께서도 꼽추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축도해주었다. 예배가 끝난 후 그는 목사님을 따라 사택으로 들어갔고 그의 친구들은 교회 본당 한쪽 구석에서 여정을 풀고 있었다. 몇 분후 꼽추가 예배당에 들어 왔을 때 그의 친구들은 잠이 들어 아주 조용했다. 무릎을 꿇고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뒤 꼽추는 하나님께 간구했다
하나님 저를 구원해 주세요.
저 같은 병신을 주님께선
위로해주시겠지요?
하나님!
그리고 믿음이 무언지 알게 해 주세요.
더 이상 말없이 꼽추는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꼽추는 전혀 잠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꼽추 일행은 교회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꼽추는 차에 탔고, 잠시 후 꼽추의 눈은 살며시 감겨지며 꿈나라가 펼쳐지고 있었다.
어느 주일날 아침이었다. 꼽추는 교회에 가기 위해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새로 말끔하게 차려 입은 옷과 깨끗한 운동화를 신고서 찬송을 부르며 그는 무척 기쁨에 차 있었다. 그는 어여쁜 꼬마 아가씨들을 만나기 위해서 교회로 갔다. 꼽추가 교회에 도착하자. 선생님! 안녕하세요? 할렐루야! 여기저기서 그를 반겨 맞고 있었다. 그런데 한 꼬마아가씨가 울고 있으니 꼽추 마음은 괴로웠다. 왜 우느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그 어린이는 다른 반 애들이 <너희 선생님은 병신이야>하면서 놀려대었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불쌍해서 울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꼽추는 울고 있는 어린애를 달래면서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있었다.
버스의 세찬 전율로 인해 꼽추도 꿈에서 깨어났다. 다른 모든 친구들이 잠자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꼽추와 얘기할 사람이 없었다. 꼽추는 다시 기나긴 꿈나라 여행을 떠난다.
꼽추가 새벽에 기도를 드리는데 그에게 나타난 환상은 지금까지 많이 그려왔던 예수님의 초상화(사실은 어머니의 초상화)가 불에 타고 있었다. 꼽추는 기도를 마치고서 집에가 예수님의 초상화를 정리했다. 모두 99장이었다. 꼽추는 화구 옆에 가서 한 장을 더 그렸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100장의 초상화와 장대 끈을 가지고 낯익은 해변으로 향했다(바로 어제 꼽추 일행이 놀았던 해변이었다) 꼽추는 해변에 도착하자 먼저 장대를 세우고 끈을 이었다. 한참 후에 예수님의 초상화는 모두가 끈에 걸려 있었다. 꼽추는 무서운 기개로써 둥그렇게 초상화로 둘러싸인 한가운데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천둥소리가 들렸고 그의 숨소리는 이 세상 모든 곳까지 스며들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나님의 은총이 강하게 내려지고 있었다.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니다.
아멘.
[단상]
우리 모두는 꼽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