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성경 누가복음에 의하면, 예수는 자기를 초대한 주인에게 식사를 대접하려거든 친구와 형제와 친척과 잘 사는 이웃을 초대하지 말라고 부탁하면서, 그들이 다시 너를 초대하여 갚으면 네 상급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과 병든 사람과 절름발이와 맹인을 초대하라고 하면서, 그리하면 심판하실 때, 갚을 수 없는 사람을 초대한 대가로 하나님이 보상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갚을 수 있는 자에게 베풀지 말고, 갚을 수 없는 자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게 누가복음 저자가 언급한 예수의 베품에 대한 원리다.
그렇다면 베품을 받은 자가 베푸는 자에게 보상하는 것이 베푼 자의 하늘의 상급을 빼앗는 것일까?
성경에 나오는 베품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에 따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위 내용이 베푸는 자에게 주는 메시지이지 베품을 받는 자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답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베품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은 갚을 수 있는 자에게 베풀어 상대가 다시 나에게 갚으면 내 상급이 없어지고, 값을 수 없는 자에게 베풀어 상대가 못 갚아야 그 대가로 하나님으로부터 상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보상을 생각하면서 갚을 수 있는 자에게 베풀기를 좋아했고, 갚을 수 없는 자에게 베풀어 놓고도 보상이 없으면 배은망덕한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
우리 사회가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베품을 받은 자는 반드시 베푼 자에게 보상을 해야 좋은 사람이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여기서 베품을 받은 자가 베푼 자에게 보상을 하지 않거나 제3자에게 베풀지 않을 때 생기는 베푼 자의 배품을 받은 자에 대한 미움도 명쾌하게 해결해야 베품에 대한 성경의 교훈이 더 완벽해질 것이다.
베품에 대한 상급이 하늘에 있듯이, 미움에 대한 벌도 하늘에 있다는 데서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누군가가 베품을 받았는데도 그가 배은망덕할 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도 배풀지 않는 자가 되어 벌을 받아야 된다고 가정할 때,
성경의 베품의 원리에 의하면, 베푼 자가 베품을 받은 자를 미워하면 그만큼 베품을 받은 자가 하늘에서 받을 벌을 이 땅에서 받았기 때문에 하늘에서는 벌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즉, 베푼 자가 이 땅에서 베품을 받은 자를 미워하지 않아야 베품을 받은 자가 하늘에서 마땅한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 자체가 그 속성이기에 누구든지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성경은 말하지만,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베품처럼 미움도 하늘에서의 상과 벌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될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이 땅이 아닌 하늘에서의 상급을 원한다면 갚을 수 없는 자에게 많이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하고, 베품을 받은 자가 배은망덕하거나 제3자에게 베풀지 않아 미움이 생기더라도, 그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완벽한 베품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베품을 받은 자도 자신이 성공해서 베풀 수 있는 자가 되었을 때는 베푼 자에게 다시 베품을 돌려주기보다는 베품의 손길이 필요한 제3자에게 베푸는 게 더 성경적일 것이다.
어제(17일) 오전에 20년 전에 같이 근무했던 직장동료가 전화로 자신의 경력과 최근 박사학위 받은 이야기 등을 하면서, 모 그룹에 임원 자리에 자신을 추천해달라며 여의도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10분쯤 후에 사업에 실패한 후 아내와 이혼까지 하고, 지금은 영종도에서 혼자 살고 있는 지인이 전화로 당장 법적인 문제로 합의를 해야 하는데, 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오전에 일을 서둘러 마치고, 오후에 여의도로 갈 것인지 아니면 영종도로 갈 것인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갚을 수 없는 자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떠올리며, 전 직장동료에게 가지 않고, 혼자 사는 지인을 도와주기 위해 영종도로 달려갔다.
나는 어제 영종도에서 지인을 도와 합의서를 작성해주었고, 영종도 지인 덕에 하늘의 상급을 받게 되었다는 기쁨으로 서울행 공항전철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공항전철 안에서 나는 영종도 지인이 나중에 잘 되어서 나에게나 누군가에게 베푸는 자가 되지 않더라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어제 완벽한 베품 하나를 실천했고, 그래서 하늘에 상급 하나를 쌓을 수 있었다.
[단상]
어제 영종도 지인과 함께 삼목항에서 배를 타고 신도에 들어가 시도와 모도까지 둘러보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