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난 29일 장흥군 용산면 덕암마을 30포구 일원에서 마을 주민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천 주변 잡초를 제거하는 등 울력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내가 어렸을 때도 마을에 도로가 망가지거나 장마로 둑이 무너지면 마을 사람을 동원하여 도로를 정비하고 둑을 재건하는 울력이라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울력은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하는 일을 말하며, 마을 공동체에서 노동이 필요할 때, 보수를 받지 않고 하는 일로, 마을 사람은 누구나 참여해야 했다.
특히 울력은 농번기 때, 서로 일손을 도와주면서 노동력의 대가를 인정받는 품앗이와 달리,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큰일을 추진할 때, 무보수지만 의무성을 띠고 있는 게 특징이다.
울력이 주로 마을의 둑 쌓기, 보 만들기, 다리 보수 등 개천과 관계되는 일에 많이 동원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울력하면 왠지 천(川)과 관계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부는 오늘(11월 1일)부터 우리나라가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와의 싸움을 마치고,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이한다고 밝혔다.
위드코로나는 코로나를 사회적으로 중대한 질병으로 취급하기 보다는 감기와 같은 일상적인 질병으로 여기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오늘부터 위드코로나 시대를 선언했지만, 최근 4-5일 동안 1일 평균 2000명대 감염자가 나오면서, 비상대책을 세우느라 고심하고 있고, 국민을 상대로 대국민 협조를 바라는 담화문까지 발표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난 8월부터 영국을 필두로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주요 국가에서 위드코로나를 추진하고 있지만, 감염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오늘부터 위드코로나 시대에 들어섰다고 해서, 지난 2년 동안 무너진 사회적·경제적 재난의 피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특단의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만, 우리 국민도 자발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코로나는 국가 공동체 재난으로, 개인 차원을 넘어 공동체가 엄청나게 큰 손실을 당했는데도, 국가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대책이 없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지금까지는 국가 공동체가 지진이나 수해 같은 재난을 당할 때, 위로금이나 성금 등 각종 모금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복지라는 명목으로 국가적 재난을 정부 단독으로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마을 공동체의 둑이 무너져 위기를 당할 때, 모두가 함께 대처해서 복구했던 것처럼, 울력의 개념으로 코로나 재난을 극복하면서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울력의 개념으로 국민 전체가 협력하여 무너진 사회적 규칙과 그리고 무너진 경제적 손실, 특히 자영업자의 피해를 회복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는 11월 1일 오늘을 ‘울력의 날’로 정하고, 오늘부터 전 국민이 코로나로 인해 무너진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울력으로 회복해보면 어떨까?
11월 1일은 ‘1’이 3개로, 한문의 川(내 천)자를 상징하여, 마을 공동체에서 무너진 하천(河川)을 재건할 때 동원되는 울력의 의미와 어울리는 날이다.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한 배경이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土’자가 겹친 ‘土月土日’을 상징하는 것처럼,
위드코로나는 감염자 수가 늘어날수록 단계가 올라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반대로, 감염자수가 줄어들수록 단계가 올라간다.
위드코로나 1단계는 생업시설 운영제한 완화 및 모든 시설 이용시간 제한이 해제되고, 2단계는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및 대규모 행사가 허용되고, 3단계는 사적모임 제한이 완전 해제된다고 한다.
11월 1일 오늘,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는 울력의 날(가칭)을 맞이하여, 우리 정부와 국민이 앞으로 힘을 합쳐 코로나 재난으로 인해 무너진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위드코로나 3단계를 하루 빨리 앞당기기를 바란다.
아울러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 캠프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자들도 일한 만큼 대가를 받겠다는 품앗이 개념이 아닌, 대가 없이 단지 대한민국을 재건하겠다는 울력의 개념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단상]
차기 정부는 국가 예산으로만 코로나 피해를 복구하려 하지 말고, '코로나 성금' 같은 캠페인을 통해 전 국민이 참여하는 울력의 개념으로도 코로나 피해를 복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