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교양소설(Bildungsroman)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교양소설 주인공 두 명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양소설(Bildungsroman)은 한 개인이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익히거나 기성사회의 질서와 규범을 외부로부터 습득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격, 특히 내면적인 자아를 외부의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소설의 총칭이다.

 

그래서 교양소설 주인공은 그 시대의 문화적·인간적 환경 속에서 유년시절부터 청년시절에 이르는 사이에 기존 틀에서 벗어나 자아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유형이 대부분이다.

 

독일에서 발생하고 독일에서 발달한 교양소설의 특징은 가출방황도전성공이라는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8세기 초에는 시민계급이 사회에 참여하거나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지만, 18세기 후반부터 점차 시민계급의 신분상승이 대두되면서 교양소설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의 교양소설은 결국 독일의 문화와 철학과 예술과 함께 독일 국민을 강하게 만들었고, 독일을 전 세계에서 가장 근면하고 자긍심이 강한 국민성을 가진 국가로 우뚝 설수 있게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한국 근대사도 독일처럼 질풍노도의 시대가 있었고, 사회적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방황하며 꿈을 향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지만, 독일의 교양소설 주인공처럼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집을 뛰쳐나가 중국집에서 일했던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우리 사회와 부모는 다시 학교와 집으로 돌려보냈고, 국가도 사회도 그들을 제도권이라는 틀에 가두어 둘 줄만 알았지, 그들이 왜 제도권에서 탈출하려는 지에 대한 고민은 들어주지 않았다.

 

무단가출했던 학생들 중에는 공부가 싫어서 집을 나온 반항아도 있었지만, 그 중에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자기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보겠다는, 적어도 자존감이 강한 학생도 꽤 많았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또한, 한국 근대사에서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직장에 들어가 10년쯤 경력을 쌓았을 때, 직장을 뛰쳐나와 개인적으로 사업에 도전했던 자들도 많았지만, 이들 역시 방황퇴직도전성공이라는 4단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도전정신이 강한 이들이 키운 중소기업마저 대기업의 먹이사슬에 걸려들기 일쑤였고, 열심히 노력해서 중견기업까지 가더라도 국가가 버리는 카드 프레임에 걸려들기도 했다.

 

근대사 이후 소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상장한 기업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는 현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최근에 교양소설 주인공처럼 가출방황도전성공이라는 4단계를 거친 기업인들의 성공담을 들을 수 없는 것도 대한민국에서 도전정신이 사라졌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20년 전까지는 중고등학생 때 뛰쳐나간 자들의 성공담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많이 들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성공담을 듣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교양소설 주인공처럼 기존 틀에서 벗어나 사회와 정의를 위해 방황하면서 옳은 길을 찾고, 안정보다는 도전정신으로 무장된 인물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교양소설 주인공을 닮은 두 명의 대선후보가 나타났으니, 이들이 우리 국민으로부터 힘찬 응원의 박수를 받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이 기존 틀에 갇혀 안정적인 길만 걸어온 기존 정치인 대신 교양소설 주인공을 닮은 대선후보를 대통령감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당 대선후보는 남들과 달리 어린 나이에 노동현장에 뛰어들었고, 청소년시절부터 잘못된 사회구조에 직면하면서 방황했고, 변호사가 되어서도 안정적인 길보다는 잘못된 사회를 바꾸겠다며 정치에 도전했고, 이제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되는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제1야당 대선후보도 20대 후반 이후 대학 동기들과 달리 8번이나 고시에 낙방하면서 방황했고, 검찰이라는 제도권에 들어가서도 정의와 공정을 외치며 제도권과 타협하지 않았고, 결국 자신을 임명한 임명권자에게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사회 정의를 위해 정치에 도전했고, 지금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되는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 여당 대선후보는 출가방황도전성공이라는 단계를, 제1야당 대선후보는 낙방방황도전성공이라는 단계를 밟으면서 이 두 후보가 교양소설 주인공 반열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이 두 후보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가 진영의 논리를 떠나, ‘안정안정안정성공의 길을 걷지 않고, 교양소설 주인공처럼 진지한 방황과 과감한 도전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 아닐까?

 

[단상]

제도권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도전하는 교양소설 주인공이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가 연약해 보이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위 두 대선후보에 대한 평가는 칼럼 제목(교양소설)에 맞춰 개인적으로 한 평가이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갤러리


물류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