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우리는 지난 1월 1일부로 2021년을 시작했는데, 머지않아 입춘(2월 3일)과 봄(3월)을 맞이하면서 다시 한 번 2021년을 새롭게 시작하게 될 것이다.
한 해를 12개월로 나누면 첫 월인 1월이 한 해의 시작이고, 한 해를 절기로 나누면 첫 번째 절기인 입춘(2월 3일)이 한 해의 시작이고, 한 해를 4계절로 나누면 첫 계절인 봄(3월)이 한 해의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인류가 최초로 달력을 사용할 때는 봄(3월)이 한 해의 시작인 달력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추운 겨울(1월)이 한 해의 시작인 달력을 사용하고 있다.
왜 인류는 4계절의 마지막인 겨울(1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정하고, 1월 1일을 한 해의 첫 시작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일까?
한 해의 계절의 시작은 새 생명이 새싹으로 세상에 나오는 봄(3월)이고, 절기의 시작은 새 생명이 땅 속에서 태동하기 시작하는 입춘(2월 3일)이고, 월(달력)의 시작은 새 생명이 땅 속에서 잉태되는 1월이라는 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인류가 계절은 생명이 세상에 나오는 시점을, 절기는 태동하는 시점을, 월은 잉태되는 시점을 한 해의 시작 선상에 놓고, 잉태되는 시점을 시작의 의미로 택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위적인 식물생태계 사이클에서는 3월초에 씨를 뿌리고 3월 중 새싹이 나오지만, 자연적인 식물생태계에서는 10월말에 씨가 땅에 떨어지고 3월 중 새싹이 나온다.
그리고 자연적인 식물생태계에서는 10월말 땅에 떨어진 씨가 1월초 즈음에 땅 속의 기운과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새 생명을 탄생(잉태)시킨다.
바로 자연적인 식물생태계가 한 해의 시작이 새 생명이 잉태되는 1월이라는 이치가 마땅하다는 설득력을 갖게 해준다.
결국 3월은 새 생명이 땅 속에서 세상으로 나오는 시기로 가시적인 생명의 시작이고, 1월은 땅 속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는 불가시적인 생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동물의 경우 새 생명도 세상에 나오는 가시적인 날이 시작이 아니라, 어미 배속에서 잉태된 불가시적인 날이 시작이 되고,
일의 시작도 겉으로 들어나는 가시적인 때가 아니라, 불가시적인 기획 단계부터가 시작이고,
하루의 시작도 해 뜨는 가시적인 새벽이 아니라, 전날의 피로를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하는 불가시적인 밤 0시가 하루의 시작이 된다는 의미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격언에서 시작 역시 가시적인 시작 이전에 이미 불가시적인 시작이 존재했다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불가시적인 시작인 1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 사회임을 감안할 때, 우리의 삶 속에서 펼쳐지는 그 어떤 시작에서도 불가시적인 시작을 찾아 그 불가시적인 시작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념해야 할 것이다.
현상에 속하는 가시적인 시작보다 본질에 속하는 불가시적인 시작이 진정한 시작이 아닐까?
[短想]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불가시적인 시작을 찾아내어 의미 있는 시작(출발)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김삼기 (金杉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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