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리스트
2년 전 인도 델리에 갔을 때, 첫날은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무질서와 운전자의 난폭운전 때문에 무척 불안했다.
그러나 이튿날부터는 점점 델리 시내의 차량 행렬이 질서정연해졌고, 운전자도 교통법규를 잘 지켰고,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이는 델리 시내의 교통 환경은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우측통행하는 차량 행렬에 익숙했던 내가 시간이 지나면서 좌측통행하는 델리의 교통 시스템에 점점 적응되었기 때문이다.
세계는 도로 중앙선을 기준으로 차량이 우측방향으로 진행하는 나라와 좌측방향으로 진행하는 나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우측통행을 하던 좌측통행을 하던 세계의 모든 차량은 중앙선 쪽에 운전대가 있어, 반대 방향에서 오는 차량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차 중심의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우측통행 시스템에서는 좌측에, 좌측통행 시스템에서는 우측에 운전대가 있다
그리고 버스 같은 대형차량의 경우 우측통행(좌측 운전대) 차의 문은 우측에, 좌측통행(우측 운전대) 차의 문은 좌측에, 즉 사람 중심의 인도 쪽에 있다.
인도 출장 3일째 되는 토요일에 델리 시내 유적지도 몇 군데 다녀왔다.
그런데 주말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 엄청난 인파가 줄을 이었고, 또한 차에 치여 쓰러져 있는 사람들도 곳곳에 보였다.
만약 차 구조가 차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구조로, 운전대가 중앙선 쪽에 있지 않고 인도 쪽에 있어, 우측통행 차는 우측에, 좌측통행 차는 좌측에 운전대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나 인도 쪽에 운전대가 있을 경우, 승하차 손님 안전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과의 충돌이 잦아질 수 있어 차 안의 승객의 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델리 시내를 다니면서 차도에서는 차 위주의 시스템이 맞는 것 같지만, 세계의 모든 문명이 사람 중심의 시스템으로 계속 변하고 있음을 생각하면서, 차의 운전대를 사람 위주의 시스템으로 변경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델리 변두리에 위치한 재래시장 근처에 줄지어 있는 릭샤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30년 전 방글라데시 주재원으로 있을 때, 수백 대의 릭샤가 빠른 속도로 도로 위를 달리는데도 접촉사고 하나 없이 잘도 달리는 모습을 떠올렸다.
릭샤는 인도나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흔한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개량한 사이클릭샤와 소형 엔진을 장착한 3륜차인 오토릭샤가 있는데, 릭샤의 특징은 운전대가 좌측이나 우측이 아닌 중앙에 있다는 것이다.
나는 운전대가 좌측에 있고 문이 우측에 있을 경우 발생하는 승하차 손님의 위험과 운전대가 우측에 있고 문이 좌측에 있을 경우 발생하기 쉬운 반대편 차량과의 충돌 위험을 해결하는 방법을 릭샤에서 찾을 수 있었다.
릭샤처럼 운전대를 좌측이나 우측이 아닌 중앙에 두는 것이 내가 찾은 해답이었다.
비행기도 배도 기차도 다 운전대가 중앙에 있다.
사실 차가 속도를 낼 때도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한데, 운전자가 정확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운전대가 중앙에 있어야 유리하다.
좌측 운전대 차량이 좌회전 할 때는 차의 균형 잡기가 유리할지 몰라도 우회전 할 때는 균형 잡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한편, 운전대가 중안에 있어야 운전자가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차 안의 승객과 승하차 손님의 안전을 훨씬 더 잘 지킬 수 있듯이,
한 나라의 대통령도 좌나 우에 치우치지 않고 정도를 지켜야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함께 내국민과 나라를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좌측이나 우측에 있는 운전대 시스템이 인류 역사를 좌(左)와 우(右)로 나누어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앙 운전대 시스템이 교통사고를 줄일 뿐만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치는 사람을 균형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그래서 지구촌을 하나로 만드는데 기여할지도 모를 일이다.
[단상]
혹시 인도나 방글라데시로 여행을 간다면 꼭 릭샤를 타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