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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회상’에 대한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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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오래 전부터 드라마 PD에게 드라마 속의 회상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 중, 극중 인물이 과거를 회상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회상(기억)이 극중 인물 자신의 회상이 아닌, 시청자의 회상이 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회상의 주체가 시청자가 아닌 극중 인물인데,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핑계로 시청자 입장에서 회상을 연출한다면 이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드라마 속에서 1개월 전 철수가 영희에게 선물을 주는 장면이 방영되었고,

 

1개월 후, 영희가 당시를 회상한다면, 당연히 영희가 선물을 주는 철수의 눈빛이나 표정 등을 기억하는 장면이 방영되어야 하는데,

 

시청자가 3인칭 시점에서 봤던 철수가 영희에게 선물 주는 장면이 영희의 기억으로 방영된다는 것이다.

 

대본에 1개월 후 기억 장면이 나온다는 걸 알았다면, 철수가 영희에게 선물 주는 장면을 방영할 때, 시청자가 바라보는 3인칭 시점 외에 영희가 철수를 바라보는 1인칭 시점으로도 방영하고, 나중에 영희의 기억 장면을 방영할 때, 영희의 1인칭 시점의 장면을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드라마는 위 예와 같이 1인칭 시점의 기억 장면을 염두에 두지 않고, 3인칭 시점으로 방영된 장면을 1인칭 시점의 기억 장면으로 쉽게 사용하고 마는 걸까?

 

내년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최근 대선후보나 주변 인물의 기억에 대한 논란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기억에 대한 답변을 할 때, 알고도 거짓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기억 당사자가 1인칭 시점의 기억을 말하는 데도, 우리 사회는 자꾸 3인칭 시점의 답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대선후보나 주변 인물이 엄청난 고통 속에서 피해를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가 3인칭 시점만 방영했다가 극중 인물의 기억 장면에 1인칭 시점의 기억 대신 3인칭 시점의 기억을 방영하고 있는 우리 드라마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가 대선후보나 주변 인물에게 모순된 기억의 잣대를 대면서, 엄청난 혼란 속에 빠지고 있다는 말이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우리 국민이 이미 회상(기억)에 대한 모순 속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해관계가 있는 기억은 3인칭 시점의 기억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기억은 기억하는 당사자 1인칭 시점에서의 기억이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만약, 우리도 극중 회상에 대한 모순에 익숙해진다면 현실에서 우리의 회상에 대한 사고 역시 모순된 사고를 하게 될 것이다.

 

모순된 사고는 결국 우리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바로 착각현상으로 나타나 치명적인 피해로 연결될 수도 있다.

 

, 내가 2021년을 회상하면서 나 자신이 바라본 과거를 회상하지 않고, 내 주변에서 평가되어지는 나 자신의 행적을 짜깁기해서 회상하는 우를 범할 경우, 나에게 닥칠 혼선을 생각하면 잘못된 회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이 5일 밖에 남지 않은 오늘 새벽,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살아온 인생드라마 중에서 회상하고 싶은 장면들을 떠올려봤다.

 

만약, 누군가 나를 2021년 한 해 동안 따라다니면서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촬영했다면, 그 드라마가 나의 2021년을 가장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인생드라마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와 1년 동안 계속 동행하면서 나의 행적을 촬영하고 나의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기록해줄 수는 없다.

 

또한, 3자의 눈에 비친 나의 2021년이 객관적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나의 2021년이 아니라, 3자의 과거속의 타인으로 존재하는 나의 2021년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나의 2021년은 나 자신의 눈과 오감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며, 그래서 2021년의 회상이 나 자신을 통해서 바라본 2021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단상]

금주는 2021년을 회상하기 좋은 기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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