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꽤 성공한 유통회사 H 사장은 관리본부장과 영업본부장을 뽑고, 그 중 한 명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준 후 은퇴할 생각에 3년 전 묘안을 생각해냈다.
H 사장은 먼저 관리본부장을 뽑기 위해 대상자 3명을 사장실로 불러 “내년에 여기 계신 3명 중에서 한 명을 본부장으로 승진시킬 계획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관리본부장 대상자 3명에게 씨앗을 하나씩 나눠 주며, “이 씨앗은 제가 얼마 전 태국에서 선물 받은 것인데, 각자 집에서 잘 길러 1년 후 관리본부장을 발표할 때, 저에게 선물로 주면 고맙겠습니다. 라고 부탁했다.
관리본부장 대상자 3명은 본부장이 되기 위해 일도 열심히 했고, H 사장이 준 씨앗도 정성껏 물을 주며 관리를 했다.
그런데 1년 후 관리본부장 발표가 있는 날, 대상자 두 명은 화려하고 멋있게 잘 기른 나무가 심어진 화분을 가져왔는데, K 부장은 아예 화분도 가져오지 못했다.
H 사장은 대상자 3명 앞에서 “제가 작년에 여러분께 드린 씨앗은 죽은 씨앗이기에 절대로 싹이 날 수 없는 씨앗이었습니다.” 라고 말하고, K 부장을 관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H 사장은 관리본부장은 편법을 쓰는 자리가 아니라, 정직해야 하는 자리라고 강조하면서, 영업본부장을 뽑을 때도 이 방법을 쓸 예정이니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다.
그 후 H 사장은 곧바로 영업본부장을 뽑기 위해 대상자 4명을 불러, 관리본부장 뽑을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씨앗을 하나씩 나눠 주며, “이 씨앗은 제가 1년 전 태국에서 선물 받은 것인데, 각자 집에서 잘 길러 1년 후 영업본부장을 발표할 때, 저에게 선물로 주면 고맙겠습니다.” 라고 부탁했다.
영업본부장 대상자 4명도 본부장이 되기 위해 일도 열심히 했고, H 사장이 준 씨앗도 정성껏 물을 주며 관리를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비밀로 붙였던 본부장 선출방식이 누설되었고, 영업본부장 대상자 4명도 태국에서 사장이 선물 받은 씨앗은 죽은 씨앗이고, 본부장 자격요건으로 정직이 중요하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1년 후 영업본부장 발표가 있는 날, 대상자 세 명은 화분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M 부장만 멋있게 잘 기른 화분을 가져왔다.
H 사장은 대상자 4명 앞에서 “제가 작년에 여러분께 드린 씨앗은 죽은 씨앗이기에 절대로 싹이 날 수 없는 씨앗이었습니다.” 라고 말하고, M 부장을 영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H 사장은 “영업본부장도 정직해야 하는 자리가 맞지만, 한편으로는 편법을 써서라도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정신을 가져야 하는 자리이기에, M 부장을 영업본부장으로 뽑게 되었다.”고 말했다.
관리본부장과 영업본부장을 뽑고 난 후, H 사장은 이 둘을 불러 1년 후 사장을 뽑을 예정이라며, 관리본부장과 영업본부장을 뽑을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씨앗을 하나씩 나눠 주며, “이 씨앗은 제가 2년 전 태국에서 선물 받은 것인데, 각자 집에서 잘 길러 1년 후 사장을 발표할 때, 저에게 선물로 주면 고맙겠습니다. 라고 부탁했다.
2년 전 죽은 씨앗을 받아서 키우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 정직을 인정받음으로써 본부장이 된 K 관리본부장과 1년 전 죽은 씨앗을 받았지만, 다른 씨앗으로 바꿔 키워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정신을 인정받음으로써 본부장이 된 M 본부장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사장의 부탁이니 K 관리본부장과 M 영업본부장은 죽은 씨앗을 화분에 심고 열심히 키웠다.
그리고 회사 사장을 발표하는 날, 전과 같이 K 관리본부장은 화분을 가져오지 않았고, M 영업본부장은 다른 씨앗으로 교체해서 잘 길러진 나무가 있는 화분을 가져왔다.
H 사장은 자기 대신 누구를 사장으로 임명할지 고민하다가 다음과 같이 두 본부장에게 말했다.
“유통회사 특성상 한 해의 상반기는 성수기나 하반기는 비수기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매해 상반기는 K 관리본부장이 사장을 맡아주고, 하반기는 M 영업본부장이 맡아주기 바랍니다.”
성수기 때는 관리가 중요하고, 비수기 때는 영업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아는 H 사장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다.
국가도 평온할 때는 정직한 관리형 지도자가 필요하지만, 위기상황에 놓여 있을 때는 편법을 써서라도 나라를 구하는 영업형(위기대처형) 지도자가 필요하다.
반대로 평온할 때 위기대처형 지도자가 나오거나, 위기상황에서 관리형 지도자가 나온다면 안 될 것이다.
요즘 정부가 검찰총장과 장관을 뽑고 있고, 양대 정당도 지도자를 뽑고 있는데, 관리형인지 위기대처형인지를 보는 게 우리 국민의 관전 포인트다.
[단상]
어제 고등학교 1회 대선배님(82세)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보고 생각나서 쓴 단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